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사 코끼리
고정순 지음 / 만만한책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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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느낌이 좀 우울하다.

철사로 만든 코끼리의 앙상함이 그렇고, 여윈 남자아이의 모습이 그렇다.

바탕의 색도 그렇다.

 

책장을 넘겨 처음 만나게 되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오늘도 울고 있을 사람들에게글귀가 나를 넘어 타인을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든다.

 

주인공 데헷은 아무나 오를 수 없는 돌산 아래 산다.

데헷은 고철을 주어 대장장이 삼촌에게 갖다주는 일을 하면 산다.

데헷 곁에는 언제나 아기 코끼리 얌얌이가 있다.

얌얌이는 데헷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형제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얌얌이가 죽고 만다.

몇 날이 흘러도 얌얌이가 보고 싶다.

세상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철사를 모아 철사로 얌얌이를 대신할 코끼리를 만든다.

품에 안아도 따뜻하지 않고, 얌얌이처럼 울지 않지만 둘은 어디를 가도 함께 간다.

살아있던 코끼리 얌얌이와 했던 것처럼.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철사 코끼리로 인해 데헷의 손은 온통 철사에 찔린 상처투성이다.

철사 코끼리가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은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

데헷은 사람들의 불편을 들으려하지 않고 그래서 아무도 데헷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데헷은 더욱더 외로워진다.

 

데헷은 우두커니 서 있는 철사코끼리를 바라본다.

바라볼수록 철사 코끼리는 얌얌이와 닮지 않았다.

중대한 결정을 한다.

돌산 넘어 삼촌에게 철사 코끼리를 건넨다. 소중한 얌얌이를.

삼촌은 철사 코끼리를 녹여 종을 만들어 준다.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얌얌이가 떠오른다.

얌얌이가 떠났지만 데헷의 마음에는 얌얌이가 있다.

 

나에게 소중한 것이 떠날 때의 허전한 마음.

보상받고 싶어 대체를 찾아 위안 받으려는 마음.

그렇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

용기를 내어 모든 것은 자신이 마음먹기 달려다는 것을 아는 데헷.

살면서 겪는 모든 일들이 아이에게는 성장이다.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의 마음이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도 담겨있다. 그냥 들어주고 기다려주면 생각하고 용기내고 결정하게 된다는 것을 또 배우게 된다.

 

가슴 아픈 이별의 상처를 극복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어른인 나도 또 배움의 시간을 가진다. 이별은 내 생애에 반드시 겪을 일이지만 그 또한 극복해야 하는 일이다. 주인공 데헷을 통해 이별을 현명하게 받아들이는 마음의 흐름을 그림으로 잘 표현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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