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한 토끼
바두르 오스카르손 지음, 권루시안 옮김 / 진선아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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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쥐가 한 곳을 쳐다본다.

글자가 있는 곳. 커다란 제목이다.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일까?

표지를 보면서 두 동물이 말한 그림책의 내용이 궁금해진다.

 

개 한 마리가 길을 걸어간다.

모퉁이를 돌다가 차도에 납작하게 눌러진 토끼 한 마리를 보게된다.

설마, 교통사고 난 거야?’

궁금해져 책장을 얼른 넘긴다.

 

쥐 한 마리도 납작한 토끼 한 마리를 보고 있다.

납작한 토끼가 뭘 하고 있는지 생각하고 있단다.

개와 쥐는 길바닥에 앉아 고민을 함께 한다.

저 납작한 토끼가 뭘 하는 건지.’

 

개와 쥐는 저렇게 누워만 있어 재미가 없을 거라며 토끼를 옮겨주기로 한다.

그런데 고민이다. 어디로 옮겨야 할지.

공원 벤치에 앉아 고민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납작한 토끼로 바라보는 것도,

납작하게 누워있는 토끼가 심심할까봐 걱정하는 마음도,

그 토끼를 돕고 싶어 이리저리 방법을 고민하는 모습이 어른과는 다른 순수함 그 자체다.

 

  

너무 고민하다 개는 머리를 쥐어짜는 소리가 들릴 정도일 즈음,

공원에서 연을 날리는 다른 토끼를 보면서 묘안을 떠올린다.

납작해진 토끼를 연으로 만든 것이다.

 

밤을 새어가며 못질을 하고 테이프를 붙여가며 납작해진 토끼 연을 만들고

드디어 공원에서 납작해진 토끼 연을 날린다.

연을 날려본 적 없는 개와 쥐는 번번이 실패하고

마흔두 번이나 왔다 갔다 한 뒤 띄우게 된다.

 

훨훨 나는 연을 바라보며

토끼가 행복할까?’ 토끼의 입장을 생각해본다.

납작해진 토끼에게 연을 만들어도 되냐고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르겠다는 쥐에게 연실을 넘겨주는 개의 배려심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일 게다.

쥐가 연실을 놓치고 연을 하늘을 둥실 떠간다.

납작해진 토끼를 하늘로 떠나보냄을 연실을 놓치는 것으로 표현한 것이다.

 

 

, 근데 이상하게 하늘에 떠 있는 연의 모습이 토끼가 아니라 하늘을 나는 천둥오리 같다.

개와 쥐가 납작한 토끼를 옮길 때 하늘을 날던 그 오리다.

연은 어디 갔을까?’ 궁금증으로 책장을 덮게 된다.

앞면지에서는 개가, 뒷면지에서는 쥐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니

두 동물은 아직도 하늘을 날고 있는 납작해진 연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늘나라로 간 납작 토끼를 보고 있는 것인가?

우리가 하늘나라로 간 사람을 추억하듯이.

 

이 그림책은 죽음을 아이들의 시각에서 바라보게 한다.

두려움보다는 또 다른 삶으로.

그리고 어른의 시각이 아닌 아이의 시각을 통해 따뜻한 배려와 아름다운 슬픔이 느껴진다.지는 그림책입니다. 조용한 유머와 이상한 경이로움이 있는 이야기 속에서 많은 상상과 질문을 던져 보세요.

 

납작함이 던져주는 죽음의 표현,

죽음을 경건하게 받아들이는 고민하는 모습,

이별을 또 다른 세계로의 숭고한 전이.

추상적인 죽음을 아이들의 시각으로 풀어낸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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