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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친구하자고 한다고?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74
박규빈 글.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12월
평점 :
어릴 적 밖에 나가 실컷 놀다가 집에 돌아와 잠자기 바빴던 시절,
어머니의 “까마귀가 친구하자고 하겠다.”라는 말씀을 빠뜨리지 않으셨다.
배고파서 빨리 밥 먹고 싶지만 씻지 않으면 안 된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할 수 없이 고양이 세수를 했던 기억이 이 그림책을 보면서 떠올리게 된다.
이 그림책은 『왜 띄어 써야 돼?』, 『왜 맞춤법에 맞게 써야 돼?』를 쓴 박규빈 작가의 작품이다. 작가는 씻기 싫어하는 아이와 씻겨야 하는 엄마의 모습을 너무 재미있게 표현하고 있다.
표지의 씻지 않은 남자 아이와 까마귀 그림자! 그리고 이태리 때밀이 타올.
작품의 내용이 기대가 된다.
밖에서 놀다가 더러운 모습으로 악취를 풍기며 들어오는 아들을 본 엄마는
씻기 싫어하는 아들에게 한 마디 한다.
“까마귀가 친구하자고 한다!”
그날 저녁, 이도 안 닦고 강아지와 뒹굴어 털도 묻히고 일기도 2장만 적는다.
“나 정말 안 씻었음. 까마귀야, 어서 와.”
잠이 들고 한참 후, 이불 속에서 무언가 손에 잡힌다. 까마귀다.
배고파하는 까마귀에게 냉장고를 뒤져 음식을 먹이다가 엉망으로 만들고
욕실에서 대충 씻고 학교로 도망가고
괴로워하는 친구들에게 씻지 않으면 까마귀 친구가 된다고 하여
모든 친구가 씻지 않고 등교하여 선생님을 당황스럽게 만든다.
씻지 않고 등교하면 반성문 100장이라는 선생님의 엄포에
모든 친구들이 씻고 등교했지만 여전히 주인공만 씻지 않고 등교한다.
그때 창문 너머로 날아드는 까마귀가 주인공의 어깨위에 앉고
선생님과 아이들은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까마귀가 목욕탕에 가서 수도꼭지를 틀며 주인공을 욕실로 데려간다.
까마귀와 깨끗이 씻은 주인공은 곤히 잠속에 빠져들고
엄마의 깨우는 소리에 눈을 뜬다.
지금까지 까마귀와 함께 한 시간은 모두 꿈이었나?
부엌이 엉망이 된 것을 강아지 탓으로 돌리는 엄마를 보면서 주인공은 일기장을 본다.
“꽁치 잘 먹었음. 까마귀”
까마귀가 남긴 일기장 한 귀퉁이의 글.
정말 까마귀가 온 걸까? 아님 꿈이었을까?
그림책을 덮으며 아이가 하는 말로 우리 모두 배꼽을 잡았다.
“엄마, 정말 안 씻으면 까마귀가 친구하자고 놀러올까?”
“까마귀하고 친구하고 싶어서 안 씻으려고?”
“아냐, 난 까마귀가 무서워. 새까맣잖아.”
씻자 않는 아이와 함께 읽으며 깨끗하게 생활해야 함을 재미있게 설득시키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