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고양이
다케시타 후미코 지음, 마치다 나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살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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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쳐다보는 듯한 예쁜 어린 고양이 한 마리.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고양이는 이름이 없나 보다.

어떤 이름으로 이 고양이를 부르게 될까?’

 

 

 

면지에 등장하는 많은 고양이들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나이의 많고 적음, 온순하거나 날카로운 성질을 가졌을 것이라 예상되는 표정들,

서 있거나 앉아있는 자세, 혼자냐 함께냐 등 다양한 고양이의 모습이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면지도 이야기를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속표지의 고양이는 오히려 창밖을 바라본다.

누굴 기다리는 것인가?’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인다.

 

이름 없는 고양이라서일까?’

아무도 이름을 지어준 적이 없다.

주인이 없다는 말이다.

동네의 모든 고양이들은 이름이 있지만 나만 없다.

 

좋겠다. 나도 이름을 갖고 싶어.”

길냥이라 아니라 주인의 사랑을 받는, 주인이 이름을 불러 주는 고양이고 싶다.

이름을 갖고 싶어 마을을 걸어 다녀 보지만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왜 마음에 드는 이름이 없었을까? 주인이 없기 때문이다.

길고양이라고 쫓겨나 공원 벤치 밑에서 비를 피하는 이름 없는 고양이.

빗소리가 꼭 내 마음 같다.

 

지나가던 여자아이의 배고프니?” 상냥한 목소리에 깨닫게 된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이름이 아니라 이름을 불러 줄 누군가였다는 것을.

여자아이를 따라가는 이름 없는 고양이의 몸은 자신감이 가득하다.

 

앞 면지와 다르게 뒷 면지에는 모든 고양이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름 없는 고양이의 이름까지.

 

이 그림책은 라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나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 이름이 아니라 나의 이름을 불러 주는 누군가에 의해 내 존재가 느껴지는 것이다.

나는 나이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존재감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온전히 나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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