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_ 자기 인생을 누구에게 이해받을 필요는 없다. 이해라는 건, 자식이나 마누라가 아닌,
맞은편 막걸리 집에서 몽롱하게 취해 바라보는 어느 손님이 뜻밖에 해줄 수도 있는 일이다._









혜지야, 저것들 중에서 재미있는게 뭐야,


잠자코 누워있다가,
혜지를 부른다, 혜지의 시선을 나의 검지 손가락 너머로 이끌어낸다,
나의 검지 손가락은 혜지의 책장에 꽂힌다, 나른하게 혜지의 방에 누워있다가 문득, 오감이 궁금해진다,
배는 부른데 입이 궁금한 것 처럼,
무언가 평온한 감성의 호수에 물장구 칠 '꺼리'가 필요해진 순간,


주무시는 거 아니였어요,
글쎄여, 저거 저_거 괜찮아요,


저거, 라는 말이 꽂힌 그 곳에 꽂혀있는 책은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제목이 뭐 저럴까,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이라니,
정말로 책꽂이의 세번째 칸 여섯번째 책으로 꽂힐 만한 이름이군,

꺼리가 필요해진 만큼의 달달한 호기로 책장을 넘긴다, 즈륵즈륵, 내가 좋아하는 종이의 질감이다, 윤이나고 빳빳하고 새하얀 면에 인쇄된 활자들은 읽어 넘기기가 부담스럽다,
특히나 고등학교 시절 수학 문제집을 이런 종이로 만들면 연필자국 박이는 것과 볼펜 잉크가 번지는 것에 자유로울 수가 없어서 문제 하나를 푸는 데도 전전긍긍이었다, 문제의 본질보다 본질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미련들,

즈륵즈륵, 나는 베개를 뗏목삼아 활자의 바다에 몸을 맡긴다,
파동은 잔잔하다, 나는 잔잔한 수면 위를 떠다니고 있다, 주변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여느 날과 다르지 않은 사물들의 일상적임,
그래서일까, 나는 불쑥 수면에 손가락을 찔러 저어보고싶다, 비라도 와야할 것 같고 바람이라도 불어서 물결이 넘실거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차오른다, 뗏목이 뒤집어질 듯 책 넘김이 빨라진다, 스스로 물결을 일으켜보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나는 이상하다,

감정이 바다라면 그것을 분출해 내는 파동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사람은 담고 있는 많은 것을 밖으로 표출해 내지 않는다, 주변의 영향에도 흔들림이 없다,
이대로 파동의 크기는 한결같을 것이다,

나는 물질을 거두어 들이고 수면 아래를 들여다 보기로 한다, 손가락을 모아 두 눈 주위로 동그랗게 말아 쥔다,
그러고 보니, 저기 저 심연에 무언가 가라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사람은 대필작가이다, 타인의 인생을 활자로써 대신 살아주어야 하는 사람,
그는 자신의 활자를 소설로서 담아낼 수 없고 그에게 의뢰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설을 활자로서 뱉어낼 수 없어 맺어진 편이하지만 묘한 관계,



나이가 마흔쯤 되면 버릇이 옹이처럼 삶에 박힌다. 무심코 반복되는 그것들 속에 욕망도, 상처도, 사는 방식도 다 들어 있다. 생계 문제로 벌이는 게 아닌 한 도둑질도 연쇄살인도 결국엔 버릇이다. 그러니 삶을 바꾸려면 버릇을 바꾸어야 하는데, 버릇은 삶에서 나오는 것이라 먼저 바꿀 수가 없다. 나이 사십을 넘긴 사람에게 버릇을 바꾸라고 할 때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는 많은 시간동안 타인의 삶을 가능한 실제와 맞물릴 수 있도록 재구성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럴 것이라고, 버릇인 것이라고 나는 이해한다,
사건을 받아들임에 있어서 조금은 타인과 다른 공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내와 태인이, 그들과 숨 쉬던 공기들은 들숨이 되어 곧장 폐로 빨려들어가지 않는다, 곧장 날숨이 되어 연기처럼 흩어지지 않는다,
그 단어들은 심장으로 들어가기 전에 머리에서 문장으로 재배열되고 재배열되고 다시 재배열되어 침착하게 날숨으로 뭉쳐진다,
내가 심연에서 보았던 것은 뱉어내기 어려웠던 한 줌의 숨덩이들이 아니었을까,

나의 그 곳을 향한 아릿한 응시는 막걸리를 한 모금 들이켠 몽롱한 시선일 것이라 생각한다,
심연에서 수면 위를 바라보는 그는 과연 뜻밖이었다, 라고 생각할까,


두둥게둥실,
수면 위를 찰랑거리는 뗏목과 나,는


며칠 후, 일상에 존재한다,
그를 만나기 전, 그리고 만나고 난 후에도 물론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의 뜻을 마지막까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심연까지 들어가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았다고 해야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가만히 응시하고 있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 편이 오래도록 생각하게 만드니까,

그것은 책꽂이의 세번째 칸 여섯번째 책으로 꽂힐 만한 이름으로 그 곳에 존재할 것이라 생각하니까 말이다,





episOde,11 임영택_ 아홉번째 두번째 대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episOde,9 조너선 사프란 포어_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_ 넌 운전사와 농담을 했지만, 속으로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
  운전사를 웃겨야 할 만큼 넌 고통스러웠던 거야.
  묘지에 닿아 빈 관을 내렸을 때, 너는 상처받은 짐승이었어.
  아직도 그 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고 있어.
  그 소리는 바로 내가 사십 년간 찾아 헤맸던 것, 내 삶과 자서전이 되길 바랐던 것이었어._ 






검색창에 '드레스덴 폭격'을 넣었어,
검색창에 '9.11테러'를 넣었어,


말려 올라가는 사진들.

말려 올라가는 활자들.

그리고,

풀려 떨어지는 사람들.

풀려 떨어지는 폭탄들.



나는 그 곳에 있어,
그 곳은 내가 살고 있는 우주를 벗어난 느낌이었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그 곳에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졌어, 오로지 존재하지 않는 껍데기들의 천지였어,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어, 껍데기들도 입을 다물지 못했어,

다물어지지 않는 입으로
무엇을 위한 것이었어,라고 물었어,

다물 수 없는 입으로
실리와 명분의 존재는 인간의 존재를 넘어설 수 있는 거라고, 껍데기들은 대답했어,

굳게 다문 입의 누군가는
입 다물어, 라고 매섭게 소리를 쳤어, 그 소리 너머



나는 이 곳에 있어,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진 지금의 우주'에 나는 있어, 그러니까
'여러 조건들이 맞아 떨어진 지금의 우주'에 나는 존재하고 있어,라니


이게 다 무슨 의미일까,


한 번의 클릭,
검지 손가락 관절의 짧은 움직임만으로


지나가버린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 그러나 지나가버린 시간을 바꿀 수는 없었어, 당연한 소리지
그렇다면 다가올 시간도 앞서갈 수는 없지만, 다가올 시간을 바꿀 수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인거지, 
 

뒤를 돌아보고 싶지도 않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도 않아, 그래 오스카, 너의 말처럼 '부츠가 무거워' 졌어,


나는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_ 누구나 가끔은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가 있잖니,
우리는 모든 규칙들로 생활을 더 쉽게 만들려고 애썼고, 힘들이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들려고 애썼어. 하지만 무와 존재 사이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어, 아침이면 무인 꽃병이 잃어버린 누군가의 기억처럼 존재의 그림자를 던졌어, 무슨 말을 할 수 있었겠니, 밤이면 손님용 침실에서 무인 불빛이 무인 문 아래로 흘러나와 존재인 복도를 물들였지, 무슨 말을 하겠니. 무심코 무를 가로지르지 않고서는 존재에서 존재로 나아가기가 어려워졌단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집은 존재보다 무에 가까워졌어, 그 자체로는 문제 될 것이 없었어, 잘된 일일 수도 있었지, 그것이 우리에게 구원이 될 수도 있었어. 하지만 우리는 점점 악화되어 갔단다. 어느 날 오후 작은 침실의 소파에 앉아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내가 존재의 섬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_



존재의 섬이라구?
무로 둘러싸인 존재의 섬,이라니



나는 살아지고 있는 것일까,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일련의 사건들이 고리에 고리를 엮어서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 가고 있는 거야, 일련의 사건들의 순환은 나를 만들었어, 일련의 사건들의 순환으로 태어난 내가 또 하나의 존재를 만들어가고 있어, 나는 존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거야, 
 

다시 핀셋을 집어 존재라는 기준점을 나에게서 사건으로 옮겨 보면, 
 

다시 결국 ' 여러 조건이 맞아 떨어진 지금에 우주'에
있어, 나는



_ 너를 볼 때면, 내 삶이 이해가 되었어. 너란 존재를 이 세상에 있게 하기 위해 그 모든 것이 다 필요했던 거야. 세상에 네 노래들. 내 부모님의 삶도 이해가 되었어. 조부모님의 삶도. 언니의 삶까지도. 하지만 난 진실을 알고 있었지. 그래서 이토록 슬픈 거야.
지금 이 순간 이전의 모든 순간이 바로 이 순간에 달려 있어. _



내가 살아내고 있는 모든 것이 다 필요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흔들리는 가지를 겨우 모래밭에 꽂아놓고는 참아낼 수 있는 거니,
삶의 페이지들을 단 한쪽이라도 찢지 않을 용기가 있는 것일까,


타자를 두드리는 이 순간도 결국은 필요할 수 밖에 없었던 거라고 말해줘,
말을 하지 못한다면,



손바닥을,



왼손,

오른손,





_ 그날 밤만 밤이었던 건 아니니까.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니?
  나는 몸을 모로 누이고 언니 옆에서 잠들었지.
  너에게 지금까지 전하려 했던 모든 이야기의 요점은 바로 이것이란다, 오스카.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할머니가._





보여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episOde,6 정혜윤_침대와 책

 

_ 요즘엔 갈등을 인체에 받아들이는 방식에 관한 멋진 문장을 찾아 실용화하는 중이다.

 '매일의 작은 모욕감은 간이 맡는다. 췌장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충격을 관장한다. 췌장이 얼마나 많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 당신이 안다면 놀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은 오른쪽 신장이 맡는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느끼는 실망은 왼쪽 신장이 맡는다. 개인적인 실패는 창자의 몫이다.'

이 문장은 뉴욕의 떠오르는 별 니콜 크라우스가 사랑의 역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차례차례 몽땅 다 잃고 혼자 살아남은 폴란드계 유대 노인이 고통을 처리하는 방식을 설명한 글이다._

 
 



 

그것은, 10년 01월 02일 토요일_  (처음 언니와 합심하여 여행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음모를 논한, 우리 자매의 우애의 날이라도 칭해도 딱히 무방할) _ 침대와 책을 만났다, 이것은 실로 어려운 만남이었다고 기억한다, 지난 날 '재고가 없다 그러니 주문을 해라'라는 말은 강남, 그리고 천안 교보에서까지 되풀이되었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꽤나 씁쓸했다, 퇴짜맞고 돌아오는 취업준비생의 기분이 이런걸까, 라며 으레 짐작을 떨어본다, 오로지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너를 가질 수 있을 줄 알았어, 약간의 애간장을 감미한 너는, 좀 도도한 녀석이군, 이럴수록 점점 더 불타 올랐던 소유욕은 언젠가는 너의 콧대를 꺽고 말겠어,라는 말과 함께 뜨거운 콧김으로 연소된다, 힘이 빠진다, 배가 고픈가, 문득 오리온 치토스가 먹고 싶어진다, 아련한 기억속의 치토스, 언젠가 먹고 말거야 치.토.스.!

라거나 말거나,  

나는 결국, 수원의 북스리브로에서 가지런히 꽂혀있던  침대와 책을 손에 쥐었다, 후후후, 나는 나의 입가에 번지는 회심의 미소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제 너를 머리 맡에 두고 두고 베개 삼아주겠다, 더불어 침도 흘려주겠다,

나의 고약한 배게가 된 경위를 소개하자면 여기까지, 그런데 잠깐, 세상에 이런 베개도 있다는 걸 어떻게 알게 되었지, 곰곰곰...히 생각해보니 기억나지 않는다, 모르겠다, 까먹었다, 정말 배가 고픈가, 

집착은 때론 기억의 상실을 만든다, 더불어 배고픔도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다, 라며 이 문제는 그냥 덮어두기로 한다, 

 

*

 

넬의 음율이 귓가로 흘러들어서, 김종완이 목소리가 마음에 아련히 스며들었다, 오늘은 그러했다,  

나는 우울했다, 김종완의 목소리외의  모든 사물과 사람들과 사건들은 심드렁했다,
뚜렷한 이유없는 우울은 침울하게 만들었다, 뚜렷한 실체가 없는 문제는 해결하기가 힘들어진다,
나는 도움을 빌리기로 했다,

 

'나는 좀 심드렁하다'

 

 

엄마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요는 밥을 잘 챙겨 먹으라는 것이였다, 심드렁하게 알았다고 했다,

정모씨는, 안녕이라는 인사를 건내고, 백수가 그렇다는 말을 꺼낸 후, 땡큐를 날렸다, 나는 용기를 내어 지구 심연의 자기력이 나의 몸 전체를 끌어 당기고 있어 그러니 네가 반대편에서 나를 힘껏 당겨서 제자리로 오게 해줘, 라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그러니까 뭐가 필요하냔 말이다,라는 답문을 보내왔다, 그의 활자로부터 깊은 자괴심이 몰려왔다, 지구의 심연으로 두 발짝 가까워졌다, 

권모씨는, 기지배,라는 추임새를 넣으며 산 탈때가 되었다는 시기적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나의 우울은 좀 주기적인 것 같다는 한숨 섞인 말을 내뱉었더니, 봄을 타는구나 너가 여자란 증거야 만끽하려무나,라는 청소년이 꼭 읽어야 할 한국 단편 소설 20선 속 어딘가에 포함 되었을 만한 문장 한 자락같은 답문을 보내왔다, 웃음이 나왔다, 우울을 만끽하는 웃음은 이런거니, 니가 옆에 있으면 보여주고 싶었다,

봄을 타는 기지배같은 웃음을 짓고 있는 사이, 봄인데 바람이 분다 따뜻해지면 우리 사진기들고 출사 가자는 문자가 날라왔다. 강모씨였다, 뜬금없는 문자, 역시나 신기한 녀석이었다, 너 내가 봄타는 거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다, 친구라서 알았다고 했다, 역시나 희한한 녀석이었다, 웃는데 정말로 눈물이 흐를 것도 같았다,

저녁무렵, 정모씨한테서 다시 연락이 왔다, 지구의 심연에 두 발짝 가까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구해 주려고 했던 것인지, 이번 주말에 뭐 하고 싶은 거 있냐고 손을 내밀었다, 따뜻하고 큰 손이다, 고맙지만 사양하는 듯한 뉘앙스로 손을 잡는 대신 니 욕을 한다고 말해줬다, 그러자 다시 손을 거뒀다, 너는 정말 나를 혹독하게 단련시킨다, 그러나 미련은 없다,

 

 

내 우울 때문에 다른 인간을 할퀴고 싶지 않은 날에는 _

1.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토성 편을 펼쳐든다. 토성 편에는 파이어니어 11호 발사 후 5년 정도 경과한 시점인 1979년 8월 26일에 찍은 토성의 고리 사진이 실려 있다. 토성의 가장 큰 위성인 타이탄을 발견한 하위헌스는 토성의 궤도 특성을 연구한 뒤 이런 글을 쓴다. '토성은 태양을 30년에 한 번씩 공전하기 때문에 토성과 그 위성에서의 계절 변화는 지구에서보다 훨씬 느리게 진행된다.

2. 수전 손택은 그녀의 책 우울한 열정에서 토성의 영향을 받았다고 스스로 ㅜ장한 슬픈학자를 우리에게 소개한다. 바로 발터 벤야민이다. (7월 15일생) 발터 벤야민을 이렇게 고백한다. 나는 토성의 아래 태어났다. 가장 느리게 공전하는 별, 우회와 지연이 행성.

자신의 우울을 토성적 기질 때문이라고 설명한 발터 벤야민은,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본질적인 외로움, 인생에서의 성공에 대한 공포, 우유부단, 둔감, 느림, 실수를 잘하는 것, 고집, 서투르고 멍청해 보이는 것, 눈에 들어오는 것의 3분의 1밖에 보지 못하는 시선, 사람에 대해선 신의가 없지만 사물에 대해선 신의가 있어 열광적인 수집가가 되는 것, 내성적 성향을 의지박약 탓으로 돌리는 것, 사물적인 지배에 항상 위협을 받는 것,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데서 무언가를 발견하길 좋아하는 것, 그래서 결정적인 일격은 항상 왼손으로 날린 주먹이라 생각하는 것,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끌어내기 등등으로 정의한다. 수잔 손택은 특히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끌어내기'란 표현에 대해 아주 멋진 해석을 붙였는데 이런 행위야말로 바로 우울함을 쾌활함으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3.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_ 나는 그렇고 그런 일상을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의 이런 말도 안 되는 너스레가 솔직히 말해서 눈물나게 좋다. 이것이야 말로 토성 아래 있는 인간이, 우울함을 쾌활함으로 바꾸려고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초현실주의적 행위가 아니고 뭐겠는가? 이게 가능한 사람은 토성과 평생에 걸친 사랑을 시작해도 좋고, 우울증을 평생 자신의 자질 중 하나로 안고 살아도 좋다.

라는 것은, 위안이 되는 말이다, 나의 베개가 들려주는 말이 토닥토닥 나를 위로해준다, 이것은 주기적인 것이므로 어쩌면 나의 자질일 수도 있다, 나의 전체를 구성하는 나의 일부분, 이라고 생각을 해보니 오늘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오늘 나는 우회와 지연의 행성, 토성의 지배하에 있었다, 그러니 발터 벤야민의 해석에 따라 사소한 것에서 의미를 끌어내본다, 사람들의 말 하나하나에 나름의 해석을 달아보았더니 어느새 우울함이 쾌활함이 된다, 그것은 봄을 타는 여자로서 당연히 만끽해야하는 우울한 웃음이랄까, 권모씨의 말을 빌리자면 말이다,
 

역시나 이런 말도 안되는 너스레는, 솔직히 말해서 눈물나게 좋은것이다,라고 공감한다, 나를 할퀴지 않고 타인을 할퀴지 않고 토성의 탓으로 봄의 탓으로 지구의 자기력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들은 나의 우울을 받아주기에 무궁한 깊이와 넓이를 자랑한다, 당연히 만족스럽다,  
 

우울한 나는 녀석을 머리에 괴었다, 몸이 편안하다, 역시나 마음에 위안이 된다,
물론, 베개의 말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넓게 스며들고 깊게 파고드는 말들을 많이 해주었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기로 한다,
나는 쓸모없고 미련한 잡념에서 벗어난다,

졸리다,

 

 

 혹시,이런 베개가 탐이 난다면, 수소문해라, 그녀는 도도하다, 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보통의 존재
이석원 지음 / 달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든 것은 어느 날, 자신이 결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섬뜩한 자각을 하게 된 어떤 사건으로부터 비롯되었다.'





episOde,4 이석원_ 보통의 존재 
 






이 책은, 어떻게 관심이 가게 되었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작가도 생소했고, 산문집도 즐기지 않았는데,  어떻게 해서 나의 손은 사락사락 종이 넘기는 소리를 연주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책을 구입하면, 앞 표지의 뒷장에 구입날짜를 써 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그날에 대해 그리 긴 작문을 하지 않아도 그때의 감정의 소리들을 다시금 되새겨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꽤 유용한 일기장이 된다,
그러니까, 이 책의 연주에 마음을 맡기고 있을 그즈음 나는 , 문장의 음율 하나하나가 다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마음이었다,

이석원의 독백은 나의 독백,
이석원의 방백은 또한 나의 방백,이라고 느끼는 이 묘한 카타르시스
나의 생각을 같은 의미의 언어로 풀어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 라고 느끼게 될 때면, 정말이지 하늘아래 나는 혼자가 아니다, 적어도 이석원만은 같이 있어 주지 않던가,
라며 그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크로스를 맺고 싶어지는 이 순간,



1. 나는 언제나 손을 잡았을 때 아무런 느낌이 없으면 그것으로 사랑도 끝났다고 생각했다. 한번도 열정이 없어진 사랑을 이어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껏 공공연히 나의 사랑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이기도 했다.



사랑의 유효기간,이라구?
덜컹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하이파이브 크로스!

사랑의 유효기간, 이라는 것에 골몰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마음 속 깊이 소통했던 사람들과 만났다 헤어지고 만났다 헤어지면서 그 과정 속에는 어떤 유효기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인연이 그거 밖에 안된다는 것과 같은 말은, 우리의 유효기간은 이거 밖에 안된다는 것,

그것은 문득 서울우유를 먹다가도 생각했다. 이제부터 제조일자와 유통기간을 모두 확인하세요,라는 친절한 광고 멘트를 떠올리니 다시 어디선가 사람과의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제조일자와 유효기간을 모두 염두해두세요, 라는 말이 어디선가 친절하게 들리는 듯도 했다,
그 시간을 벗어나면 결국은, 부패되는 것일까, 신선함을 자랑했던 이 우유처럼,

누군가를 만날때 그 사람과의 소통가능한 제조일자와 원활한 소통이 지속가능한 유효기간을 확인하고 만남을 이어간다면, 우리의 시간은 부패되지 않고 기억의 보관함에서 신선하게 유지 될 수 있을까, 라고 입가에 우유의 흔적을 남긴채 생각한다.
물론, 어림없는 소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좋은 기억만 간직하길 바라는 나의 부질없는 이기심,
어쩌면,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두려워진 나약한 이기심, 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맨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의 손이 꽤 인상적이었다, 피아노를 쳤다고 했다, 때문인지 사물을 집는 손가락이 섬세하고 길었으며, 손바닥은 머리 위에서 내리는 눈이 한아름 담길 만큼 컸다, 내 손은 차가웠고 그래서 그의 손은 따뜻했다,

니 손을 잡아도 아무런 느낌이 없어,

라고 말을 했던 것 같다, 유효기간이 지나 서서히 부패되는 과정의 독특한 냄새를 풍기려 할즈음, 나는 그렇게 말을 꺼냈다, 우유 속 응어리진 하얀 단백질처럼 어느새 마음속에 자리잡은 뭉텅거리던 그 말을 나는 목구멍에서 부드럽게 토해내고 있었다,

그리고 껍데기만 남았다,
내용물이 버려진 빈 각을 재활용 할 수 있을지는 이제, 각자의 몫으로 남았다,

영원히 부패되지 않을 그 무엇으로 담겼으면 좋겠다, 아니다, 오래도록 먹을 수 있는 콜라나 사이다가 담겼으면 좋겠다, 아니다, 니가 좋아하는 레몬에이드나 아메리카노가 담겼으면 좋겠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뿐이다,



2. 타인을 사귈 때에 그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어떤 동기에서 동력을 받아 행해지게 될까. 고통이란 매우 강력한 사랑의 촉매제로 작용한다. 자신을 평화롭게 하는 이에게는 결코 간절함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고통으로 자극받게 되면 엄청난 정열을 품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고통은 지극한 이해를 부르기도 한다. 잘못은 상대방이 했는데 정작 나는 어떻게든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고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나 자신을 설득하고 나 자신과 싸우고 있는 것이다. 상대로 인해 생겨난 분노의 감정이 상대방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과 판단을 바꿔놓는 이 아이러니.


이 문장 또한 역시, 그때의 나로 돌아가게 했다,
고통받기 때문에 이해하려는 것인지, 이해하려고 하기때문에 고통받는 것인지,
이 고리의 연속순환이 시작되면서, 나는 이해와 오해의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걸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와 함께한 시간을 이해한 것일까 오해한 것일까,라고 물고 늘어지게 될쯤, 


3. 연애란?
누군가의 필요의 일부가 되는 것
그러다가 경험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는 결론의 일부가 되는 것



나중에는, 두서없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석원이 말하는 그 결론의 일부를, 두서없이,
이것은, 그저 그때의 나를 이해하기 위한 하릴없는 짓거리일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말이다,
너나 나나 결국은, 보통의 존재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손님들은 택시운전사를 하나의 떳떳한 직업인으로 인정하였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 말은 곧 현실은 '직업에 귀천이 있는 사회'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왜냐하면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에서는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말이 강조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pisOde,3 홍세화_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벌써2년,


정말이지,
밥벌이의 지겨움은 참 주기적인 것이다,
손바닥에 쌀알 만큼의 흥미가 붙었다가도 다시금 톡톡 털어버리고 싶은 일상의 지겨움, 매너리즘의 늪,

대학을 졸업을 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첫 직장에서 일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목록의 단연 첫 순위로 꼽은 것은,
'가족같은 분위기' 란 항목이였다,

당신은 왜 이곳을 지원하게 되었나요
당신이 이 곳에서 일하게 되면 특별히 바라는 게 있나요?
뭐, 예를 들자면,

1. 높은연봉
2. 체계적인시스템
3. 질높은복리후생
4. 정기적인 교육과 세미나 라거나,

가족같은 분위였으면 좋겠는데요, 
 아...... 가족같은 분위기라,

(라며 그들은 어색하게 말꼬리를 흐린다, 도무지 그들 심중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나 딱히 딴청피기 하기 뭣하여, 그들 의중의 너비를 헤아려 본다, 아마도,
추측 1, 우리는 그동안 어떤 마인드로 이 집단을 이끌어 왔는가, 우리는 가족같은 마인드로 저 어린 양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자숙과 성찰, 그리고 명상의 시간,
추측 2, 얘 뭐야, 뽑아놓으면 길어야 일주일 일하고 그만 둘 인물이구만이라며 속으로 쯧쯧쯧, 혀를 세번 차고 절레절레절레, 머리를 도리질 하는 것,
추측 3 ,얘 이거, 나 보고 지 부모노릇 하란 말이야, 허허 참, 의지박약한 캐릭터네, 막내로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이나 했으면 했더니, 그래도 뭐 일년 차 월급이면 경제적이니 우선 급한대로 한 일 년만 머릿수라도 채워볼까라며 내부 감정 순화 + 외부 안면 근육 컨트롤 중)


물론, 지금 묻는다면, 당연히 최고연봉과 아울러, 뭐니뭐니해도 주5일근무,휴가비지원,자기계발지원, 4대보험, 퇴직금, 장기근속자 포상, 우수사원 포상, 근무복 지급, 월차, 연장근로 수당, 연차, 정기휴가,경조휴가 명절 보너스 제공, 각종 경조금 제공, 월급여 외 추가 인센티브와 더불어 청소아주머니까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겠지만,


어쨌든,


막 사회생활이라는 방의 문턱을 넘는 순간의 염원은 그랬다, 내가 살던 집을 떠나 울타리 밖을 내딛게 되었을때 방황하다 어렵게 문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문고리를 잡을 듯 말 듯, 두 번 정도의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이 낯선 문을 열면 다시 나의 방이었으면 좋겠다고, 문을 여는 순간 우리집의 냄새로 한 올 한 올 머리 카락을 빗질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거기있는 당신, 그래요 당신, 당신과 나는 이제부터 '가족'인 거예요,


아시겠어요?


흥. 알긴,개뿔,
누군가 그랬다지요, '남이 안 보면 내다 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 이라고, 가족이란 것도 이러할진데, 하물며,라는 소리는 나의 비트있는 스타카토식 콧방귀와 함께 흩어진다,


흥이거나 핑이거나 빝으 빡쓰이거나,


'인간관계란 무릇 상대적이다. 사람은 상대방이 자기에게 사람 대접을 해줄 때, 상대를 사람 대접해줄 수 있다.'  라는 세화 아저씨의 말을 듣고보니,


나와 2년을 함께 일한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뭐 따지고 보면,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들이 있나, 각기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처한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거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사람들이고, 참 짜증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짜증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나를 사람 대접 해줄 때도 있고 사람 대접 안해 줄 때도 있고, 내가 그들에게 도로 그 대접을 다시 돌려줄 때도 있고 대접 안에 뭔가가 들어있기를 기대하지 않고 줄 때도 있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돌려 받은 대접이 빈 그릇이면 어김없이 뭔가 서운해하면서,


그렇게 숫한 대접을 돌려가며,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머릿수를 채우고 있었구나,


생각을 해보니,
사실, 어린 마음에 경력도 많고 그러기에 나이도 많은 어른신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벌리고 있었던 손에는, 초코렛 한봉지가, 또는 따가운 매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초코렛도 달게 먹고 따가운 매도 달게 맞았다
라면 거짓말 이고,


때로는 자신의 일처리 과정 중의 치부를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 화가 나기도 했다, 그들은 깨끗하지 못했고 어둘러 둘러대기 급급했다,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지 않았고, 그럴때마다 자신의 경력을 거들먹거리며,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생각은 그 만큼의 공든 탑이고 그래서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저렇게 후지게 나이를 먹지말자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도 이렇게 후지게 나이를 먹어 갈 것이다, 라는
막연한 두려움,
이것은, 호된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가 나는 저런 시어머닌 되지 말아야지 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의 식겁할 레퍼토리, 라지만


역시나 치부를 인정하지 않고, 과오를 회피하는 노련미를 발산하는 내 자신을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이어지는, 이 밥벌이의 지겨움
저 멀리 매너리즘의 늪에 빠져 표효하는
가엾은 한마리의 우루사여,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남이 당신을) 존중하게 하시오.

'똘레랑스는 '관용(寬容)'이라기보다 '용인(容忍)'이며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똘레랑스의 라틴어 어원이 'tolerare'로서 '참다' '견디다'를 뜻하는 점에서도 '용인'에 가깝습니다. '화이부동'에서 '부동'은 같지 않다를 뜻하는 게 아니라 '동화하지 않는다'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서로 화평하면서 획일화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양성과 '다름'을 존중하라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
그런데 그 정이 지나쳐서일까요? 참견을 잘하고 강요하는 사회인 것도 같습니다. 나와 다른 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똑같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하여 그 요구에 순응하면 한편이 되고 또 이른바 '정'을 주기도 하지만 따라오지 않으면 바로 적대관계로 돌변합니다. '


지난 봄, 상사의 지나친 정에서 비롯됐을 참견과 강요로, 동료를 잃은 경험이 있다, 나와 친구는 한 배에 함께 올랐다, 힘든 생활이었지만 그 속에서 서로는 의지가 되었다, 사회생활의 초석을 단단하게 다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사람들도 그런 우리를 배려해주려고 했다, 고마웠다,
우리가 함께 탄 배는 순탄하게 항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외부적으로만 그랬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내 친구는 항해를 포기 했다,
물론 그 친구가 내부의 균열을 가져오는 빌미를 만들었으나, 순식간에 그들은 그 빌미의 꼬뚜리를 놓치지 않고 자투리로 이어 나갔다, 그 자투리로 이어나간 거대한 천은 돛이 되었다, 처음부터 불순하게 만들어진 돛은 우리가 탄 배의 방향을 흩트려 놓았다, 배는 이리 쏠리고 저리 쏠렸다, 나도 친구도 그들도 어지러웠다, 현기증이 밀려왔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를 보는 그들의 시선의 색은 적대관계라는 빨간 줄로 변해있었다, 친구는 밥상의 가십거리가 되고 뒷담화의 핵심이 되어갔다, 용기가 없다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 발정도 뒷걸음쳐서 그 상황을 묵인하고 있었다,
친구는 연신 타이레놀만 삼켰다,


그리고 나는, 무섭다고 생각했다,
단지 '사람'이 무서운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상황'이 진정으로 무서웠다,


친구는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는 것,을 하지 못했고
그들도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는 것,을 하지 못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순응하고 내 편이 되주기만을 바랐다,


넌 내 편이 되어주어야 되는 거 아니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라고, 친구는 마지막 자리에서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두통이 밀려왔다,
나는 그 '상황'속에서 또 다시 내가 처한 '상황'의 이해만을 바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지럽다, 어렵다,
나는 여전히, 내가 살고 너가 살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어지럽고 어려워,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 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강물과 같은 시간이 흐르면,
나는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할 수 있을만한, 대접이 되어 있을까,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