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기울어진 교육 - 부모의 합리적 선택은 어떻게 불평등을 심화시키는가?
마티아스 도프케.파브리지오 질리보티 지음, 김승진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3월
평점 :
육아와 교육에 관심을 가지면서 ‘헬리콥터 맘, 타이거 맘’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좀 더 나은 미래로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깊은 생각 없이 헬리콥터 과 타이거 맘들을 따라하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정말 옳은 방법인가?’라는 생각은 내려놓을 수 없었다. 혹 아이를 위한다면서 나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곤 했다. 이 책은 내가 고민했던 내용들을 다룬다. 부모의 선택이 교육의 불평등을 어떻게 심화시키는지, 교육과 경제적 변화에 부모들은 시대별로 어떤 양육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지를 통해 내 아이의 양육과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PART로 나누어 경제적 불평등은 부모의 양육과 부모의 경제적 요인이 지대한 영향을 미침을 시대별, 나라별로 수집한 자료들을 토대로 설명하고 있다. 허용형 양육, 독재형 양육, 권위형 양육을 설명하며 양육방식이 아동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경제학과 양육의 유형에 따른 관계를 설명한다. 과거 권위형과 독재형 양육 중심이었다면 오늘날은 집약적 양육 현상에 주목한다. 집약적 양육은 아이에게 복종과 엄격한 통제력을 요구하는 독재형과 논리적인 설득을 통해 아이의 가치관을 구성하는 권위형이 결합된 양육 방식이다. 집약형 양육은 단순히 아이를 감독하고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가 학교에서 잘 생활해 나가는지, 어떤 활동을 선택하고, 어떤 친구를 만나는지까지 포함해 온갖 측면에 깊이 관여하는 것이다. 저자들은 집약형 양육이 자녀의 학업 성취에 미치는 효과, 부모가 자녀와 함께 보내는 시간의 증가, 그리고 양육에서 중시하는 가치관의 변화 등을 통해 오늘날 양육이 어떻게 점차 강도 높고 시간 집약적이며 통제적인 노동이 되어가는지를 설명한다. 특히 집약적 양육에서 중요한 요인은 시간, 돈, 역량들의 조건이 다른 부모들 사이에 양육 격차를 벌려 놓으며, 계층별 이동성을 줄이고 소외된 아이들의 기회까지 줄이는 악순환을 낳게 됨을 설명한다. 결국 불평등은 소외계층이 계층 사다리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적어지면서 더 많이 격차를 만듦을 의미한다. 저자는 교육에서의 불평등은 양육태도의 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함을 설명한다. 이러한 격차가 오히려 양육의 덫으로 바뀔 수 있음을 저자는 우려하는 것 같다. 좋은 기회를 줄 수 있는 부모와 그렇지 못한 부모. 그렇지 못한 부모는 아이들에게 사회 계층 사다리를 올라갈 희망이 줄어들기에 시간이 흘러갈수록 교육 불평등은 더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저자는 책 제목을 『기울어진 교육』이라 표현한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의 재력, 아빠의 무관심,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그냥 우수게 소리로 넘겼었는데 교육의 불평등을 단적으로 나타낸 말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좋은 부모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안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떤 양육방식이 다른 양육방식의 우위에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이다. 대개 오늘날 양육방식은 상충적 교환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책의 책장을 덮으며 불평등의 심화와 계층 이동성 감소는 경제 여건을 염두에 두면서 정책과 제도를 개혁하고 재정비해야 하는 정책과제임을 알게 되었다. 부모의 내 아이만을 위한 자녀 교육의 합리적인 선택들이 우리 사회에 더 교육 불평등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이러한 불평등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교육의 근본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