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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감각으로 : 클랑쿤스트 Klangkunst - 소리-공간-미디어-신체
슈테판 프리케.오현주 엮음 / 아트북프레스 / 2024년 11월
평점 :
#서평단 #도서제공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운드 아트(Sound Art)’와 독일어 ‘클랑쿤스트(Klangkunst)’의 개념적 차이를 탐구하며, 클랑쿤스트가 어떻게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자리 잡았는지를 조명한다. 사운드 아트는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이지만, 독일에서 발전한 클랑쿤스트는 단순히 소리를 활용한 예술이 아니라, 공간, 신체, 미디어와 긴밀하게 결합된 ‘상호 감각적 예술’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클랑쿤스트의 본질과 의미를 파헤치는 인터뷰집이다.
책의 주요 내용은 독일과 베를린에서 활동한 다섯 명의 클랑쿤스트 선구자들과의 인터뷰로 구성되어 있다. 베른하르트 라이트너(Bernhard Leitner), 크리스티나 쿠비쉬(Christina Kubisch), 아놀드 드레이블랫(Arnold Dreyblatt), 프란츠 마틴 올브리쉬(Franz Martin Olbrisch), 헬가 드 라 모테-하버(Helga de la Motte-Haber)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클랑쿤스트의 발전에 기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클랑쿤스트가 단순한 ‘소리 예술’이 아닌, 공간과 신체를 포함한 다감각적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베른하르트 라이트너는 소리가 공간 속에서 어떻게 경험되는지를 연구하며, 소리를 듣는 방식이 신체적 감각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이야기한다. 크리스티나 쿠비쉬는 전자기장을 활용한 사운드워크(Soundwalk) 프로젝트로 잘 알려져 있으며, 소리와 환경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탐구한다. 아놀드 드레이블랫은 역사적 아카이브와 사운드를 결합한 작업을 통해 우리의 ‘청각적 기억’을 되살리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며, 프란츠 마틴 올브리쉬는 시각적 요소와 사운드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헬가 드 라 모테-하버는 클랑쿤스트의 개념적 정의와 음악학적 연구를 바탕으로 이 분야를 이론적으로 정리하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점은 단순히 클랑쿤스트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을 통해 클랑쿤스트가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술가들은 소리를 단순한 ‘음향적 요소’가 아니라, 공간과 밀접하게 결합된 일종의 조형적 요소로 다룬다. 그들은 청각뿐만 아니라 촉각, 시각, 심지어는 신체 감각까지 포함한 예술적 경험을 창출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감각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클랑쿤스트라는 용어가 동독(DDR)에서 유래되었음을 설명하는 글이 실려 있다. 독일의 사운드 아트 전통은 서구 현대미술의 역사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 발전해왔으며, 특히 베를린을 중심으로 사운드와 공간, 미디어를 융합하는 실험들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클랑쿤스트가 어떻게 독립적인 예술 형태로 발전해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모든 감각으로: 클랑쿤스트』는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클랑쿤스트의 개념을 소개하고, 사운드 아트가 단순히 ‘소리를 활용한 예술’이 아니라 보다 깊이 있는 감각적 경험을 창출하는 예술 형식임을 보여준다. 사운드 아트에 관심 있는 독자뿐만 아니라, 현대미술과 공간예술, 미디어아트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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