1. 이세 히데코의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의 프리퀄 같은 책입니다. 그 책에서 나오는 어른 소피는 식물원에서 일합니다. 소피는 사에라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죠. "너처럼 어렸을 때, 세상의 모든 나무를 보고 싶었거든. 여기에는 그 나무들이 다 모여 있단다." 어려서부터 식물 도감을 보며 자랐던 소피는 그의 바람처럼 "식물학 연구자"가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어떤 것에 관심을 쏟고 빠져들 수 있는 건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애들 꿈이 없다고 흔히들 말하는데... 혹시 부모가 인정해 주지 않는 꿈을 꾸는 건 아닐까요? 아이들의 꿈을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어른들이 유연하지 않은 건 아닐까요? 꿈을 꿀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요? 이것저것 정말 간절하게 찾고 있는 건 아닐까요? 더 많은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고 꿈을 이뤄갈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네요.2. 소피는 직접 씨를 뿌려 아카시아를 키웁니다. 그것을 를리외르 아저씨에게 선물하죠. "ARBRES de SOPHIE" '소피의 나무들'. 소피는 를리외르 아저씨가 새롭게 만들어 준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식물 도감을 꼭 껴안고 있는 소피. '커다란 나무 같은 사람'에서 해바라기 떡잎이 나오는 걸 보는 사에라의 모습이 겹쳐집니다.를리외르(제본사) 아저씨가 만들어 주신 책은 두 번 다시 뜯어지지 않았습니다. 소피는 숲을 사랑하고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계속 가지고 있었습니다. 소피의 그 마음을, 자상하고 세심하게 들어주고 만져주는 를리외르 아저씨는 400살도 더 먹은 아카시아 같았습니다. (동문서답의 느낌이 없지 않았지만요.ㅎ) 아저씨는 묵직한 노년의 무게로 말없이 그러나 열열히 소피의 꿈을 지지해 주는 것 같습니다. 소피만의 나무 책을 만들어 주었으니까요.예상하건대 부모(책에 등장하진 않지만요)의 지지도 있었을 거예요. 소피 집 베란다에 식물들이 많이 있었거든요. 부모가 좋아서, 아니면 문화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만요.ㅎ 아무튼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은 꼭 필요하고 중요합니다.3. "책에는 귀중한 지식과 이야기와 인생과 역사가 빼곡히 들어 있단다. 이것들을 잊지 않도록 미래로 전해 주는 것이 바로 를리외르의 일이란다."세대를 거쳐 전해질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은 많습니다.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잊혀져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겠죠. 귀중한 지식들은 계속 살아남아 그 시대에 맞게 윤색되기도 합니다. 그런 지식들이 책의 형태로 남아 미래로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를리외르의 바람일 것입니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어 가는 세상에서 역행하는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매일 전자책을 보고 있는 저로서 드는 생각은, 전자책도 종이책도 다 필요하다는 겁니다. 읽는 맛은 좀 다르지만, 장단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도 자기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아름답다 생각합니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책이었습니다. 제본 장인과 그림책 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