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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아는, 우리만 모르는 - 위키리크스가 발가벗긴 대한민국의 알몸
김용진 지음 / 개마고원 / 2012년 1월
평점 :
위키리스크-란 소개는 뉴스에서 처음 들은 말이지만, 대중언론을 통해 소개되어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은 미국 위주의, 일부 서구세계의 외교 비밀문서가 폭로되었고, 어센지는 곧 성추문으로 각국에서 체포명령이 떨어졌다는... 그래서 최초 보도의 내용조차 퇴색시키기에 충분한 소식들 뿐이었다. 그러다가 나는 꼼수다-에서 간간히 위키리스크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찾아보니 뉴스에서 들었던 일반적인 내용은 역시나 정부에서 언론을 통해 국민들의 귀와 눈을 가리는 장치에 숨겨졌던 어마어마한 내용들이었다.
영어 번역을 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고 내가 그 내용을 알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몇줄의 짧은 문장, 혹은 짧게 정리된 내용이 전부였다. 그래서 언젠가 그 내용이 책으로 나오지 않을까 사실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드디어 책이 나왔다. 특히 번역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번역가의 실력이 그 내용을 독자들에게 전달함에 있어 원서보다 더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내게 이 책을 번역한 김용진 기자의 글은 현장과 텍스트를 몸으로 겪은 베테랑의 정성이 전해지는 것 같았다.
또한 저자의 그간 행적을 저자 소개나 시작글을 통해 읽어보면 이분 역시 보도탐사의 공정성을 위해 열심히 현직에서 수고하셨던 분이었기에 일반 독자들에게 전문용어의 한국식 해석이 훨씬 득으로 보태졌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런 번역글을 읽는 내내 내용의 충격(?)과 더불어 술술 읽혀지는 문맥을 오래간만에 밑줄 그으며 읽게 된 책이다.
한국에서 발행된 이 책은 분명 한국과 미국의 알려지고 싶어하지 않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이름들과 국가, 지명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와 연관이 되어지고, 어떻게 미국은 이것들을 조합하여 주물럭 거리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비굴하고, 추악한 외교의 단면에 실망하고 분개하지만, 그것보다는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자의 사악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거리낌없는 매국 행위에 대해 소름이 돋았다. 아마 내가 그간 촛불시위, 용산, 쌍용 문제등 기성 언론 외의 미디어에 더 관심을 갖고, 팟케스트를 더 정직한 언론이라고 믿는 까닭에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과 책의 내용들이 연결되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굳이 위키리스크의 폭로가 아니더라도 비대중 언론을 주의깊게 살핀 사람들이라면 여기 소개된 내용들은 이미 상당히 알고 있는 내용들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난 내 주변인들에게 이 책을 권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내가 겪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짓을 거짓이라 생각하면서도 그것이 정치와 연결된다 싶으면 외면해버리고 피하려고만 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단편적으로 드러난 사실들을 그때그때 얘기하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마치 짧은 근년의 역사들을 통으로 나열하여 나와 결코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게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까발리는 책은 사실 큰 호응을 얻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런 편견을 깨뜨린 책은 김어준 총수의 책이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인데, 이 책 역시 많은 반향을 일으켜 읽혀졌음 하는 개인적 바람이 든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모르지만 외국에서는 이미 큰 반향을 얻어 중동의 자유주의 물결까지 일으킨 위키리스크 내용이 지금 시점에서 얼마만큼 독자들의 손에 많이 잡히고 입소문이 날지는 모르겠다. 우리나라는 유독 국내 유명인을 내세운 마케팅이 호응을 얻는다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제발 흥미와 사실보도의 경계를 혼돈하지 않고 그들이 알려지길 원하지 않았던 사실들이 수없이 회자되길 원한다. 그래서 나이든 노인들에게까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쉽게 설명해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도 갖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