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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만 구할 수 있다면
린다 수 박 지음, 로버트 세-헹 그림, 황유원 옮김 / 웅진주니어 / 2023년 5월
평점 :
“하나만 구한다면?”
종종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하면서 기대를 한 적이 있다.
나라고 이해기 해 주길 바라면서.
그런데 막상 내가 답을 하려고 하면 당황스럽다.
모두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그림책의 제목에 눈길이 끌렸던 것 같다.
2002년 『사금파리 한 조각』으로 아시아계 최초로 뉴베리상을 수상한 ‘린다 수 박’의 신간이다. 그림책이지만 두께가 보통 그림책의 2권 분량이다.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해 독자에게 질문을 한다.
“집에 갑자기 불이 났다고 상상할 때 하나만 가지고 나올 수 있다면?”
담임선생님의 질문에 열여덟명의 학생들이 고른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에 문제 풀기 같은 지루한 숙제가 아니라 다행이야. 친구들과 토론할 수 있게 그냥 생각만 해 오라고 하셨지.’
선생님의 색다른 숙제에 고민이 시작된다.
관절염을 앓고 계신 할머니를 구한다고 자신있게 말하다가 휴대폰, 할머니가 떠준 스웨터로 생각이 옮겨진다.
‘하나만? 말도 안돼. 어떻게 딱 하나만 고를 수 있어?’
이 말에 공감된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만 고르라는 것 너무하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우리 척척박사들?”
선생님의 말에 생각이 펼쳐진다.
낮과 밤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메이저리그 경기 일정표와 안경을 선택하는 아이도 있고, 용을 그리기에 스케치북을 선택한 아이도 있다.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친구들이 무엇을 선택할지, 그 선택을 하게 된 배경까지 설명한다. 아이들이 선택한 것들을 이야기할 때는 선택한 사물에 깃든 추억이 담겨있고, 삶의 모습이 더해져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공감이 되며 나의 추억을 더듬게 된다.
선생님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공감과 격려로 생각을 연결해 준다.
“~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해 줄래?”
“~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방법 같구나.”
“너희는 선생님이 잊을 수 없는 존재야.”
그리고 아이들의 부족한 지식에 보충도 해 준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감해 주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과의 배움은 이렇게 해야한다는 것도 배우게 된다.
읽으면서 앞으로 되 넘기기를 몇 번 했다. 보통의 그림책과 달라서.
저자는 시조의 구조를 일부 차용했다고 한다.
초장, 중장, 종장의 3장으로 구성되고, 각 장은 13~17음절로 구성하였다고 한다. 전통 시인 시조를 오늘날의 방식으로 적용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서로의 생각에 공감을, 나아가 추억을 더듬게 되는 그림책이다. 아울러 선생님과 아이들이 만들어 가는 배움의 모습이 떠올라 아이들의 지적인 성장 모습을 연상하게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