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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하비 리벤스테인 지음, 김지향 옮김 / 지식트리(조선북스)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산업화 이후 우리는 남이 해준 음식을 먹는 시대에 살고있다. 가족이나 찬모 같은 가까운 타인도 아니다. 가공식품을 쏟아내는 공장들, 각종 식품 첨가물을 개발한 연구자들, 기업적으로 농작물을 '찍어내는' 농산업체에 이르기까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전적으로 밥줄을 맡기기란 인류 역사상 전례없던 일이다. 재료수집부터 요리까지 스스로 해결해오던 때와 달리 음식과 나 사이엔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십겹의 장막이 생겼다. 이러한 미지는 공포를 부른다. 그러나 이 공포가 다분히 과장된 그림자였다면 과연 어떨까? 저자인 하비는 바로 그렇게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100여 년간 미국을 중심으로 전세계엔 건강과 섭생에 대한 수많은 유행들이 명멸했다. 그중에 상당수는 '바이오 하자드(Bio Hazard : 미생물과 같이 실제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생물학적 재해)' 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파스퇴르가 세균을 발견하자 세균박멸에 대한 집착이 시작되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반대로 메치니코프는 세균의 일종(유산균)이 생명연장의 도구라 주장했다. 세균 열풍 다음엔 미량 영양소의 차례였다. 비타민이 발견되면서 비타민 결핍증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퍼졌고 최근엔 미국의 치솟는 심장병 통계가 보여주듯 콜레스테롤과 지방으로 옮겨갔다. 이러한 유행 자체가 치기어린 연구자, 굼뜬 관료, 약삭빠른 기업가들이 만들어낸 허상이다. 대략 이 정도로 요약될 수 있는 저자의 논지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매력적이기도하다. 그러나 문제는 논거다.


파스퇴르부터 다이어트 열풍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나열한 역사적 사실들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엔 다소 부족하다.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까지 잡는다. 4번째 챕터인 쇠고기에 관련된 장을 떼어놓고 읽으며 누가 쇠고기를 먹고 싶어질까. 남북전쟁 시절부터 시작된 핑크슬라임(본문에는 분홍점액이라고 번역했지만 그 자체가 일종의 고유명사다. 선도가 낮은 고기나 회수육을 암모니아를 이용해 살균하고 다시 갈아낸 혼합가공육을 말한다. 지난해 버거킹을 비롯한 미국의 대형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연이어 이를 사용하고 있음을 시인해 충격을 주었다.)의 전통(?)은 육골분 사료와 광우병을 통해 정점에 도달했고 현재진행형이다는 내용이다. 이걸 읽으면 쇠고기 공포는 오히려 실재한다고 생각하는게 상식 아닐까? 그러나 저자는 이런 끔찍한 쇠고기 잔혹사들을 주욱 나열하고 '현실보다 과장되었다' 라고 말한다.


책의 구성 자체에도 의문이다. 여기서 다룬 식품공포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세균, 우유, 유산균, 비타민, 쇠고기, 유기농, 콜레스테롤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과거의 일 들이다. 이들보다 최근 우리에게 가깝게 대두된 문제들은 애써 피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아스파탐(합성감미료), MSG(중국음식점 증후군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난제다), 환경호르몬(내분비 교란물질), GMO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다. 음식이 아닌 의약품의 사례지만 탈리도마이드와 같은 사례도 있다. 이 또한 그냥 공포마케팅의 일환이겠거니하고 넘어가라는 뜻일까? 저자는 식품공포는 실제 통계에 비해 다분히 과장었고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어차피 죽는거 그냥 적당히 먹고 적당히 죽자(?)는 식의 투박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 파동 때 TV토론에 참여한 한 대학교수를 연상시키는 태도다. '실제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맞을 확률보다 낮으니 너무 무서워하지 말라' 이는 시청자들을 진정시키기는 커녕 더욱 분노하게 했다. 식품공포의 본질은 위험도가 낮고 높음의 문제가 아니어서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무작위로 타인의 손에 의해 자신의 안위와 건강이 결정된다는 점이 진짜 공포다. 백만분의 일이든 천만분의 일이든 나에게로 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점이다. 


역사학자라는 저자의 한계도 보인다. '사료' 에 의존해 거시적 접근만하니 역사라는 큰 틀에서 봤을 때 식품 공포란 순환주기를 가지고 반복되는 역사적 사건으로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를 살았던 개개인의 미시사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어떤 의미를 가지게될까? 또 생리학이나 영양학적인 측면에서 이 공포를 검증할 재간이 없으니 그저 당시 신문보도를 뒤져서 인용과 인용만 반복하는 걸로 과학적 논거를 대신하고 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실패다. 뭔가 전복적인 결론을 통해 Hot Shot Star가 되려는 욕심에 부적절하게 사료들을 꿰맞춘 과욕의 결과물로 보인다. (아니 막말로 진짜 중간중간 내가 같은 주제로 한권 쓸까? 하는 생각이 여러번 불끈거렸다니까...) 빈곤한 관점을 가지고 자료를 모으면 자료가 아무리 풍부한들 그 앙상함을 감출 수 없다.


출판사 리뷰나 홍보를 통해 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들이 있다면 몇가지 다른 책들을 권해주고 싶다.



최낙언 -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빙과업체 연구개발자로 재직했던 저자가 전공을 살려 자연과학적 방법론을 통해 식품첨가물 공포에 접근한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 와 결론적으로 같은 말을 하지만 접근법은 전혀 다르다.


안병수 -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위의 '당신이 몰랐던 식품..' 과 대척점에 서 있는 서적. 이미 국내 베스트 셀러를 기록해 친숙할 것이다. 음식 그 두려움의 역사와 비교해서 읽어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렉 크리쳐 - 비만의 제국

팜유와 옥수수과당에서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뚱뚱한 나라 미국의 연원을 찾는 논픽션 르뽀. 읽는 재미가 특히 좋다


에릭 슐로서 - 식품 주식회사

2010년 오스카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동명의 다큐멘터리를 책을 정리했다. 첨가물, 기계적 사육, 대규모 영농, 종묘회사, 패스트푸드등 현재 만연중인 식품공포의 '제공자' 들을 집요하는 좇는다.



로렌 코데인 - 구석기 다이어트

첨가물은 고사하고 산업화, 증기기관 심지어 농경조차 발명되지 않았던 시기 태초의 인류. 과거를 통해서 '종' 으로서의 인류 본연의 식성을 찾아 떠나는 모험, 팔레오 다이어트.



P.S. 실컷 씹어놓고 별은 왜 3개냐구요? 이게 증정본으로 받은거라서 차마 평점까지 깎기엔 조금 미안해 지더라구요.


P.S. 책의 완성도 자체도 조금 불만입니다. 오탈자가 두세곳에서 발견됐는데 그건 그냥 눈감아주지만 번역에 있어서 인명과 같은 고유명사 (키튼튼 -> 치텐튼) 를 바로 잡아야 할 것들도 보이고 이야기한 핑크슬라임처럼 역자가 각주나 역주를 달아서 해결해야 될 부분도 여럿 있습니다. 참고문헌이나 각주를 통째로 날린 건 국내 출판사들이 늘상 하는 일이라 뭐 그러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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