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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할머니 이야기 ㅣ I LOVE 그림책
조앤 슈워츠 지음, 나히드 카제미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22년 1월
평점 :
제목에서 주는 느낌.
‘어느 할머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보통의 할머니일까? 아니면 특별한 할머니일까?’
생각하며 표지를 보니 어떤 할머니인지 짐작이 된다. 개와 함께 꽃길을 걷은 할머니. 산책하는 모습이다. 옷차림도 평범하게 차려입은 모습에서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진다.
면지의 그림이 강하다. 화려한 색이 아니지만 강렬함과 선명하게 다가오는 나뭇가지와 잎들. 서로 다른 채색과 모양의 의미가 궁금해진다.
할머니가 사는 집은 낡았다. 살림살이도 별로 없다. 할머니와 가장 친한 친구인 볼품없는 늙은 개가 함께 산다. 할머니와 개는 늙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함께 한 많은 시간을 나타내는 듯하다. 개는 아침마다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서 청설모를 쫓기도 하고 집 주위를 쏘다니기도 한다. 그리고는 낡은 양탄자 위에 웅크린 채 졸기도 한다. 평화로운 모습이 연상된다.
어느날 할머니는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갔다. 가을이어서 가랑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무 사이로 바람이 속삭이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할머니와 개가 이 길을 걸은지 오래 되었다. 할머니가 기억하고 있는 바위를 가고 싶어서였나 보다. 까마귀를 보면서 생각한다. ‘날아다니는 기분이 어떨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엄청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개를 위해 이리저리 막대기를 던져 준다. 지팡이로 쓰기 좋은 긴 막대기를 발견하고, 시험해 본다. 앉기 좋은 자리에 앉아 개와 함께 휴식을 취한다. 자연의 깊은 곳에 할머니가 잠시 머문다. 그러면서 옛날을 떠올린다. 밖에서 몇 시간씩 노느라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던 때, 하루가 영원하길 바라던 때. 보름달이 서서히 떠오르자 어떻게 달을 묘사해야 할지 생각한다. 거대하고, 어렴풋하고, 따뜻하고, 온화하고 어마어마하고, 아슴아슴하고, 평화롭고, 가을빛의 아름다움인 달을.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피곤한지 눈을 감고 잠에 빠져든다. 개도 코를 골기 시작한다. 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몸이 뻐근하고 아프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해 뜨는 것을 바라본다. 서늘한 공기로 곧 추워질 것이지만 항상 그렇듯 오늘도 그 어느 날과 같지 않다.
오늘도 할머니 앞에 하루가 펼쳐진다. 다시 언덕을 오르고 자연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어쨌든 ‘나는 서두르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새로운 날이다. 또 새로운 하루를 보낸다.
일상 속에서 매일 같은 일을 하며 보낸다. 문득 너무 지루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함을 다시 상기 시킨다. 화려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나름의 철학을 가진 할머니의 삶을 통해 ‘인생이란 무엇인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본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지금 나의 삶의 모습이 겹치기도 하고 또 어긋나기도 한다.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즐길 줄 아는 여유로움은 살아온 인생이 길기에 가지는 여유라고 하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잘 알고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이 아니며, 힘이 들어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할머니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른이 보면 좋을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