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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들 ㅣ I LOVE 그림책
므언 티 반 지음, 빅토 가이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3년 3월
평점 :
책날개의 문장이 이 책의 내용을 짐작하게 한다.
“모든 것을 뒤로 한 채 작은 배를 타고 멀고도 험한 바다를 건너야만 한다면,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자신이 살던 익숙한 환경을 어쩔 수 없니 떠나야 하는, 내가 머물 곳에 대한 정보도 없이 그냥 떠나야 한다면 나는 어떤 심정일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긴다.
이 그림책은 베트남 므언 티 반 작가의 실화다. 해군에 복무했던 아버지와 반대편이었던 베트남 새 정부가 호의적이지 않았기에 숨어 살다 더 나은 것을 추구하고 희망의 세상에서 살기 위해 조국을 떠나는 과정에서 작가가 소원했던 내용들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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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길 때마다 작가의 소원들이 담겨있다.
밤은 더 고요하길, 가방은 더 깊숙하길, 빛은 더 밝아지길, 꿈은 더 오래 계속되길.
희망을 찾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들이다.
함께 지냈던 할아버지와도 헤어져야 하며,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한다.
갈길이 너무 멀기에 길이 더 짧아지기리 소원하기도 한다.
배를 타기 위해 줄 선 사람들을 보면서 배가 더 커져 많은 사람이 탈 수 있기를,
바다가 잔잔해 모두가 그래도 평안한 항해가 되기를,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가림막이 없는 배였기에 태양이 뜨겁지 않기를,
기나긴 항해에서 포기하지 않는 강한 마음을,
그리고 빨리 정착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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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육지에 닿았을 때는 더 소원한 것들이 더 없기를 바란다.
그림책의 책장을 넘기며 2018년 제주도에 무비자 입국한 예멘인 500여명의 난민 신청으로 연일 시끄러웠던 기사가 떠올랐다. 아마도 작가가 바랐던 소원에는 난민의 자격이 거부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담겨있었을 것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는 배에 몸을 싣고 폭풍우 치는 바다를 떠도는 난민들이 있다. 전쟁을 피하기 위해, 가족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더 안전한 곳을 찾기 위해 선택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이 그림책의 소원처럼 매순간 생각하고 기도할 것이다. 이 그림책을 읽으며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지구촌 반대편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가까이 보면 내 주변에도 난민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삶의 공동체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고, 모든 사람들은 안전과 평화를 염원하고 있음도 깨닫게 된다.
그림책의 그림은 참혹하지만 아름답고, 암울하지만 희망을 담고 있다. 소녀의 표정을 따라가다 보면 희망을 가지고 산다는 것의 의미도 이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