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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1
라파엘 요크텡 지음, 하이로 부이트라고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4월
평점 :
두 명의 작가 ‘라파엘 요크텡’과 ‘하이로 부이트라고’가 약 4년에 걸쳐 작업한 그림책이라고 한다. 그림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원시 인류사회의 생활방식과 자연환경, 그 시대의 동식물에 대해 연구하고 고증한 뒤, 자연사박물관의 자료에 근거하여 그림을 그렸다고 하니 그림책을 대할 때 더 하나하나 들여다보게 되고 관찰하게 된다.
이 그림책은 글 없이 그림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약 3만 년 전, 지구 마지막 빙하기의 혹독한 자연환경에서 살아남아 자신들의 삶을 그림으로 남긴 원시인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거대한 동물과 맹수, 눈보라와 산사태 등은 원시 인류가 살아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한 무리의 들소떼와 땅늘보가 들판에서 나뭇잎을 뜯어먹고 장면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 틈의 풀숲에서 원시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창을 들고 사냥을 하기 위함일까? 저마다 한 곳을 바라보며 소떼 가까이 다가간다. 성난 들소에 놀라 도망가는 원시인은 사냥에 실패한다.
‘커다란 들소의 무리에서 한 마리의 들소를 공격한다는 생각이 무모하기도 하지만 생사의 중요한 먹거리를 찾기 위한 도전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원시인은 추운 겨울을 지나기 위해 동굴을 찾아 떠난다. 커다란 동물들의 공격과 두려움을 피하며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길을 나선다. 맹수를 피해 나무 위로 피하기도 하고, 눈보라 속에서 한없이 걷는다. 그런데 한 아이가 눈에 뛴다. 모두가 앞만 쳐다보며 걸을 때 하늘을 바라보는 아이. 나무 밑동에서 추위와 맹수를 피하며 웅크린 날들. 암벽이 떨어져 깔린 원시인을 살려내기 위해 온 힘을 합해 돌덩이를 미는 모습들의 그림을 따라가면 글이 없어도 그들의 삶의 모습이 나의 삶의 모습이 되기도 한다.
드디어 동굴을 찾는다. 커다란 곰이 살고 있는 동굴이다. 이 동굴은 원시인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장소이기에 곰과 싸워 이긴다.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안전한 삶의 터전을 쟁취한 것이다. 그러면서 하늘을 보았던 한 아이는 불을 지펴 숯이 된 나뭇가지로 벽에 그림을 그린다. 지나온 삶의 모습들이 동굴 안에는 가득하다. 아마도 최초의 그림으로 남긴 기록이 아닐까? 이렇게 인류의 기록은 시작되었나보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빙하기 시대의 동물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했고 그 기록은 지워지지 않아 지금 우리가 원시인의 삶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그림책의 뒷부분에는 원시시대 살았던 그림책에 등장한 동물들에 대한 이름과 설명이 있다. 멸종된 동물들이다. 설명을 보면서 그림책의 책장을 되짚어간다. 설명을 찾아가기 위함인지 다른 그림책과 다르게 페이지가 있다. 아울러 인류의 탄생과 진화, 구석시시대의 인류, 동굴벽화의 중요성에 대한 설명 자료는 글 없는 그림책을 보는데 도움이 된다.
앞면지에 동굴 안에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벽면을 묘사했다면 뒷면지는 동굴 벽에 사람들의 손자국이 있다. 인류의 기록이 시작됨을 묘사한 것이다. 동굴벽화가 숯으로 그린 것처럼 이 그림책도 목탄으로 명암을 살려 표현한 것 같다. 그림의 색다른 멋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