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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3년 11월
평점 :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쓴 추리소설게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이번에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를 내 놓았다.
낳은 정과 기른 정에 관한 이야기는 엄청나게 많다.
한때 푹 빠져 본 드라마 <가을동화>도 뿌리는 출생의 비밀에 얽혀있다.
통속적인 드라마에 빠져서는 안 될 출생의 비밀이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떻게 풀어낼까?
19년 전, 딸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아비는 자신의 뒤를 이어 스키로 이름을 날려주었으면 했다.
그런데 아내가 자살하고 우연히 아내의 유품에서 발견한 신문 기사는 아이가 자신의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게다가 그 아이는 병원에서 없어졌다. 애지중지 키운 내 딸, 경찰에 신고하는 게 맞는걸까?
아비는 경찰에 신고하는 대신 키우기를 결정한다. 딸은 아비의 바램대로 스키에 뛰어난 선수가 되어간다.
그런데 그게 유전자때문일 수 있단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러던 어느날, 딸아이는 살해위협을 받는 편지를 받고 심지어 사고까지 당할 뻔 했다.
이제 아비는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밝히려고 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통속적인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부모가 준 유전자라는 힘이 자식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 것인지,
비슷한 유전자를 찾는 것이 사랑인지 욕심인지(예를 든다면 아픈 자식을 살리기 위해 유전자가 비슷한 혼외자식을 찾아다닌다는 설정) 생각해보게 한다.
뻐꾸기는 딱새의 둥지에 알을 낳는 것으로 유명하다.
알에서 깨어난 뻐꾸기는 둥지안의, 자신보다 몸집이 작은 다른 새들을 (또는 그 알들을) 둥지 밖으로 밀어내 버린다.
딱새는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뻐꾸기를 애지중지 돌본다 .
딱새에게 뻐꾸기는 그저 자식일 뿐이다.
본능만이 존재하는 동물의 세계에서도 부모는 자식을 돌본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자식이 그저 돌봄의 존재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부모는 자식이 자신을 닮아주기를 바란다.
(작가 김동인은 일찍이 <발가락이 닮았다>라는 소설을 통해 인간의 이런 모습을 미리 밝혀주었는지도..)
그러나 유전자가 비슷하다고 자식이 부모처럼 살 수는 없지 않은가?
"재능이란 유전자란 게 말이야, 그 뻐꾸기 알 같은 거라고 생각해.
본인은 알지도 못하는데 몸에 쓰윽 들어와 있으니 말이야.
신고가 다른 사람보다 체력이 좋은 건 내가 녀석의 피에 뻐꾸기 알을 떨어뜨렸기 때문이야.
그걸 본인이 고마워하는지 어떤지는 알수가 없지.
그런데 그 뻐꾸기 알은 내 것이 아니야. 신고 것이지. 신고만의 것이야.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니고, 유즈키 당신 것도 아니지."
이 소설은 기른정이 우선인지 낳은 정이 우선인지의 문제가 아니였다.
인생은 유전자로 각인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주려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