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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의 뇌로 산다 - 세상을 깊이 있고 유용하게 살아가기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완웨이강 지음, 강은혜 옮김 / 더숲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2~3년전 인문학의 붐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인류의 삶은 인문학이 견인한다.”
“문사철(文史哲)로 불리는 인문학은 정치· 경제· 역사 문화를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이끈다. 그것은 우리의 삶에 본질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문학의 열풍 속에 수없이 접했던 인문학 서적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책이 있다.
『이공계의 뇌로 산다.』
중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젊을 과학자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근거 없는 상식과 비논리로 가득 차있는 불확실한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로 ‘빠지기 쉬운 사고의 함정’으로 세계를 인지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었고, 두 번째로 ‘과학적인 자기계발과 자기계발적인 과학’으로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공계 멍청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주제로 과학을 이야기한다.
‘빠지기 쉬운 사고의 함정’을 읽으면서 ‘트레이드 오프(trade off)’의 개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취사선택을 권하는 세상을 살고 있다. 무엇을 취하고 버릴 것인가의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갈등한다. 눈앞에 놓인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없기에 이것을 희생해서 저것을 얻어 와야 하는 상황에서 저자는 이공계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공계적인 사고는 장단점을 분석해 타협을 도출하고 상황변화에 따라 전략을 조절한다. 반면 인문계적 사고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고 무언가에 올인하는 극적인 상황을 좋아하며 상황보다는 원칙을 중시한다. 우리가 취사선택을 못해도 살아갈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인문학적 사고로 원칙을 준수하다 오히려 어려운 상황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공계적 사고방식도 우리 생활에서 받아들여져야 한다. ‘상식’이라는 인문학적 테두리를 벗어나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는 이공계적 사고도 필요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자기계발과 자기계발적인 과학’을 읽으면서는 1만 시간을 노력하면 천재가 될 수 있다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였다. 말콤 그래드웰의 『아웃라이어』에 나오는 이야기였으며 방송이나 신문에서 많은 강사들이 이야기했었다. 어느 한 분야의 고수가 되려면,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저자는 1만 시간이라는 구호만 외쳐서는 안 된다고 한다. 노력을 쏟아야 할 시간은 각 분야마다 천차만별이며, 1만 시간은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최소한의 시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노력을 강조하는 것은 맞지만 천부적인 소질의 중요성을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예체능계는 1만 시간을 투자해도 천부적인 소질을 간과하면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긴 시간을 노력했는가보다 어떤 방법으로 노력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과학적인 훈련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나의 성장을 위한 노력과 내게 맞는 훈련방법을 찾아 만드는 것이 자기주도적 삶이 됨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이공계 멍청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서는 ‘의학연구,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 가장 와 닿았다. 요즘 가장 즐겨보는 프로그램 중의 하나가 ‘몸신’과 ‘비타민’이다. 건강을 항상 신경 쓰기에 방송 내용 중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냥 따라했다.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과학뉴스는 그저 오락거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혹시나 보더라도 다 잊어버리라고 한다. 과학 연구 결과를 절대적 진리로 여긴다거나, 일상생활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 그것을 정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진정한 과학연구 과정은 실상 우여곡절의 연속이며, 잘못된 길을 갔다가 되돌아와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다. 절대적인 진리가 없기에 우리가 발전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생각했다. 이 책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인문학적 사고로 생활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하는 만큼 이공계적 객관적 사실도 생활에 반영해야 함을 말하는 듯 하다. 상식도 우리가 생활하는데 버릴 수 없는 것이지만 그 상식이 객관적인지, 좀 더 나은 인생을 사는데 도움이 되는 것인지 스스로 판단하며 살아가야 함을, 중용의 지혜를 터득해야 함을 강조한 책이라 생각한다. 항상 최고의 방법이 선택하기 보다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한 삶이 되어야 함을. 오늘도 상식에 이공계의 사고를 더한 삶을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