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행운아는 오히려 벌통 속의 벌처럼 자신을 거의 의식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행복하게 살 가능성이 가장 크다. 다 같은 활동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다 같은 즐거움을 누린다는 점에서 그들은 행복하다. 성령강림절 다음 월요일에 햄프스테드 히스 공원에서 춤추는 사람들, 축구 시합을 구경하며 소리 지르는 사람들, 팰 맬 가의럽 창문에서 왕의 행렬을 구경하며 환호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러한 사람들이다. 사람이 사회적 동물이라 불리는 건 바로 그런사람들 때문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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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독서 습관을 형성하게 되었던 것이다.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럼으로써 필립은 인생의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피난처를 마련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비현실의 세계를 만들어냄으로써 나날의 현실 세계를 쓰라린 실망의 근원으로 만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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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과 관을 떠메고 가는사람들을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두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슬픔의 빛도 보이지 않았다. 원망과 분노의 기색도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절망의 빛이 진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영원히 외부로 흘러 나갈 수 없는 말라비틀어진 우물 안의 물 같은 모습이었다. - P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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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물과 모래땅 같았다. 물이 모래땅 위를 흐르자마자 모래땅이 흐르는 물을 빨아들였다. 자석의 음극과 양극처럼 한 번 부딪치자마자 척, 하는 소리와 함께 하나로 들러붙었다. 두 사람은 풀씨와 황토 같았다. 바람이 불면 풀씨가날렸고, 바람이 가라앉으면 풀씨도 가라앉았다. 모래땅에 떨어진 풀씨는 곧장 뿌리를 내렸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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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기 힘든 세월이었다. 죽음은 매일 모든 집의 문 앞을서성거렸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기처럼 어느 집 앞에서 방향을 틀기만 하면 그 집은 영락없이 열병에 감염되었고,
다시 석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침상 위에서 죽어나갔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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