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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모두가 예쁜 날들
쉬즈웨이 지음, 류희정 옮김 / 그리고 다시, 봄 / 2024년 6월
평점 :
“인생이란 본디 덧없는 법이지”
<사계, 모두가 예쁜 날들> 중 작가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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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때 살던 작은 동네에는 또래 친구들도 많고 항상 북적북적했던 기억이 있다. 이웃집끼리 채소와 과일을 나누어 먹는 것은 일상이고, 동네에서 가장 큰 나무가 있는 곳은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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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에서 "ㅇㅇ야 놀자~" 소리가 들리면 기다렸다는 듯 얼른 슬리퍼를 신고 나갔고, 여름 방학 땐 정말 해 뜨면 나가서 점심 먹을 때까지 물가에서 수영하고 작은 물고기도 잡고 놔주며 진정 자연인으로 살았다. 항상 누가 햇볕에 더 탔는지, 그을린 피부의 껍질이 누가 먼저 얼마나 벗겨지는지 무언의 경쟁도 했던 순수한 시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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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나는 자랐고, 계절이 바뀌듯 자연스럽게 나의 할머니와 이웃집 어른들이 돌아가셨다. 함께 놀던 아이들은 이사를 가기도 했고 각자의 삶으로 점점 멀어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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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안녕히 잘 있는걸까? 그 커다란 나무와, 내가 살던 그 집, 바닷가에서 들리던 시끄럽지만 정겨운 아이들의 소리, 바다 냄새… 그 모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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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처음 들춰봤을 땐 글자도 별로 없고 그림으로만 이야기를 하기에 무엇을 말하는지 몰라 잠시 두었다가, 나른한 일요일 오후에 다시 한 장 한 장 찬찬히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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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페이지였을까. 갑자기 2배속으로 틀어놓은 영화처럼 나의 어린 시절 나날들이 훅 지나가면서 눈물이 흘렀다. 마치 오래된 사진첩을 넘기듯,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집 앞에서 친구들과 뛰놀던 순간, 바닷가에서 수영하며 웃고 떠들던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그리움과 아련함이 가슴을 가득 채우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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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에 “사계, 모두가 예쁜 날들은” 나태주 시인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인쇄되어 있는데, 아마 모두의 마음을 움직일 거라 생각된다. 책 속의 그림들이 내 마음 속 깊은 곳을 건드리며,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감정의 파도가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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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계절에 비유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어느 계절을 지나고 있을까. 이 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찾아오면서 마무리된다. 모든 삶이 찾아오고 떠나고 기척도 없이 다시 찾아오는 계절과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간도 불현듯 어느 날 그 계절의 추억처럼 또렷해지겠지. 그렇다면 조금 더 의미 있게 기억할 수 있도록 이 계절을 잘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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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읽기보다는 어른들이 먼저 읽어봤으면 좋겠다. 아니, 반대로 이 책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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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멘토 출판사에서 도서 협찬을 받아 소중하게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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