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이야기 - 사랑도 운명도 스스로 쟁취하는 조선 걸크러시 스토리
황인뢰 지음 / 예미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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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시리즈와 심야식당을 재미있게 보면서 실험적이면서도 유니크한 작품들을 추구하는 황인뢰 PD의 팬이 되었다. 그래서 나오는 작품마다 빠뜨리지 않고 보고 있는데 작가의 신간도 궁금하여 읽게 되었다.

 

책 제목옆에 슬갑 소설이라고 적혀있다. ‘슬갑이란 낯선 단어에 궁금증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자마자 작가는 낯선 단어의 의미를 설명한다.

 

슬갑이란 겨울철 추위를 막기 위해 무릎에 덮는 가죽 가리개로, 도둑이 부잣집을 털었을 때 훔친 물건 중에 슬갑이 있었고 무엇에 쓰는 물건이지 몰라 머리에 쓰고 길에 나섰다가 뭇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이를 빗대어 남의 글을 쓸쩍 가져다 쓰는 행위를 슬갑도적이라 부르며, 저자는 작자 미상의 한문소설 지봉전을 이야기의 뼈대로 쓰고 몇 편의 한문 고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장미 이야기를 완성했기에 슬갑소설이라고 말했던 것이다.

 

장미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주인공은 장미 그리고 장미가 사모하는 김윤경, 어린나이에 임금이 된 소년왕, 조정의 세력가들과 욕심을 채워가는 다수의 인물들이다. 소년왕은 조정을 좌지우지하는 이문덕에게 벗어나 백성을 위하는 진정한 왕이 되고자 강직하기로 소문난 김윤경을 부르고, 학식이 높은 김윤경이 소년왕을 도와 불의의 세력을 제거하고 백성이 주인인 되는 나라가 된다는 해피엔딩소설이다. 이 중요한 일에 장미가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양반이지만 노론의 모함에 가문이 멸문지화를 당한 장미는 몸종에 의해 노비의 신분을 피하고 기생 기향의 딸이 된다. 지혜롭고 정의감이 불타는 장미는 어릴적부터 동네 어려운 처지의 아이들을 보살펴주고 그 아이들과 백성을 괴롭히는 양반에게 복수한다. ‘자에는 자로라는 생각으로. 한 사건으로 인해 범인으로 몰리게 되자 친척집으로 피하게 되고 김윤종을 만나게 되며 짝사랑을 하게 된다.

 

김윤경은 일찌감치 중광시의 문과에서 장원급제했지만 불의가 판치고 언로가 막혀버린 세상에서의 입신양명이 의미가 없다며 출사를 거부하고 학문을 연구하며 운둔생활을 하고 있었다. 소년왕이 이를 알고 윤경을 조정으로 부르게 되고, 노론들 모르게 소년왕의 정치 이상을 함께 펼치게 된다.

 

소년왕은 인수대비의 섭정시절, 나름대로 자신의 올바른 정치를 펼 시간을 준비하며 기다린다. 성품이 온화하며 백성이 행복한 나라를 꿈꾸는 정치를 지향한다.


장미는 몰락한 가문의 후손이지만 주눅 들지 않고, 당돌함과 기지를 발휘하며 스스로의 방식으로 그녀의 삶을 선택한다. 이야기 중반 쫓기다가 궁궐이라는 다른 세상으로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지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위에 소년왕을 비롯하여 궁궐내의 사람들과 함께 정의를 세우게 된다. 나중에는 신분도 회복하게 되면서 정의로운 삶이 중요함을 독자에게 전한다.

 

장미와 윤경, 소년왕을 통해 자기의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선택의 순간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행동에 대한 책임이 어떻게 돌아오는지를 깊게 생각해 보게 된다.

 

 

담장을 넘는 건 도둑뿐만이 아니야, 내 운명도 내가 넘지!”

 

지혜로운 여인은 세 가지를 품고 있어야 한다. 첫째는 단정한 용모, 둘째는 맑고 깨끗한 얼, 셋째는 존엄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한 것 같지만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기향이 말한 세 가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여 이 문장들을 다이어리 한켠에 메모해 둔다.

 

인물들의 선택과 여정을 따라가며 주관과 정의가 흔들리기 쉬운 이 시대에 중심을 바로 잡고 나의 삶을 후회없이 살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지금 시대와 삶의 모습은 다르지 않음을, 그래서 고전을 읽으며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것도 또 느끼게 된다. 수동적인 삶이 아니라 능동적인 삶을, 끊임없이 나를 개발해야 함을, 나의 생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생각을 나눠야 함을, 무엇보다도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야 함을 알게 된다.


책장을 넘기며 궁금하여 책을 손에 내려놓을 수 없었다. 사랑의 설렘과 장미의 재치를 따라가다보면 웃기도 걱정하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보니 영화 한 편을 보는 것 같다. 그만큼 묘사가 잘 되어 있고, 읽다보면 장면이 연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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