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파리입니다 철학하는 아이 17
베아트리스 퐁타넬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김라헬 옮김, 이지유 해설 / 이마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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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피서철이 되면 해수욕장에서는 해파리로 인해 피해를 입으니 조심하라는 뉴스와 함께 해파리에게 공격을 당했을 때 처치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접하게 된다. 바닷가의 한 생물로만 알았던 해파리가 인간에게 피해를 주며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니 사람들은 해파리를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피해야 하는 생물로 인식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이러한 관점을 달리하여 인간의 입장이 아닌 해파리의 입장에서 자연의 부분으로서 사람과 해파리를 바라보고 서로 존중해야 함을 생각하게 한다.

 

보통의 양장본 그림책과 달리 동화책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그렇지만 모든 페이지에서 글과 그림이 상호작용하는 것으로 보아 그림책이라고 부르고 싶다.

 

나는 막 태어난 해파리다.

짭조름한 물에서 헤엄치고, 떠다니고, 재주도 넘고, 물살을 가르며 투명한 치마를 나풀거린다.

대부분 바닷물에 몸을 맡기며 움직인다.

나는 몸의 98퍼센트가 물이며 뇌도 심장도 없다.

해파리가 자신을 소개하는 글과 그림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때때로 기다란 촉수로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지만 사람들은 싫어한다.

나의 촉수가 불데 댄 듯한 상처를 남기기 때문이다.

오늘 한 소녀에게 인사를 나누었는데 소녀가 울고 만다.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닌데.

해파리는 좋아서 행동한 것이 사람에게는 피해로 다가온다.

 

 

소녀의 아버지는 커다란 그물로 나를 낚여 모래 위에 내동댕이친다.

나는 해변의 구경거리가 된다.

뜨거운 태양 아래 시간이 갈수록 내 몸은 말라간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은 내게 점점 더 멀어지고 나의 인생과 작별을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누군가 나를 집어 물에 던져준다.

내가 피해를 준 여자 아이다.

다시 바다로 돌아온 나는 이제 살 것 같다.

여자아이는 해파리가 불쌍해 보인 것일까?

아님 자신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을 알았던 것인가?

 

바다에서 모든 바다 생물과 기쁨의 춤을 춘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해파리는 소녀를 만났던 바다에 와 있다.

모든게 그대로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멀찍이 떨어져 있으려 애쓴다.

쉽지는 않다. 바닷물이 나를 자꾸 해변으로 밀어낸다.

아픈 상처가 있는 바다로 돌아온 해파리에게는 두려움과 그리움이 공존하는 것 같다.

 

 

그때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그 소녀다.

손목에 작은 연분홍 팔찌 같은 상처가 있다.

나는 그녀를 위해 춤을 추고 그녀는 미소를 짓는다.

유일한 관객인 그녀를 위해 해파리는 몸에 붉을 밝히고 바다의 별이 된다.

해파리도 소녀도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

살면서 의도하지 않는 행동으로 오해가 생기고 소통이 단절된다. 그러나 서로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이해되지 않는 것이 없다. 오히려 이해하지 않기에 오해가 생기고 존중하지 않게 된다. 인간도 자연도 세상 모두가 그렇다.

 

해파리와 바닷속 생물의 아름다움을 생생한 색조와 섬세한 터치가 그림 속에 자꾸 머물게 한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지구상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가치롭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가치는 나의 이익과 이로움에 의한 가치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소중하게 여겨야 함을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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