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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 일 센티 플러스 - 인생에 필요한 1cm를 찾아가는 크리에이티브한 여정 ㅣ 1cm 시리즈
김은주 글, 양현정 그림 / 허밍버드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모두 바쁘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더구나 세계 최고의 초고속 인터넷을 너나할 것 없이 손에 쥐고 다니는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말이다.
주위를 둘러보는 대신 내 손안만을 들여다보고 다니다 보니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봄길 담장옆에 개나리는 피고 있는지, 정동길의 낙엽은 떨어졌는지,
오늘 아침 반찬이 특별히 맛있었던 이유 등등..
살면서 놓치는 1cm의 순간....
그렇게 바쁘지도 않으면서 둘러보지 않는 내 1cm 옆의 일들..
'아니다'. '할 수 없다'는 부정형 고정관념들이
나의 삶을 더 빈곤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지어 나는 그런 것을 생각해 볼 여유도 없었던 듯 하다.
「1cm+」 (김은주 글, 양현정 그림, 허밍버드)는 바쁜 현대인이 놓치고 지나쳤을 안타까운 순간을 아주 코믹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말해준다. 글쓴이는 카피라이터로 꽤 유명한 광고들의 카피를 맡았었다. 그래서 이렇게 위트있고 크리에이티브한 글들이 나올 수 있었던 걸까?
글쓴이는 말한다.
"세상을 더 재미있고 부드럽게 만드는 것은 위트이며, 사람과 사람사이에 공간보다는 공감이 필요하다" 라고..
책을 읽다가 격하게 공감하고 혼자 낄낄 웃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들이다.
여자에게 드라마는 로맨틱드라마, 정통멜로드라마, 다큐드라마, 일일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단막극, 미니시리즈, 연속극으로 분류하는데 남자에게는 야구중계보다 안 중요한 프로들이다.
또 배송비 3천원을 아끼기 위해 2만원짜리 티셔츠를 추가구매하는 아이러니, 돈을 아낀다고 명품 가방을 사지 않는 대신, 보세 옷을 명품가방 값만큼 사게 되는 아이러니..
여자라면 누구나 겪어봤을 이 상황들 공감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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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cm+」는 대략 6가지의 1cm를 찾아내고 있다.
꿈과 사랑, 휴식,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 내가 진정 원하는 길을 찾아가는 일.
아주 거창하고 어려운 주제들이지만 글쓴이는 위트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물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말들로 말이다.
지난 몇달 동안 나는 굉장한 슬럼프였다.
과연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일까?
그동안 나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몇몇 사람들의 말에 상처받고 그 상처를 쉽게 털어내지 못해
내내 맘속으로 끙끙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1cm+」가 답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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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나를 살리는 말과 나를 죽이는 말이 존재하고
나 자신에게는 그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존재한다는 것
가끔 우리가 그 사실을 잊고 있을 뿐.
타인의 입에서 나온 말들이지만
결국엔 나를 살리는 것도, 나를 죽이는 것도
타인이 아닌
'나'이다
-나를 살리는 말, 나를 죽이는 말 中
나는 그 몇달동안 사람들이 나에게 했던 말들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다.
좋은 말을 해주는 사람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이 상처되는 말이었는데
난 그 모든 말들을 다 내 것이라 여기고 스스로 나를 죽이고 있었던 것이다.
문득 이러지 말아야지.. 남의 말에 신경쓰지 말고 소신대로 해야지라는 말을 뼈저리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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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에 대한 답도 들을 수 있었다.
인간은 종종
땀보다 돈을 먼저 가지려 하고
설렘보다 희열을 먼저 맛보려고 하고
베이스캠프보다 정상을 먼저 정복하고 싶어하고
노력보다 결과를 먼저 기대하기에
무모해지고
탐욕스러워지고
조바심내고
쉽사리 좌절한다..
자연은,
봄 다음 바로 겨울을 맞이하지 않고
뿌리에서 바로 꽃을 피우지 않기에
가을엔 어김없이 열매를 거두고
땅위에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만물은 물 흐르듯 태어나고 자라고
또 사라진다.
자연은 말어벗이 말해준다.
모든 것엔 순서가 있고
기다림은 헛됨이 아닌, 과정이라고
- 속도위반 中
나는 너무 성급했던가보다.
눈앞에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다고 자라고 있지 않는 것은 아닌데..
난 일하는 만큼, 공부하는 만큼 분명 어디선가 자라고 있을 것이다.
내 실력이 설령 1년에 1cm씩만 자라고 있다 해도 언젠가는 눈에 띌 날이 있을거다.
감히 자연의 순리를 앞지르려 했다. 내가..
「1cm+」를 읽으며 그 유쾌함에 많이 웃기도 했지만 나 자신을 많이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말에 쉽게 상처받아 그걸 또 가슴에 오래 담아두고 아파했던 나는
이 책으로 인해 마음을 좀 더 다스릴 줄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나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의 말에 슬퍼할 시간에 난 내 주변의 아름다운 1cm를 더 찾아보겠다.
책 한 권이 주는 희망의 1cm를...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내 아이들의 숨은 1cm를..
갑자기 늘어나는 내 배 1cm를... (사실 많이 더 되겠지만..)
그마저도 사랑해주는 남편님의 마음 속 1cm를 찾아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