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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8
모리야마 미야코 지음, 타카하시 카즈에 그림, 박영아 옮김 / 북극곰 / 2018년 9월
평점 :
제목이 넘 맘에 든다.
그림책을 펼쳐들자 한마디씩 한다.
“그림책이 이상해요.”
“어떤 점이 이상한데?”
“우리는 앞에서 뒤로 넘기잖아요. 그런데 이 그림책은 뒤에서 앞으로예요.”
그림책의 책장을 넘기자 차이점을 아이들이 얼른 알아챈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이거든. 그래서 일본의 책 형식을 그대로 가져온 그림책이에요.”
“여러분이 등교하면서 본 예쁜 것들은 뭐가 있나요?”
각자 예쁘다고 생각한 것을 이야기한다.
구름, 봄꽃, 웃는 친구, 강아지 등등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 좋다. 도톰한 책장에 소박한 그림!
단순하지만 정겨움이 가득한 그림과 함께 5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첫 번째 ‘좋은 냄새’는 엎드려 잠든 돼지를 걱정하는 여우와 꽃향기를 품고 싶은 돼지의 마음이 정말 귀엽고 예쁘다. 돼지와 여우를 행복하게 하는 좋은 냄새의 정체는 꽃향기가 아니라 감자스프의 냄새였다. 아이들의 순수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두 번째 ‘완두콩 한 알’에서는 곰 아주머니가 기른 완두콩으로 음식을 준비할 때 밖에서 구구단을 외우는 생쥐의 소리를 듣게 된다. 완두콩을 꺼내어 구구단을 알아보고 너무나 좋아 탁자를 두드리자 굴러가는 완두콩. 탁자 밑에서 완두콩을 찾으며 아이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습니다.
세 번째, ‘누군가의 가방’에서는 산책길에 나선 할아버지는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작은 가방을 발견합니다. 찾으러 올 주인을 생각하며 나무를 지켜봅니다. 다람쥐가 가방을 찾아갑니다. 있는 그대로를 지켜보는 행복도 좋습니다.
네 번째, ‘하늘색 물색’은 비 오는 날 친구들의 우산을 쳐다보던 여우는 누구의 우산인지, 장화인지 추측해 봅니다. 말 안하는 토끼를 생각하며 용기 내어 먼저 인사를 합니다. 여우는 하늘색 우산이라 말하고 토끼는 물색이라고 표현합니다. 같은 색이지만 다른 색으로 표현해도 괜찮습니다.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하면 됩니다.
다섯 번째, ‘발소리’에서는 한밤의 목련을 보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아빠를 기다리는 곰 가족을 만납니다. 밤길에 돌아올 아빠를 기다리는 가족의 모습에서 할아버지는 말합니다. “오늘 참 예쁜 것을 보았네.” 이 책의 제목입니다.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들보다 저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작지만 사랑스러운,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자신의 것만 주장하지 않고 타인도 존중해주는, 가족을 기다려주는 예쁜 모습들을 다시금 떠오르게 합니다. 내 안에 있던 예쁜 것들!
따뜻한 이야기와 담백한 그림, 그리고 등장인물의 아름다운 만남과 대화들.
정말 예쁜 그림책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