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오는 날 -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월간 책씨앗 추천도서
천옌링 지음, 박지민 옮김 / 리틀브레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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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표지, 나무그루터기에서 편하게 잠자고 있는 여우.

그림책 제목의 여우 오는 날은 여우가 나무를 찾아오는 시각이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생각하니 그림책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생각났다.

그루터기의 편한 여우 모습이 나무를 찾아오는 소년의 모습과 일치되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은 외톨이 여우와 나무가 진정한 친구가 되는 모습을 담은 대만작가 천예링의 신간이다. 그림도, 이야기에서도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오히려 그림책 마지막 장을 덮으면 가슴에 묵직함이 남는다.

 

사람들이 오지 않는 외딴 언덕 위에 서 있는 한 그루 커다란 나무.

어느 날 붉은 몸에 하얀 배를 가지 어린 여우 한 마리가 지나간다.

너무나 반가운 나무는 질문한다.

혹시 길을 잃었니? 가족과 헤어진 거야?”

그런데 여우의 대답이 싸늘하다.

어리기도 하고 두려움도 있는 여우는 오히려 두려움을 공격성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곧바로 떠난다.



 

몇 달이 흘러 또 지나가는 여우.

가지 말아! 잠시만 나와 같이 있어줘.”

나무의 부탁에 여우는 작은 관심을 보인다.

여우처럼 붉고 하얗게 변하는 날이 돌아오면 친구가 되어 달라는 나무의 말에 여우는 허락하며 길을 떠난다.

 

눈 내리는 겨울, 눈을 피해 나무 그루터기로 다가오는 여우.

피하기만 하던 나무에게 이제는 의지하기 시작한다.

엄마 품에 잠이 든 아기처럼.

가진 게 없어 무엇을 해 줄 수 없다는 여우의 말에 나무는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며 필요할 때 와서 쉬라고 이야기한다. 엄마의 품과 마음 같은 나무다.

 

시간이 흘렀다. 봄이 가고 여우 몸처럼 붉고 하얀 계절이 돌아왔다. 여우는 나무와의 약속처럼 나무에 의지하며 추운 겨울을 지낸다. 아기를 가졌을 때도, 새끼를 낳았을 때도, 그리고 새끼를 기를 때도. 사람에게도 나무에게도, 여우에게도 시간은 흐른다.



 

나무와 약속한 시간이 아닌데도 여우는 나무를 찾아온다.

나이가 들어 지친 여우는 이제 자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눈치 챈다.

평소 자기가 머물던 나무 그루터기까지도 올 수 없었던 어렸던 여우는 이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빨갛고 하얗던 여우 몸 위에는 파랗고 노란 단풍잎이 떨어진다.

가을과 겨울에만 찾아오던 여우에게 이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나무와 함께 하게 된 것이다.

 

여우가 떠난 뒤 나무 한 그루가 자란다.

여우가 몰고 온 씨앗은 벚나무가 되어 단풍나무의 친구가 된다.

두 나무는 다르지만 사계절 친구가 된다.

여우가 나무가 달랐지만 친구가 된 것처럼.

그렇지만 단풍나무는 기억한다.

친구가 되어준 여우를 영원히.

 

그림책을 덮으며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관계란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줄 수 있는 것임을,

어떠한 대가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인정하는 것임을,

재촉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기다려 주는 것임을,

필요로 할 때 포근히 안아주는 것임을.

 

나를 나무처럼 포근히 안아주었던 부모님이 생각나고

나도 내 부모처럼 내 아이를 포근히 감쌀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함을 생각한다.

자연이 그런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함을 알게 된다.

나무의 이야기를 그냥 스쳐 지나가는 여우를 보면서 나무가 애처롭다가도, 약속을 지키는 여우를 보면서 맘이 포근해지고, 죽어가는 여우를 볼 때는 눈물을 훔치게 된다. 여우가 주고 간 희망으로 나무가 용기를 다시 내는 것도 우리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그림책이다. 우리 삶의 시간은 소중함을 알게 된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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