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와 카유보트는 왜 트루빌로 갔을까? - 시인의 언어로 다시 만나는 명화 속 바다
김경미 지음 / 토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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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김경미 시인의 『모네와 카유보트는 왜 트루빌로 갔을까?』는 바다와 그림을 매개로 시인이 걸어간 여정을 담고 있다. 책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저자가 그림을 해설하거나 분석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대신 시인의 감각으로 그림을 마주하고, 그 순간의 체험을 글로 옮긴다. 덕분에 독자는 미술사적 설명이 아니라, 그림 앞에 선 한 사람의 진솔한 목소리를 만난다.

책에는 모네, 카유보트, 고갱, 르동, 뒤피, 호퍼 등 다양한 화가들의 바다 풍경이 등장한다. 그런데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화가들의 기법이나 양식이 아니라, 그들이 왜 바다를 찾았는지, 바다가 어떤 울림을 주었는지에 관한 부분이다. 트루빌 해변을 거니는 모네의 시선, 도시를 떠나 바다로 향했던 카유보트의 마음은 결국 인간이 자연 앞에서 느끼는 근원적 감정과 맞닿아 있다.

책을 읽다 보면 바다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삶의 풍경을 담아내는 하나의 거울처럼 다가온다. 저자가 바다를 묘사하는 문장은 시적이면서도 담담하다. 바다를 두려워하면서도 끝내 그 앞에 서는 모습, 그림 속 바다에서 위로를 발견하는 순간은 독자에게도 자연스레 전이된다. 나 역시 책장을 덮으며 오래전 기억 속 바다를 떠올리게 되었다. 바다는 늘 같은 자리에 있지만, 그 앞에 선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모네와 카유보트는 왜 트루빌로 갔을까?』는 미술사적인 지식을 쌓기 위한 책은 아니다. 대신 그림을 통해 감정을 환기하고, 바다를 매개로 예술가와 독자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글이다. 그렇기에 그림을 전문적으로 알지 않아도, 충분히 풍성하게 읽을 수 있다. 책 속에서 시인이 묘사한 바닷바람과 빛은 곧 독자의 경험으로 옮겨와, 잠시나마 마음의 파도를 따라 걷는 시간을 선사한다.

이 책은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추어 서고 싶을 때 펼치기에 알맞다. 그림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순간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그리고 예술을 통해 자신만의 바다를 찾고 싶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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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방성현(현사이트)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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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서포터즈

방성현, ‘현사이트’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저자가 첫 책을 냈다. 제목은 『당신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 SNS에서 이미 많은 글과 영상으로 공감을 받아온 만큼, 책 역시 담백하면서도 위로가 되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멈춘 것 같아 보여도 사실은 계속 살아내고 있다는 것. 잠시 쉬어가는 순간조차도 다음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당신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문장은 단순한 위로를 넘어, 스스로를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책은 총 55가지의 짧은 조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비교는 타인과가 아니라 어제의 나와 해야 한다’, ‘작은 걸음을 매일 쌓는 것이 결국 변화를 만든다’ 같은 문장들이 대표적이다. 익숙한 말 같지만, 차분하게 곱씹다 보면 지금의 나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자를 재촉하지 않는다. 더 열심히 하라는 압박 대신, 지금도 잘하고 있다는 확인을 건네준다. 그래서 읽고 나면 무언가 거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차분히 시작해보자는 마음이 남는다.

『당신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었다』는 특별한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라기보다는, 이미 우리가 걸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책이다. 지쳐 있다고 느낄 때, 가볍게 펼쳐보기 좋은 동반자 같은 책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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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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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의 영문시집 『눈꽃 아가: Snow Flower Songs』은 한 사람의 시인이자 수도자의 삶이 얼마나 깊고 조용하게 세계와 맞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아름답고도 절제된 시집이다. 김진섭, 유진 W. 차일펠더 두 명의 번역자가 참여해 원문의 결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영어권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정제된 언어로 옮겨냈다. 이 시집은 단순히 한글 시를 영어로 번역한 결과물이 아니라, ‘시와 기도’라는 이중의 언어를 지닌 이해인 수녀의 영성이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로 다시 태어난 하나의 문학적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인 수녀의 시는 늘 그렇듯, 조용히 마음의 물결을 일으킨다. 일상의 작고 사소한 것들—자연, 계절, 사람, 하느님—에 대한 섬세한 관찰은 시인이자 수도자인 그녀만의 시선에서 비롯된 것이다. 『눈꽃 아가』에서는 특히 “눈꽃”이라는 상징이 인상 깊다. 눈꽃은 피었다가 사라지는 찰나의 아름다움을 지니며, 침묵과 기다림, 기도의 형상을 닮았다. 마치 수녀의 기도가 이 세상에 조용히 흩뿌려진 눈꽃처럼, 언어로 응결되어 이 시집을 통해 피어난 것이다.

번역된 영어 시들은 시인의 목소리를 존중하면서도 독립된 미학을 갖는다. 원문이 가진 정서적 깊이나 의미의 층위를 잘 보존했기에, 영어 독자에게도 단순한 소개를 넘은 ‘경험’이 된다. 이 시집은 단지 번역서로서가 아니라, 한국 문학의 영적 아름다움을 세계 문학의 문턱에 올려놓는 작업으로서 의미가 크다.

“시들이 언어의 벽을 넘어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기를”이라는 바람은 단순한 소망이 아니라, 이 시집 전체가 향하는 방향이다. 이 시집을 통해 우리는 시가 단순한 언어의 예술을 넘어서, 영혼을 울리는 기도의 형태가 될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눈꽃 아가』는 이해인 수녀의 61년 수도 여정 위에 피어난 시의 결실이며, 삶과 기도가 하나 된 문장의 아름다움을 영어라는 새로운 독자에게까지 전달하는 가교이다. 언어를 넘어 영혼으로 다가가는 이 시집은,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위로의 시집이며, 모든 이의 마음속에도 조용한 눈꽃 하나를 피우는 은총을 가져다준다.

*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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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일러스트 에디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정윤희 옮김 / 오렌지연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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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이 넘쳐나는 시대일수록 단순한 삶을 갈망하게 된다. 『월든』은 그런 갈망의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단호한 응답 중 하나다. 19세기 미국의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도시의 편리함과 문명의 속도를 등지고, 매사추세츠의 월든 호숫가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2년 2개월, 그는 나무로 직접 지은 오두막에 머물며 자급자족의 삶을 실험한다. 『월든』은 바로 그 실험의 기록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지는 사색의 책이다.

최근 출간된 『월든』 일러스트레이션 특별판은 단지 텍스트를 담은 고전을 넘어선다. 이번 판본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과 함께 읽는다’는 데 있다. 어둑한 숲, 고요한 호수, 투박한 오두막의 풍경들이 섬세한 일러스트로 되살아나면서, 독자는 소로가 머물렀던 그 시간과 공간을 보다 생생하게 체험하게 된다. 단어 너머의 분위기, 문장 사이의 정적, 그리고 사유의 여운까지 시각적으로 확장된 이 『월든』은 사색이 시작되는 공간 그 자체다.

소로는 말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삶을 가난하게 만든다.” 삶을 버겁게 만드는 것은 외부의 조건이 아니라 내부의 과잉일지도 모른다. 그가 강조하는 ‘단순한 삶’은 결핍이 아닌 선택이며, 도피가 아닌 해방이다. 자연 속에서의 생활을 통해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본디 어떤 존재인지를 새롭게 깨달아간다. 이 책은 바로 그 자각의 과정이다.

번역을 맡은 정윤희는 소로의 사상과 문체를 충실히 옮기되, 오늘날의 독자가 무리 없이 접근할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었다. 덕분에 『월든』이 품고 있는 철학적 깊이와 문학적 아름다움이 자연스럽게 살아난다. 지나치게 고전적인 어조도, 현대적으로 과장된 어투도 아닌, 독자의 내면에 조용히 말을 거는 목소리로 다가온다.

『월든』은 질문하는 책이다. 더 많이 소유하고 더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의 삶이 과연 진짜 삶인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은 무엇인지 묻는다. 동시에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한 실천적 해답이기도 하다. 읽는 동안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월든’을 상상하게 된다. 그것이 꼭 숲 속의 오두막일 필요는 없다. 하루의 속도를 줄이고, 자신을 돌아보는 고요한 순간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월든이 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한 고전이 아니다. 지금 이곳, 우리 삶을 묵직하게 돌아보게 하는 영원한 ‘현재형 사유서’다. 그림과 함께 읽는 『월든』은 그래서 더 오래 머무르게 되고, 더 깊이 스며든다. 평생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 있다면, 아마 이 책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이 리뷰는 리뷰의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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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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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은, 다시 한 번 우리 안의 알을 두드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알’을 품고 산다.
그 알은 깨지지 않는 한, 세상에 나올 수 없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바로 그 알을 깨고 나오는 정신의 탄생기이다. 누군가에게는 성장소설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존재의 심연과 마주한 통과의례가 된다.

이 소설은 ‘에밀 싱클레어’라는 한 소년의 시선으로 시작된다.
가정과 학교, 선과 악, 믿음과 죄의식 사이에서 그는 끊임없이 흔들린다. 그리고 그 혼란은 단순한 유년기의 혼란이 아니라,
스스로의 자아를 받아들이기 위한 고통의 시작이다.

싱클레어의 여정은 ‘데미안’이라는 인물을 통해 방향을 얻는다.
데미안은 기존의 가치체계를 넘어선, 어쩌면 신화적이고도 초월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는 기존의 도덕이 말하지 않는 영역에서 질문을 던지고, 세계는 선과 악으로 나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상기시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문장이자, 결국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깨는 일로만 스스로가 될 수 있다는 선언이다.

『데미안』은 감각적 묘사나 서사의 긴장으로 독자를 끌어당기지 않는다. 대신 내면 깊은 곳을 두드리는 문장들로, 조용히 독자를 감염시킨다. 어떤 문장은 철학처럼 느껴지고, 어떤 문장은 기도처럼 다가온다. 책을 덮은 후에도 문장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아브락사스’라는 개념을 통해, 작가는 신성과 악마성, 모든 대립된 개념을 품는 하나의 존재를 제시한다. 이것은 단순히 신비주의적 상징을 넘어, 현실의 경계 바깥에 있는 내면의 진실에 대한 탐색이다.

이 여정을 번역해낸 사람이 바로 전혜린이다.
전혜린은 1960년대, 이 책을 단순한 번역이 아닌 자신의 삶의 고백처럼 옮겼다. 그리고 올해, 그녀의 번역이 북하우스에 의해 복원되었다. 맞춤법과 표기만을 최소한으로 손본 이번 판본은, 그녀가 원문에 새긴 체온과 숨결을 그대로 담아낸 유일한 판본이다.
그녀가 이 책에 담았던 고독, 결핍, 진실에의 욕망이 문장 속에서 여전히 살아 있다. 그녀는 이 책을 번역함으로써, ‘싱클레어’라는 이름을 빌려 자신의 세계를 통과했고, 그 시간의 언어가 오늘날 우리에게 ‘읽히는’ 중이다.

『데미안』은 결국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이야기이다.
빛과 어둠, 의지와 유혹, 순종과 반항이라는 내면의 싸움 속에서,
인간은 더 이상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그 둘을 함께 끌어안고 나아가는 것이 성장이며, 성숙이다.
그리고 그 여정은 결코 쉽지 않지만, 반드시 감행해야 할 여정임을 이 책은 알려준다.

이 책을 덮는 순간, 어쩌면 우리는 자신이 그토록 외면하고 있던 ‘나’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직 알 속에 있을지라도, 그 안에서 이미 세상을 깨뜨릴 준비는 시작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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