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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씨앗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83
조리 존 외 지음, 김경희 옮김 / 길벗어린이 / 2018년 3월
평점 :
책 표지에 가득찬 얼굴.
눈동자가 화가 난 듯하다.
눈 위에 겹쳐 붙인 밴드를 보니 장난꾸러기?
표지의 등장인물이 제목과 일치한다.
면지에는 다양한 씨앗들의 웃는 모습이 가득하고
저자의 의미 담긴 한 마디
“내가 아는 씨앗 중 가장 삐뚤어진 빈센트와 윌리엄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아마도 아이들을 보면서 이 그림책을 쓰게 되었나 보다.
주인공인 나쁜 씨앗은 스스로 아주아주 삐뚤어진 씨앗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다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넌 저 씨앗처럼 삐뚤어지면 안 된다!”
“쟤 좀 봐, 못된 짓만 해.”
그렇지만 나쁜 씨앗은 궁금하다.
도대체 얼마나 삐딱한지.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323/pimg_7726151171869445.jpg)
물건을 쓰고 나서 아무데나 놓고,
정해진 시간 안 지키고,
따분한 이야기로 모두를 지루하게 하고,
손발 안씻어서 때가 꼬질꼬질하고,
거짓말 밥먹듯 하고,
언제나 당당하게 새치기 하고,
아기를 보면 울리고.
그런데 나쁜 씨앗은 정작 이유를 모른다.
자신이 삐뚤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남들이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323/pimg_7726151171869446.jpg)
나쁜 씨앗이 처음부터 삐뚤어졌던 것은 아니다.
가족과 함께 언제나 붙어 다니고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바라기 꽃자루가 뚝 부러지면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고
나쁜 씨앗은 해바라기 씨 과자봉지에 들어가게 되면서부터다.
나쁜 씨앗은 먹던 괴물이 재치기 하며 멀리 날아가게 되었고
결국 혼자서 어두운 길바닥 껌 위에 떨어지면서 삐뚤어지기 시작했단다.
누구하고도 친구가 되지 않고 혼자서 고약하게 굴면서
그냥 혼자서 편하게 사는 것이 좋았다. 왠지 모르게.
어느 순간 결심을 하게 된다.
삐뚤어지지 않게 살고 싶다는.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지금은 남의 말도 잘 듣는다.
약속 시간도 늦지 않고
“고맙습니다.”, “부탁합니다.” 말도 하고
다른 씨앗을 도와주고 양보하기도 한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생긋 웃으면서 하는 한 마디.
“계속 노력할 거야. 혼자 속으로 되뇌고 있어. 알고 보면 나쁘기만 한 씨앗이 아니라고.”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교육의 시작은 ‘이해시키기’와 ‘기다려주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구나 실수를 한다. 어른인 나도 한다.
그런데 어른은 아이의 실수를, 반복되는 실수는 이해하고 설명해주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힘이 든다. 나쁜 아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면 정말 나쁜 아이가 되려한다.
아이는 실수하면서 이유를 알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의 가치를 배워가면서 성장해간다.
우리의 교육은 이런 교육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과보다는 아이들의 커가는 과정을 존중해 주는 교육.
존중해 주는 교육은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해하고 기다려주면 아이들도 나쁜 씨앗처럼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
참 의미 있게 다가오는 그림책이다.
어른에게,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아이들의 생각을 존중해주지 않는 어른에게
진정한 교육을 생각해보라고 말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