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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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바다는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가장 미지의 공간이다. 우리는 바다를 푸른 색으로만 기억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다가 온갖 색과 결을 지닌 살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남성현 교수는 과학자의 시선으로 바다를 분석하면서도, 그곳에서 마주한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책을 읽다 보면 바다가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구 전체와 연결된 거대한 존재라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아무리 발전한 기술을 동원해도 여전히 바다는 인간이 완전히 정복할 수 없는 곳이고, 그 안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바다를 연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이 알지 못하는 세계를 탐구하는 여정처럼 읽힌다.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도, 어쩐지 마음속에서 파도가 계속 출렁이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책을 읽기 전과 후,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이 분명 달라질 것이다.

@nextwave_pub
#바다위의과학자 #남성현 #흐름출판 #파도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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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수업
파스칼 키냐르 지음, 송의경 옮김 / 안온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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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수업』은 음악을 하나의 감각적 경험이나 기교가 아닌, 존재를 변형시키는 힘으로 바라본다. 그는 음악이 단순히 듣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들, 불가능해진 것들을 다시 불러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책은 세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데, 변성을 겪고 성가대에서 쫓겨난 마랭 마레가 비올 연주를 통해 사라진 목소리를 되찾으려는 이야기, 젊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비극 속 극적 전환을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는 순간을 깨닫는 과정, 그리고 중국의 전설적인 연주자 백아가 스승 성련을 통해 음악이란 결국 스스로 깨우치는 것임을 배워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특정한 스토리를 따라가는 전통적인 소설이 아니다. 키냐르는 음악이 지닌 본질을 탐구하며, 예술이 어떻게 인간을 변화시키고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을 바꾸는지를 사색한다. 그의 문장은 감각적이고도 시적이며, 논리적인 설명보다 음악적 울림을 전하려 한다. 그는 음악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란 무엇인지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스승들처럼, 독자가 이 책을 통해 음악과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도록 유도한다. 『음악 수업』은 단순한 예술론이 아니라, 예술이 인간 존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탐색하는 깊은 사유의 기록이다.

@anonbooks_publishing
#음악수업 #파스칼키냐르 #laleçondemusique #pascalquignard #book #review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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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으로 : 클랑쿤스트 Klangkunst - 소리-공간-미디어-신체
슈테판 프리케.오현주 엮음 / 아트북프레스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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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운드 아트(Sound Art)’와 독일어 ‘클랑쿤스트(Klangkunst)’의 개념적 차이를 탐구하며, 클랑쿤스트가 어떻게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는지를 조명한다. 사운드 아트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이지만, 독일에서 발전한 클랑쿤스트는 단순히 소리를 활용한 예술이 아니라, 공간, 신체, 미디어와 긴밀하게 결합된 ‘상호 감각적 예술’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클랑쿤스트의 본질과 의미를 파헤치는 인터뷰집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독일과 베를린에서 활동한 다섯 명의 클랑쿤스트 선구자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베른하르트 라이트너(Bernhard Leitner), 크리스티나 쿠비쉬(Christina Kubisch), 아놀드 드레이블랫(Arnold Dreyblatt), 프란츠 마틴 올브리쉬(Franz Martin Olbrisch), 헬가 드 라 모테-하버(Helga de la Motte-Haber)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클랑쿤스트의 발전에 기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클랑쿤스트가 단순한 ‘소리 예술’이 아닌, 공간과 신체를 포함한 다감각적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베른하르트 라이트너는 소리가 공간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연구하며, 소리를 듣는 방식이 신체적 감각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크리스티나 쿠비쉬는 전자기장을 활용한 사운드워크(Soundwalk)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으며, 소리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아놀드 드레이블랫은 역사적 아카이브와 사운드를 결합한 작업을 통해 우리의 ‘청각적 기억’을 되살리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프란츠 마틴 올브리쉬는 시각적 요소와 사운드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헬가 드 라 모테-하버는 클랑쿤스트의 개념적 정의와 음악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이 분야를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클랑쿤스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을 통해 클랑쿤스트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소리를 단순한 ‘음향적 요소’가 아니라, 공간과 밀접하게 결합된 일종의 조형적 요소로 다룬다. 그들은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 시각, 심지어는 신체 감각까지 포함한 예술적 경험을 창출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감각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클랑쿤스트라는 용어가 동독(DDR)에서 유래되었음을 설명하는 글이 실려 있다. 독일의 사운드 아트 전통은 서구 현대미술의 역사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 발전해왔으며, 특히 베를린을 중심으로 사운드와 공간, 미디어를 융합하는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클랑쿤스트가 어떻게 독립적인 예술 형태로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감각으로: 클랑쿤스트』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클랑쿤스트의 개념을 소개하고, 사운드 아트가 단순히 ‘소리를 활용한 예술’이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감각적 경험을 창출하는 예술 형식임을 보여준다. 사운드 아트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현대미술과 공간예술, 미디어아트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모든감각으로클랑쿤스트 #슈테판프리케 #오현주 #클랑쿤스트 #klangkunst #artbookpress #아트북프레스 #소리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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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독일사 - 철학과 예술과 과학이 살아 숨 쉬는 지성의 나라 독일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손선홍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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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독일의 역사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사건을 나열하는 역사책은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30개 도시로 읽는 독일사』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택한다. 독일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무대를 30개의 도시로 나누고, 각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적 순간들을 따라가면서 독일사를 조망하는 것이다. 이 책은 독일의 정치, 문화, 경제, 전쟁, 예술 등 다양한 측면을 도시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되어 독일 곳곳을 걸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로마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는 트리어에서는 고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한때 신성 로마 제국의 중심지였던 아헨에서는 카를 대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마르틴 루터가 종교 개혁을 일으켰던 보름스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마인츠 같은 도시들은 독일이 유럽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독일이 단순한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공국과 도시 국가들로 나뉘어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독일 문화와 정치 체제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함부르크나 뤼베크 같은 한자 동맹 도시들이다. 이곳들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며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발전시켰고, 독일이 단순한 중앙집권적 국가가 아니라 지역별로 고유한 색채를 지닌 나라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독일이라는 나라가 왜 이렇게 다양한 색채를 띠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특정 도시들이 역사의 전환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평화 혁명의 불씨가 타오르던 라이프치히 같은 도시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졌지만, 다시 재건되어 현재는 독일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도시의 역사를 통해 독일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30개의 도시를 다루다 보니 각 도시의 역사적 사건들을 깊이 있게 파고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책의 목적 자체가 독일 역사의 흐름을 도시를 통해 훑어보는 것이므로, 이 부분을 단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책을 읽은 후에 각 도시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더 깊이 있는 자료를 찾아보게 된다면 그것이 이 책의 진정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30개 도시로 읽는 독일사』는 독일을 여행하고 싶거나,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공간과 연결된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독일을 단순히 강대국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도시들이 모여 이루어진 복합적인 국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일의 지도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단순한 점으로만 보였던 도시들이 역사의 조각들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30개도시로읽는독일사 #독일사 #유럽 #다산초당 #다산콘텐츠그룹 #book #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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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무선)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
나태주 엮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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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를 읽으며, 나는 마치 오래된 책장 사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낡은 엽서를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오랜 시간 품고 있던 감정들이 시 한 편, 한 구절에 의해 환기되고, 잊고 지냈던 기억과 감각들이 서서히 깨어나는 듯했다.

이 시집은 단순한 시 모음집이 아니다. 삶을 사랑하라고 강요하는 대신,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어떤 순간엔 아득한 그리움을, 또 어떤 순간엔 가슴 한편을 저미는 외로움을, 그리고 다시금 살아가고 싶은 따스한 용기를 불러일으킨다. 문장 하나하나가 너무도 선명하여, 그것이 내 안에 오래도록 남을 것을 예감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특히, ‘좋은 시에는 신이 주신 문장이 들어 있다’라는 문장이 오랫동안 가슴에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도 이런 문장들을 만나기 위함이 아닐까. 때로는 고된 하루 끝에, 때로는 이유 모를 슬픔 속에서, 그저 한 줄의 문장이 우리를 붙들어주기도 한다. 시인은 그런 문장들을 섬세하게 골라내어, 독자들에게 조용히 건넨다. 그리고 그 문장들은 다시 우리의 마음속에서 반짝이며 살아난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나는 여러 번 멈추어 섰다. 어떤 문장 앞에서는 한참을 머물렀고, 어떤 시 앞에서는 눈을 감았다.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한없이 개인적인 감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동시에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감정을 건드리는 시집. 시가 왜 우리에게 필요한지, 문장이 어떻게 삶을 지탱해주는지, 그 깊은 울림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읽는 내내, 삶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지나온 시간과 앞으로 나아갈 길, 사랑과 상실, 기쁨과 아픔… 결국 우리는 이런 감정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때때로 시가 우리에게 괜찮다고, 살아보자고. 그렇게 『시가 나에게 살라고 한다 2』는 나에게도 살아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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