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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코끼리 쿠쿠 ㅣ 웅진 우리그림책 107
재희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8월
평점 :
코끼리의 나라 태국을 여행하면서 코끼리 쇼를 본 적이 있다. 맘이 편하지 않았다. 코끼리가 사람을 태우고 도는 모습,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동물이 상품화 되는 것이 마음을 불편하게 하였다. 이 그림책의 이야기가 불편했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표지의 까만 코끼리는 쿠쿠다. 쿠쿠는 매일 누군가를 등에 태우는 일을 한다. 코끼리 등에는 작은 빨간 의자가 놓여 있다. 사람들을 등에 앉게 하기 위한 거다.
쿠쿠에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오랫동안 했던 일을 마지막으로 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쿠쿠의 등에는 사람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탔다. 개미는 쿠쿠에게 넓고도 깊은 땅 속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늘을 마음껏 나는 새는 너른 하늘 이야기를,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에게는 푸른 들판 이야기를 들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다니는 한정된 길의 작은 세상이 아니라 땅속, 하늘, 들판의 세상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일부터 쿠쿠는 자신이 가고 싶은 세상을 여행할 수 있을까?’
라는 바람을 가지며 책장을 넘긴다.
쿠쿠는 물속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얼룩말이 달렸던 너른 들판을 여유롭게 걸어보는 모습을 그려본다. 쿠쿠의 삶의 모습이 꿈꾸던 것처럼 이뤄질 수 있을지 궁금증을 더하며 책장을 덮는다. 앞면지의 무채색에서 뒷면지는 밝은 유채색으로 바뀌어있다. 자유로움이 없던 구속의 시간에서 이제는 자유가 생긴 여유의 시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책은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동물들의 기본 권리, 인간과 동물의 관계와 공존, 노동의 가치, 노동과 삶의 비중. 그리고 쿠쿠와 함께 지내다 쿠쿠를 보내야 하는 리의 마음도.
읽으면서 ‘자유’에 대한 의미를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는 그림책이다. 자유는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 존재함을 이야기 나눴다. 내가 남의 자유를 뺏을 권리가 없음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