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호랑이
권정생 지음,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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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이면 엄마의 무릎에 누워 옛이야기를 들었었다.

엄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 중에 빠지지 않는 동물이 호랑이였다.

지금도 생각하면 엄마가 왜 호랑이 이야기를 자주 들려주었는지 궁금하다.

호랑이처럼 용맹스런 사람이 되라는 의미였는지, 신성한 호랑이 이야기를 통해 무서워 엄마 품에 파고드는 것이 좋으셨는지 그냥 미뤄 짐작해 볼 뿐이다.

오늘 금강산 호랑이를 읽으면서 엄마가 생각나는 것을 보면 우리의 옛이야기가 전해주는 힘은 대단하다.

 

이 그림책은 강아지 똥, 오소리네집 꽃밭, 황소아저씨등을 함께 작업하신 권정생, 정승각 선생님이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펼치면 강렬한 색채에 옛이야기의 깊이가 더해짐을 느낀다.

 

어머니와 함께 사는 유복이.

친구들에게 애비 없는 자식이라 놀림 받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유를 알게 된 유복이는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한다.

열심히 훈련한지 10, 유복이는 아주 튼튼하고 키도 크고 팔다리도 힘이 올랐다.

어머니의 시험이 시작된다. 물 양동이 맞추고 다시 찰흙으로 메우기, 엇비슷하게 자른 대나무 위에서 구르기, 큰 바위 들어올리기를 통과한 유복이는 수수팥떡 한 보자기를 받아들고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떠난다.

금강산 깊은 산골 오두막에서 꼬부랑 할머니를 만난다. 천장에 매단 바늘을 맞추는 시험을 통과하자 할머니의 응원을 받으며 다시 금강산 깊은 곳으로 떠난다.

산 속에서 만나 스님의 번뜩 거리는 수상한 눈에 스님을 제압하고 활을 쏘아 호랑이를 잡는다. 또 한참 걸어가다 감자를 캐는 할머니를 만나지만 호랑이 임을 눈치를 채고 활을 쏜다. 한참가다 만난 새댁은 치마 밑으로 꼬랑지가 보이고 다시 활을 쏘아 호랑이를 잡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은 꼬부랑 할머니의 시험이었다. 이제는 정말 호랑이를 잡으러 떠난다.

 

동굴에서 마주친 호랑이에게 손 쓸 새도 없이 잡혀 먹히고 호랑이 뱃속에서 만난 아가씨와 호랑이 배를 찢기 시작한다. 아파 이러 저리 날 뛰는 호랑이 배속에서 유복이에게 굴러온 아버지 유골을 들고 양지 바른 곳에 고이고이 묻는다. 갈 곳이 없다는 아가씨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꼬부랑 할머니 집에 들린다. 집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장하다 유복아라는 목소리만 듣는다. 할머니는 산신령이었다. 유복이는 아가씨와 혼인을 하고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다.

  

유복이를 통해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효심이 무엇인지,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아마도 작가 권정생 선생의 바람이 그림책에 실렸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엄마, 지금도 금강산에는 호랑이라 살까?”

, 호랑이 잡으러 가게?”
아니, 내가 어떻게 호랑이를 잡아.”

너도 유복이처럼 훈련 하면 잡을 수 있을 거야.”

손사래를 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옛이야기를 통해 의지와 강인함, 그리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배우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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