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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독일사 - 철학과 예술과 과학이 살아 숨 쉬는 지성의 나라 독일 이야기 ㅣ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손선홍 지음 / 다산초당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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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역사를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단순히 연대기적으로 사건을 나열하는 역사책은 때때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30개 도시로 읽는 독일사』는 독특한 접근 방식을 택한다. 독일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무대를 30개의 도시로 나누고, 각 도시가 품고 있는 역사적 순간들을 따라가면서 독일사를 조망하는 것이다. 이 책은 독일의 정치, 문화, 경제, 전쟁, 예술 등 다양한 측면을 도시라는 렌즈를 통해 들여다보게 만든다.
책을 읽다 보면 마치 시간 여행자가 되어 독일 곳곳을 걸어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 로마 제국 시절부터 내려오는 트리어에서는 고대의 흔적을 만날 수 있고, 한때 신성 로마 제국의 중심지였던 아헨에서는 카를 대제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마르틴 루터가 종교 개혁을 일으켰던 보름스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마인츠 같은 도시들은 독일이 유럽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독일이 단순한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독일은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공국과 도시 국가들로 나뉘어 있었고, 그것이 지금의 독일 문화와 정치 체제를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바로 함부르크나 뤼베크 같은 한자 동맹 도시들이다. 이곳들은 경제적 번영을 누리며 독자적인 문화와 전통을 발전시켰고, 독일이 단순한 중앙집권적 국가가 아니라 지역별로 고유한 색채를 지닌 나라임을 실감하게 해준다.
책을 읽다 보면 독일이라는 나라가 왜 이렇게 다양한 색채를 띠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특정 도시들이 역사의 전환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전, 평화 혁명의 불씨가 타오르던 라이프치히 같은 도시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더 깊은 의미를 지닌다. 드레스덴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무너졌지만, 다시 재건되어 현재는 독일의 문화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도시의 역사를 통해 독일의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30개의 도시를 다루다 보니 각 도시의 역사적 사건들을 깊이 있게 파고들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책의 목적 자체가 독일 역사의 흐름을 도시를 통해 훑어보는 것이므로, 이 부분을 단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 책을 읽은 후에 각 도시의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더 깊이 있는 자료를 찾아보게 된다면 그것이 이 책의 진정한 역할일지도 모른다.
『30개 도시로 읽는 독일사』는 독일을 여행하고 싶거나, 단순한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그 배경이 되는 공간과 연결된 이야기를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다. 독일을 단순히 강대국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작은 도시들이 모여 이루어진 복합적인 국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일의 지도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질 것이다. 단순한 점으로만 보였던 도시들이 역사의 조각들로 살아 움직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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