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코끼리야 -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 ㅣ 웅진 당신의 그림책 7
고혜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2년 12월
평점 :
그림책 『집으로』로 2016년 볼로냐 국제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고혜진 작가의 신작이다. 자연과 동물의 이야기를 우리 일상으로 연결시켜 공감하고 소통하게 하는 작가라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이 그림책은 제4회 웅진주니어 그림책 공모전 우수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하니 기대가 된다.
『나는 코끼리야』라는 제목에서 의미를 찾아본다.
“넌 어떤 코끼리야?”의 질문을 생각하며 표지를 본다.
혼자 있는 빨간 코끼리를 보면서
‘혹시 따돌림 당하는 코끼리의 이야길까?’ 짐작해보기도 한다.
면지 속의 코끼리 모두는 제각각 모습과 하는 행동도 다르다.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행복해 보이기도 하다.
코끼리 한 무리가 강가에 모여 있다.
어디를 가던 길 잠시 휴식을 취하는가 보다.
용감하지 못해도 나는 어디든 갈 수 있어.
힘이 세지 못해도 나를 지켜 줄 가족이 있고,
빨리 달리진 못해도 언제든 먼 여행을 떠날 수 있어.
이면지에서 본 코끼리들의 자유로움이 글 속에도 담겨있다.
이 코끼리들은 자연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코끼리들이다.
나약하지만 함께라서 두렵지 않다.
화려한 옷을 입지 못해도 풀 냄새와 시워한 바람을 느낄 수 있어.
공놀이를 못해도 마음껏 놀 수 있고,
무거운 짐을 옮기지 못해도 친구를 도와줄 수 있어 행복하지.
혼자는 나약하지만 함께라서 용기를 낼 수 있다.
친구가 있어 놀 수 있고, 먹고 싶을 때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서커스단의 코끼리가 생각난다.
주인공 코끼리가 말하는 것은 서커스단이나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에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원래 코끼리는 이렇게 생활하는 동물이야. 사람들에 의해 자유로움을 뺏기면 안되는 동물이야. 코끼리에게 자유를 주렴. 사람들아.”
책장을 넘길 때마다 이런 생각이 자꾸 든다.
자신들의 삶의 터전에서 본능에 따라 자유롭게 행복하게 살 권리를 달라고 말하는 것 같다.
‘나는 코끼리니까 코끼리의 삶을 살아야 한다.’
고 말하는 것 같다.
앞면지와 다른 뒷 면지의 코끼리들을 보면서 작가의 의도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서커스단에서 목줄이 채워진채, 다리는 쇠사슬로 묶인채, 묘기 훈련을 하며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코끼리들의 힘없는 표정들이 그림책 속 생기 넘치는 코끼리의 모습과 대조되어 보인다.
다색 판화의 그림은 검정과 주황, 초록의 세 가지 색깔로 삶과 생명과 자연을 표현하고 있으며, 화려하지 않지만 작가가 말하고 싶어하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본연의 삶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다.
아이들과 이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부모의 의무감에 내가 서커스단의 단장은 아니길, 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우리 아이들의 자유를 빼앗지 않기를, 아이들의 본연의 기질을 삶의 관계속에서 조절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나는 코끼리야』라는 제목을 바꿔보았다. 아이들이 가장 많이 말한 제목이 ‘나는 나야’였다.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라고 부모님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어지면 좋겠다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면서
”맞아, 너는 너야. 어느 누구도 너의 삶을 좌지우지 할 수 없어.“라고 말해주었다. 우리 아이들이 삶의 주체자가 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