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 개정판
홍세화 지음 / 창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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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님들은 택시운전사를 하나의 떳떳한 직업인으로 인정하였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 말들을 하지만 그 말은 곧 현실은 '직업에 귀천이 있는 사회'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증명한다. 왜냐하면 '직업에 귀천이 없는 사회'에서는 '직업엔 귀천이 없다'는 말이 강조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pisOde,3 홍세화_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벌써2년,


정말이지,
밥벌이의 지겨움은 참 주기적인 것이다,
손바닥에 쌀알 만큼의 흥미가 붙었다가도 다시금 톡톡 털어버리고 싶은 일상의 지겨움, 매너리즘의 늪,

대학을 졸업을 하고 취업을 준비하면서,
첫 직장에서 일년 이상 버틸 수 있는 목록의 단연 첫 순위로 꼽은 것은,
'가족같은 분위기' 란 항목이였다,

당신은 왜 이곳을 지원하게 되었나요
당신이 이 곳에서 일하게 되면 특별히 바라는 게 있나요?
뭐, 예를 들자면,

1. 높은연봉
2. 체계적인시스템
3. 질높은복리후생
4. 정기적인 교육과 세미나 라거나,

가족같은 분위였으면 좋겠는데요, 
 아...... 가족같은 분위기라,

(라며 그들은 어색하게 말꼬리를 흐린다, 도무지 그들 심중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으나 딱히 딴청피기 하기 뭣하여, 그들 의중의 너비를 헤아려 본다, 아마도,
추측 1, 우리는 그동안 어떤 마인드로 이 집단을 이끌어 왔는가, 우리는 가족같은 마인드로 저 어린 양를 구원해 줄 수 있을까라는 주제로 자숙과 성찰, 그리고 명상의 시간,
추측 2, 얘 뭐야, 뽑아놓으면 길어야 일주일 일하고 그만 둘 인물이구만이라며 속으로 쯧쯧쯧, 혀를 세번 차고 절레절레절레, 머리를 도리질 하는 것,
추측 3 ,얘 이거, 나 보고 지 부모노릇 하란 말이야, 허허 참, 의지박약한 캐릭터네, 막내로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이나 했으면 했더니, 그래도 뭐 일년 차 월급이면 경제적이니 우선 급한대로 한 일 년만 머릿수라도 채워볼까라며 내부 감정 순화 + 외부 안면 근육 컨트롤 중)


물론, 지금 묻는다면, 당연히 최고연봉과 아울러, 뭐니뭐니해도 주5일근무,휴가비지원,자기계발지원, 4대보험, 퇴직금, 장기근속자 포상, 우수사원 포상, 근무복 지급, 월차, 연장근로 수당, 연차, 정기휴가,경조휴가 명절 보너스 제공, 각종 경조금 제공, 월급여 외 추가 인센티브와 더불어 청소아주머니까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겠지만,


어쨌든,


막 사회생활이라는 방의 문턱을 넘는 순간의 염원은 그랬다, 내가 살던 집을 떠나 울타리 밖을 내딛게 되었을때 방황하다 어렵게 문을 발견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문고리를 잡을 듯 말 듯, 두 번 정도의 헛기침을 내뱉으면서 이 낯선 문을 열면 다시 나의 방이었으면 좋겠다고, 문을 여는 순간 우리집의 냄새로 한 올 한 올 머리 카락을 빗질했으면 좋겠다고, 그러니까 거기있는 당신, 그래요 당신, 당신과 나는 이제부터 '가족'인 거예요,


아시겠어요?


흥. 알긴,개뿔,
누군가 그랬다지요, '남이 안 보면 내다 버리고 싶은 것이 가족' 이라고, 가족이란 것도 이러할진데, 하물며,라는 소리는 나의 비트있는 스타카토식 콧방귀와 함께 흩어진다,


흥이거나 핑이거나 빝으 빡쓰이거나,


'인간관계란 무릇 상대적이다. 사람은 상대방이 자기에게 사람 대접을 해줄 때, 상대를 사람 대접해줄 수 있다.'  라는 세화 아저씨의 말을 듣고보니,


나와 2년을 함께 일한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뭐 따지고 보면, 절대적으로 나쁜 사람들이 있나, 각기 사람에 따라 그 사람의 처한 상황에 따라 상대적인 거지만, 좋은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사람들이고, 참 짜증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짜증나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나를 사람 대접 해줄 때도 있고 사람 대접 안해 줄 때도 있고, 내가 그들에게 도로 그 대접을 다시 돌려줄 때도 있고 대접 안에 뭔가가 들어있기를 기대하지 않고 줄 때도 있고,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돌려 받은 대접이 빈 그릇이면 어김없이 뭔가 서운해하면서,


그렇게 숫한 대접을 돌려가며,
어느덧 2년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머릿수를 채우고 있었구나,


생각을 해보니,
사실, 어린 마음에 경력도 많고 그러기에 나이도 많은 어른신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벌리고 있었던 손에는, 초코렛 한봉지가, 또는 따가운 매가 올려져 있었다,


나는 초코렛도 달게 먹고 따가운 매도 달게 맞았다
라면 거짓말 이고,


때로는 자신의 일처리 과정 중의 치부를 인정을 하지 않는 것이 화가 나기도 했다, 그들은 깨끗하지 못했고 어둘러 둘러대기 급급했다, 자신의 과오를 책임지지 않았고, 그럴때마다 자신의 경력을 거들먹거리며, 자신의 경험에서 나오는 생각은 그 만큼의 공든 탑이고 그래서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고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나는 저렇게 후지게 나이를 먹지말자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나도 이렇게 후지게 나이를 먹어 갈 것이다, 라는
막연한 두려움,
이것은, 호된 시집살이 하는 며느리가 나는 저런 시어머닌 되지 말아야지 하는 것과 유사한 맥락의 식겁할 레퍼토리, 라지만


역시나 치부를 인정하지 않고, 과오를 회피하는 노련미를 발산하는 내 자신을 문득 ,깨닫게 되는 순간에는,
어김없이 이어지는, 이 밥벌이의 지겨움
저 멀리 매너리즘의 늪에 빠져 표효하는
가엾은 한마리의 우루사여,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남이 당신을) 존중하게 하시오.

'똘레랑스는 '관용(寬容)'이라기보다 '용인(容忍)'이며 '화이부동(和而不同)'입니다. 똘레랑스의 라틴어 어원이 'tolerare'로서 '참다' '견디다'를 뜻하는 점에서도 '용인'에 가깝습니다. '화이부동'에서 '부동'은 같지 않다를 뜻하는 게 아니라 '동화하지 않는다'를 뜻합니다. 다시 말해, '서로 화평하면서 획일화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다양성과 '다름'을 존중하라는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
그런데 그 정이 지나쳐서일까요? 참견을 잘하고 강요하는 사회인 것도 같습니다. 나와 다른 남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똑같이 되기를 요구합니다. 그리하여 그 요구에 순응하면 한편이 되고 또 이른바 '정'을 주기도 하지만 따라오지 않으면 바로 적대관계로 돌변합니다. '


지난 봄, 상사의 지나친 정에서 비롯됐을 참견과 강요로, 동료를 잃은 경험이 있다, 나와 친구는 한 배에 함께 올랐다, 힘든 생활이었지만 그 속에서 서로는 의지가 되었다, 사회생활의 초석을 단단하게 다지는 과정이라 생각했다, 사람들도 그런 우리를 배려해주려고 했다, 고마웠다,
우리가 함께 탄 배는 순탄하게 항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외부적으로만 그랬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내 친구는 항해를 포기 했다,
물론 그 친구가 내부의 균열을 가져오는 빌미를 만들었으나, 순식간에 그들은 그 빌미의 꼬뚜리를 놓치지 않고 자투리로 이어 나갔다, 그 자투리로 이어나간 거대한 천은 돛이 되었다, 처음부터 불순하게 만들어진 돛은 우리가 탄 배의 방향을 흩트려 놓았다, 배는 이리 쏠리고 저리 쏠렸다, 나도 친구도 그들도 어지러웠다, 현기증이 밀려왔다,
언제부터인가 친구를 보는 그들의 시선의 색은 적대관계라는 빨간 줄로 변해있었다, 친구는 밥상의 가십거리가 되고 뒷담화의 핵심이 되어갔다, 용기가 없다고 표현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 발정도 뒷걸음쳐서 그 상황을 묵인하고 있었다,
친구는 연신 타이레놀만 삼켰다,


그리고 나는, 무섭다고 생각했다,
단지 '사람'이 무서운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상황'이 진정으로 무서웠다,


친구는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는 것,을 하지 못했고
그들도
받아들이고, 참고, 견디는 것,을 하지 못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순응하고 내 편이 되주기만을 바랐다,


넌 내 편이 되어주어야 되는 거 아니야?

뭐라고 말 좀 해봐,


라고, 친구는 마지막 자리에서 나에게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나는, 뭐라고 말할 수 없을 만큼 두통이 밀려왔다,
나는 그 '상황'속에서 또 다시 내가 처한 '상황'의 이해만을 바라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어지럽다, 어렵다,
나는 여전히, 내가 살고 너가 살고 그들이 사는 세상이 어지럽고 어려워,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 허나 괴로 움에 이어서 오는 기쁨을 나는 또한 기억하고 있나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세월은 흐르고 나는 여기 있다.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하자.


강물과 같은 시간이 흐르면,
나는  

손과 손을 붙들고 마주 대할 수 있을만한, 대접이 되어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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