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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여행 가방에 고래를 넣을까 ㅣ 그림책 도서관
구리디 지음, 김정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11월
평점 :
제목에서 벌써 궁금증이 생긴다.
‘고래를 여행 가방에 넣는다고? 여행 가방이 큰가?’
생각에 꼬리를 물며 그림책을 만난다.
커다란 빨간 고래를 들고 있는 작은 아이의 뒤모습.
아이의 표정을 볼 수 없기에 아이의 상황이 더 궁금해진다.
“두려움을 피해 당당히 살아남고자 매일매일 맞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책장을 넘기자 읽게 된 그림책 저자 ‘구리디’의 말이다.
책장을 넘겨 나타난 주인공은 얼굴 표정이 없다.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얼굴의 채색을 통해 행복해 보이지는 않는다.
아주아주 긴 여행을 떠나야 한다.
언제 돌아올지 정해지지 않았다.
가방도 크지 않은 것을 보니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니다.
가방도 작은데 엄청 큰 고래를 데려간다고 한다.
‘가방에 고래가 들어갈 수 없는데. 어떻게 하려나?’
가기 싫어하는 고래를 설득한다.
더 이상 머물를 수 없기에 함께 가야 한다며 고래를 재촉한다.
“나는 그저 우리가 함께 가야한다는 것, 떠날 때가 왔다는 것만 알아요.”
이 문장을 읽는데 왜 그리 슬픈지.
고래를 본격적으로 가방에 넣어본다.
꼬리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바이올린, 트럼펫, 물병도 자신을 위한 가방이 있는데 고래는 아니라는 말이 자신이 머물 곳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듯 하다.
‘머물곳이 없다는 것은 난민인가? 아님 누군가를 피해 다녀야 하나?’
그럼 붉은 고래는 내면의 나의 모습인가?
그러면서 종이에 그려진 커다란 붉은 고래를 접기 시작한다.
가방에 넣기 위해서.
“숨을 좀 내 쉬어봐.”
고래를 넣고 있는 주인공이 자신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떨쳐내기 위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결국은 접고 접어 붉은 커다란 고래를 가방에 넣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가방을 든 사람들의 틈에 선다.
불안정한 현재의 삶의 모습을 커다란 붉은 고래와 작은 가방으로 표현하여 삶을 지탱하게 한다.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면서도 나름의 방법을 찾아나가는 주인공을 통해 익숙해진 것을 떠나 머물 낯선 곳을 찾아야 한다는 두려움, 예상하지 못한 변화로 인해 불안감, 나의 모든 추억을 남겨둔때 최소한의 것만 챙겨가야 하는 아쉬움, 절망 속에서도 자신의 희망을 챙겨가는 모습을 통해 열심히 살아가는 삶들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내 안의 붉은 고래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