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 : 주홍색 연구 영어 필사 손끝으로 채우는 영어 필사 1
아서 코난 도일 지음, 윤정 옮김, 알렉산더 루이스 감수 / 세나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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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단 #도서제공

영어를 다시 제대로 붙잡아보고 싶었는데, 문제집이나 회화책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셜록 홈즈: 주홍색 연구 영어 필사』였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는 점, 그리고 ‘읽는 영어’가 아니라 ‘쓰는 영어’라는 형식이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졌다.

막상 책을 펼쳐보니 생각보다 차분한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영어 원문이 있고, 그 아래 한국어 번역이 있으며, 문장을 따라 쓸 수 있는 여백이 충분하다. 설명이 과하지 않아 오히려 집중하기 좋았다. 필사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장의 구조가 눈에 들어오고, ‘아, 이 표현은 이렇게 쓰는구나’ 하고 멈춰 서게 되는 순간들이 생긴다. 읽을 때는 그냥 지나쳤을 문장도 손으로 쓰니 속도가 느려지고, 그만큼 문장이 몸에 남는다.

『주홍색 연구』라는 작품 자체도 다시 보게 됐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사건의 전개와 셜록 홈즈의 추리만 따라갔다면, 이번에는 문장의 리듬이나 묘사 방식이 더 눈에 들어왔다. 홈즈와 왓슨이 처음 만나는 장면, 런던의 분위기, 인물의 말투 같은 것들이 영어 문장 그대로 천천히 스며든다. 번역을 곁에 두고 비교하다 보니, 영어가 꼭 한 문장씩 딱 떨어져 해석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새삼 느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영어 공부를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조용히 앉아 하는 작업’으로 만들어 준다는 점이다. 하루에 몇 문장만 써도 충분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아도 조급해질 필요가 없다. 연필로 문장을 옮겨 적는 시간 자체가 일종의 정리 시간이 된다. 영어 실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려 주는 책은 아니지만, 다시 영어와 관계를 맺게 해주는 책이라고 느꼈다.

영어를 오래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 원서 읽기는 부담스럽지만 문학적인 텍스트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에게 특히 잘 맞을 것 같다. 나에게 이 책은 ‘공부책’이라기보다, 책상 위에 두고 조금씩 꺼내 쓰는 조용한 동반자에 가까웠다. 영어를 손으로 써 내려가며 다시 문장을 믿어보게 만든 책이다.

* 이 리뷰는 리뷰의 숲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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