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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여정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읽고 적성한 리뷰입니다.
예술가는 한곳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끊임없이 떠나고, 길을 잃고, 때로는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그 여정 속에서 새로운 시선을 얻고, 이전과는 다른 손길로 세상을 빚어낸다. 트래비스 엘버러의 『예술가의 여정』은 그러한 예술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이 길 위에서 발견한 영감과 변화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책이다.
책은 장 미셸 바스키아, 카라바조, 메리 카사트, 폴 세잔, 살바도르 달리, 마르셀 뒤샹, 프리다 칼로,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등 시대를 초월한 예술가들의 여정을 기록한다. 그리고 그 이름들 사이에서, 한 인물을 발견하였다. 바로 이사무 노구치.
그의 이름을 보는 순간, 그가 걸어온 길이 머릿속을 스쳐간다.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정체성을 고민했던 어린 시절, 파리에서 브랑쿠시를 만나며 조각의 본질을 탐구했던 시간, 그리고 뉴욕과 일본을 오가며 공간과 인간을 잇는 조각을 만들어갔던 날들. 노구치에게 여행이란 단순한 이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를 이루는 과정이었고,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었으며, 그의 손끝에서 형체를 얻는 예술 그 자체였다.
이 책을 통해 노구치의 여정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것은, 마치 오랜 친구를 먼 길 끝에서 마주한 듯한 기분을 준다. 책 속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가 세상을 바라보았던 방식에 다시금 빠져든다. 그에게 조각이 단순한 덩어리가 아니라 흐르는 공간이었듯, 이 책도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움직임이 빚어낸 거대한 흐름처럼 느껴진다.
책장을 덮으며 우리도 결국 각자의 여정을 걷고 있다. 길을 떠나 새로운 시선을 얻고, 때로는 혼란 속에서 방황하며, 다시 길을 찾는 과정—그 모든 순간이 결국 우리만의 예술이 되고, 하나의 작품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노구치 같은 존재를 만나게 될 때, 우리는 다시금 예술과 삶이 하나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책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남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사무 노구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조용한 기쁨과 함께 오래도록 마음에 남을 만남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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