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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수잰 레드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평점 :
해가 더해갈수록 우리에게 재난의 위협이 더해지는 것 같다. 이상기후로 인한 태풍과 산불, 눈사태, 일상생활 속에서의 교통사고, 심지어 2020년 한 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사람들이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책도 여러 가족이 휴가를 떠나면서 갑작스럽게 일어난 사고와 사고 후 생존을 위한 선택과 갈등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가 여덟 살 때 겪었던 일에서 영감을 얻어 쓴 소설로, 주인공 핀이라는 인물을 통해 등장인물들을 솔직하게 관찰할 수 있는 ‘플라이 온 더 월’시점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주인공 핀은 열여섯 살 고등학생이다. 엄마의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낸 후로 엄마와 불편한 관계에서 가족 스키 여행을 떠난다. 엄마의 친구 캐런 이모 가족과 핀의 절친 모린 이렇게 열명이 탄 캠핑카가 사슴을 피하려다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산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 아빠 옆 조수석에 땄던 주인공 핀은 즉사하고, 육체를 떠난 영웅이 되어 벌어지는 상황을 지켜본다.
너무 많이 다친 아빠를 응급 처치한 후 추위를 피하기 위해 캠핑카의 창문을 막게 된다. 둘째 딸의 남친이 구조대를 부른다며 막무가내로 떠나자 딸도 따라나서고 이 상황을 막지 못한 엄마는 한참을 후회하게 된다. 얇은 옷을 입은 딸의 친구 모린을 위해 딸의 옷을 벗겨 입히는 강인하지만 판단력이 뛰어난 엄마는 장애를 가진 아들을 남겨두고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다음날 아침 구조대를 찾아 떠난다. 나중에 아들마저 죽게 되며 가족의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하지만 결국 가족들은 상황을 받아들이며 상처를 치유해 나가게 된다.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등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뜻밖의 상황이 야기하는 우리 내부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대화하게 된다.
누구나 자기 보호본능이 있다. 그런 본능이 고개를 들 때 이성과 양심으로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그런 인간다움이 자신보다 타인을 위해 행동하는 의인들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필수적인 버팀목이다. 이 소설처럼 사고를 당하거나 재난에 처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고 어떤 사람이 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이다. 선택을 후회하는 사람들, 그 선택으로 인해 자신의 부끄러운 민낯을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삶을 통해 나에게 닥치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타인을 위해 궁극적으로 ‘나’의 도덕성을 견고히 하게 한다. 삶은 순간순간의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이루어진다. 선택의 순간은 언제든지 올 수 있지만 그 선택의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다음의 기회는 쉽게 오지 않기에 도덕성이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이다.
포춘쿠키에서 나온 문구를 아빠가 아이들에게 주입시켰던 문장이 있다.
“모든 여행은 한 걸음부터 시작된다. 안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두려움이 우릴 멈추게 만든다. 우릴 전진하게 만드는 것은 용기다.”
결국 삶에서의 선택이 도덕성을 벗어나면 그 선택이 결국 나의 삶을 흔드는 화살이 되어 되돌아오게 됨을 이야기를 통해 재인지하게 된다.
이 책의 후미에는 ‘이야기가 끝나고-토론’이 있다. 17개의 질문이 삶에서의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생각의 깊이를 더해준다. 토론거리를 통해 쉽게 책장을 덮지 못하고 장면 장면을 다시 더듬게 한다.
어느 순간이든 삶에서의 주인은 나이며, 타인의 선택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내 삶의 가치를 끊임없이 고민하는 도덕적인 사람이 만족스런 삶,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