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카인드 womankind Vol.3 : 우리는 존엄하다 - 한국판, 3호 우먼카인드 womankind 3
우먼카인드 편집부 지음 / 바다출판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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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우먼카인드. Vol.3에서는 야크와 함께 티베트를 돌아본다.


티베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불교와 달라이라마일 듯하다. 이번 화에는 서양인 여성으로 두 번째 티베트 불교 승려가 된 텐진 빠모를 인터뷰했다. 티베트 수도승 사회는 남녀 차별이 만연해 여승들의 활동이 제한되어있었는데, 텐진 빠모는 이에 반대하여 여성 불교 수행자를 위한 수도원을 세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나는 무신론자로 종교에 뜻이 없는데, 불교에 왠지 모르게 끌리곤 한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는 수행, 자기 충족과 감사의 가치를 배우려는 모습. 텐진 빠모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나는 여전히 나로 살지 못하고 세상에 휘둘렸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달라이 라마 후계자 논란이었다. 후대 달라이 라마는 전대 달라이 라마가 예시한 내용을 토대로 환생했다고 여겨지는 아이를 찾아내어 시험을 치르고 선택한다고 한다. 그렇게 되살아나기를 거듭해 현재 14대에 이르렀다는 티베트 최고 지도자인 것이다. 그런데 중국은 중국 정부의 권한으로 달라이 라마를 선택하겠다고 선언했다. 1950년 중국의 식민지가 된 티베트는 독립을 위해 끝없이 외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자신들에게 복종할 지도자를 고르려는 것이리라. 한때 일본의 식민지였던 우리나라. 중국의 달라이 라마 선출과 일본이 시행한 창씨 개명에 같은 의도가 엿보인다.


14대 달라이 라마는 올해 87살이라고 한다. 후대 달라이 라마 선출로 티베트와 중국 사이에 어떠한 움직임이 생길지 기대가 되면서도 크게 우려된다.

"통제되지 않는 마음은 너의 적이나 너를 싫어하는 사람보다도 네게 훨씬 큰 해를 끼치리라."-석가모니 - P10

리카르는 진정한 행복이란 특정한 활동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상태 그 자체에서 온다고 말한다. - P10

"인간의 행복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려 있다. 하룻밤새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는 대신 매일같이 인내하고 노력하는 인간만이 행복을 손에 놓을 수 있다. 행복은 시간과 노력을 재료로 만들어가는 것이다."-프리트리히 니체 - P11

티베트 불교에서는 수행자들에게 극적인 심리 변화를 요구하지 않거든요. 그들은 수련하고 활기차게 생활하며, 무엇보다 수행을 계속하길 원합니다. - P56

사람들은 인생이 아무리 잘 풀린다 해도 결코 완전한 만족에 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합니다. - P58

스스로 자기 자신의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에게 고독은 정말 멋진 경험을 선사할 거예요. - P59

우리는 한 걸음 물러서서 자신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향해 이런 진물은 던져야 해요. ‘이 생각의 정체는 뭘까?’‘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지?’‘이 생각은 어디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 P60

역할이란 우리의 본질과 다르며, 일시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것에 불과해요.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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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치핀 - 당신은 꼭 필요한 사람인가?
세스 고딘 지음, 윤영삼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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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이 책을 접했다. 한창 공교육에 분노가 차 있을 때라 그랬을까, 공교육과 현대 사회 모습을 비난하며 예술가가 되어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라!’ 외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그 후로 선택의 기로에 놓였을 때나 자존감이 떨어질 때마다 종종 꺼내 읽었다. 최근에 또 한 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고 내가 하는 선택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래서 린치핀을 꺼냈다.

 

세스 고딘은 21세기 최고의 마케터라 불린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MBA를 취득했고 마케팅 기업 요요다인을 설립했다. 요요다인이 야후에 합병된 후에는 야후 마케팅 담당 부사장을 일임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활발히 기업을 상대로 강연하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마케팅 구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세스 고딘은 마케팅이다》 《트라이브즈》 《보랏빛 소가 온다》 《더 딥등 많은 책을 냈으며 그중에서도 보랏빛 소가 온다는 마케터라면 반드시 읽는 책이라고 한다. ‘보랏빛 소(Purple Cow)는 대중적인 제품보다 새롭고 흥미진진한, 눈에 확 띄는 제품을 일컫는다. 그런 제품이라야 시장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린치핀도 똑같다. 누구든 대체될 수 있는 톱니바퀴 같은 사람이 아닌, 없으면 안 되는 사람, 눈에 확 띄는 사람, , 보랏빛 인간이 되라는 말이다.

 

세스 고딘은 린치핀예술가라 칭한다. 연예인, 작곡가, 화가 같은 직업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든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사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는 회사에서도 예술가가 될 수 있다. 예술가, 린치핀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무언가를 만들어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리라. 만약 현재의 직장에서 아무런 의지도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면? 의욕이 나는 일을 찾아내야 한다. 그 일을 찾아낸다고 해도 아주 많은 고민에 휩싸일 것이다. 내 선택이 맞는지, 이 선택을 해도 되는지, 지금 직장은? 그럼 월급은? 내 미래는? 이렇게 우리는 저항에 가로막히고 불안에 떨게 된다. 세스 고딘은 이러한 감정은 도마뱀 뇌때문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겁 많고 화를 잘 내며 충동적인 성향. 불안을 회피하고 안전만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이는 누구에게나 나타나니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책을 읽고 나면 세스 고딘이 말하고자 하는 린치핀이 어떤 사람인지 명확히 알게 된다. 내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린치핀은 단단한 사람이다. 불안한 감정에도 자기감정을 또렷이 파악하고 스스로 선택할 줄 알며, 그 선택에 책임을 질 줄 아는 사람, 남들이 틀렸다고 말하더라도 자신의 의지를 믿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 말이다. 어찌 보면 어떠한 재능보다도,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들리는 풍문보다도, 이러한 마음가짐과 단단함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런 사람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린치핀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지금 직장에서 시간만 때우고 있다면, 선택에 기로에 놓여있다면, 자신의 선택에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우리 모두 린치핀이 될 수 있다.

어떤 나라, 어떤 기업을 가도 사람들은 남이 무엇인가 시키기만을 기다린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일을 통제하고, 권한을 가지고,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는 척을 한다. 하지만 하나를 포기하라고 하면,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자신의 바람을 포기한다. - P22

할 수 없는 것인가? 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 P53

어떤 사람에게 유별나고 독창적인 일을 해보라고 이야기하면 그들은 대개 창조적 해법의 뿌리를 찾기보다는 가장 사소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요소만 바꾼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 P69

자신이 밀고 가는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는 두 번째 문제다. 중요한 것은 계속 나아간다는 것이다. - P80

예술을 창조하고 관대함을 실천하고 창조성을 드러내는 일이 힘든 이유는 그것이 감정노동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게 닥친 일을 지도 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는 비전과 의지가 필요하다.
감정노동은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 감정노동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은 선택의 심연 속으로 들어가 거기서 길을 찾는 일이다. - P88

두려워하지 말아야 할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P99

열정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을 어떻게든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 P139

뒤늦게 허둥대지 말고 처음부터 조심하라. 뒤늦게 용기 내지말고 일찍 뛰어들라. 나중에 몰아치지 말고 지금부터 채찍질하라. - P158

다른 사람이 만들어준 임무목록을 바쁘게 해치우는 일은 자신만의 지도를 만드는 일과 같지 않다. - P170

그래서 실패하면, 어떻게 되는가? - P171

이런 두려움을 약화시키는 해독제는 이길 수 있는 방법과 통로를 다양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럴 경우 어떤 협상도, 어떤 제안도 모든 성패를 좌우하는 중대한 의미를 갖지 못한다. 목숨 걸고 성취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면 목숨 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 P186

일을 마치는 것의 핵심은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일을 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 P192

‘아마도’ ‘어쩌면’과 같은 안이한 생각을 하기보다는 무조건 달린다. - P193

자신의 예술은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
온갖 핑계와 사회적인 시선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
어떤 예술을 하든, 예술을 창조하는 길을 가고자 한다면 그 길은 짧지도 않고 쉽지도 않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 P196

불안은 쓸모없는 상상일 뿐이다. 불안은 ‘공포에 대한 공포’다. 다시 말해 아무런 의미 없는 공포다. - P201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위험이라고 해봤자, 약간의 시간을 손해 보는 것과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는 것이다. (어차피 시간은 손해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떻게든 낭비하고 말 것이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 P208

언덕 아래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꼭대기에서 일을 시작하는 것이다. 처음 출발할 때 한 번 힘을 주기만 하면 일은 점점 빨라지고 커진다. - P213

기대와 집착 같은 것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앞에 놓인 도전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고 이해한다. - P256

내가 설정하지 않은 의제는 내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어주지 않는다. 그것이 왜 나의 의제가 되어야 하는가? - P282

불안이 느껴질 때 마음을 침착하게 다스리고, 보상없이 일을 하고, 통찰력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 P299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맞닥뜨리는 저항을 극복해내야 할 만큼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P301

그에게 기회는 단 한 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백 번 있었다. - P304

자신의 예술을 하라. 하지만 그런 예술이 생활비를 벌어들이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해서 망가뜨리는 일은 하지 마라. - P331

선택은 물론 두려운 것이다. 하지만 맞서야 한다.
...
성공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장벽은 선택이다.
내 손에 달려 있다.
...
그렇다면 현명한 것은 무엇일까? 후회 없이 사는 것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잡아끄는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저항이다. - P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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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Does the World Exist?: An Existential Detective Story (Paperback)
Jim Holt / W W Norton & Co Inc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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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전집과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영어 원서 읽기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영문이 이해된다는 재미. 번역된 글이 아닌 작가가 쓴 글을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기쁨. 해리포터 일러스트 버전은 출간이 더뎌, 어떤 원서를 읽어볼까 고민하다 이 책을 찾아보았다. 한국어본을 읽으려 장바구니에 넣어놨다가 번역이 영 별로라는 평을 보고 고민을 하던 중이더랬다. 하지만 여태 아동 문학과 청소년 문학만 봤던 내가 과연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외국에서 지내고 있는 오빠에게 연락했다.

오빠, 이런 책이 있는데 나 이거 읽을 수 있나?” 내가 물었다.

안 어려워 보이는데? 평이해. 작가가 글을 깔끔하게 잘 쓰네.”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언제까지 애들 책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읽어보자!’

그렇게 276일 만에 책을 다 읽었다. 물론 몇 개월 정도는 책을 못 볼만큼 바쁘기도 했지만, 그렇다 쳐도... 10개월이다. 아무튼 읽었다. 읽었는데... 읽었나?

 

짐 홀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 저널등에 글을 기고하는 과학 작가이다. Why does the world exist?2012년 뉴욕타임스가 뽑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으로, 고대부터 이어져 오던 질문 세상은 왜 무가 아니고 유인가?’를 관점에 따라 정리했다. 많은 철학자와 인터뷰하고 대화를 오롯이 적은 방식과 군더더기 없고 유머러스한 문장에 어려운 내용이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리처트 스윈번은 신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주장하고, 알렉스 빌렌킨은 양자의 변동을 언급했다. 로저 펜로즈는 플라토닉 월드를 위해서 수학적 대상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므로 세상은 무가 아닌 유인 것이라 말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짐 홀트는 이 주장을 집이 고민하며 허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책을 덮고 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해답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지식의 영역에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가 아는 지식 속으로 굴러떨어질 뿐이다. 삶과 진리의 최고 단계에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궁극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는 형이상학은 과학적 이론과는 거리가 먼 벽돌 더미에 불과하며, 거기에 함부로 달려든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이 회반죽도 바르지 않은 채 엉성한 벽돌집을 쌓아 올린다.

 

어느 책에선가 본 구절이다. 우주 존재 이유를 찾는 일이란 바로 엉성한 벽돌집을 쌓아 올리는 게 아닐까. 엉성한 벽돌이라도 쌓아보고 싶다면 너무 추천하는 책이다. 그러나 한국 번역본으로 읽을 것! 나처럼 어중간한 영어 실력이라면 지푸라기 초가집을 짓게 되리라.

Our prejudices creep into our philosophical thinking, especially when it touches on our lives. They cause us to look at certain arguments more carefully, more sensitively, and perhaps to overlook others. - P104

"On the question of why there is something rather than nothing, I’m not sure I know anything apart from the joke," Deutsch opened."How does it go? Oh yeah— ‘Even if there was nothing, you’d still be complaining!’"

if, qua impossible, you were to have an ultimate explanation - why reality was this way and not another - would be forever insoluble. - P125

Reality, n. The dream of a mad philosopher. - P196

"If we are to make sense of the view that to die is bad," Thomas Nagel has written, "it must be on the ground that life is a good and death is the corresponding deprivation or loss."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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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탄생 - 한국어가 바로 서는 살아 있는 번역 강의
이희재 지음 / 교양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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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수업을 들을 때 강사님이 추천해준 책이다. 책을 읽으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요약정리를 해놓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 했다. 그 당시에는 요약정리에 몰두해 요령만 빼내려 했던 것 같아 다시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번역가 사이에서도 직역을 하느냐, 의역을 하느냐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만큼 난제이다. 직역을 선호하는 번역가도 있지만 의역을 선호하는 번역가도 있으니 말이다. 이희재 번역가는 ‘1장 들이밀까, 길들일까에서 한국어의 개성을 지키는 쪽, 다시 말해서 의역으로 번역을 하는 것이 균형을 잡는 의미에서도 옳다고 소신 있게 말한다. 다만 직역을 한 표현이 한국어를 확장할 수 있다면 직역도 좋으니, 번역가라면 직역과 의역 사이에서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희재 번역가는 이 주장을 기초로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번역하는 법을 차근차근 설명해 나아간다. 김정선 교정 교열 전문가가 지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에서 다뤘던 ·의를 보이는 것·’, ‘-에 대한, -에 의한도 있고, 이강룡 번역가가 쓴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에서 강조한 부사 쓰기, 주어 생략, ///가의 차이점도 나온다. 왜 번역 수업에서 이 책을 다루는지 알 것 같아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다만 아쉬운 점은 주로 영어 예문과 영어 단어를 다루고 있어서 다른 언어를 번역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전부를 가져가지는 못할 듯하다는 것이다.


번역하는 법을 설명하는 책을 몇 권 읽어보니 번역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어 어휘력인 듯하다. 이 명사엔 어떤 형용사가 잘 어울리는지, 이 동사에는 어떤 부사를 자주 쓰는지, 이러한 말뭉치가 자연스레 떠오르고, 다양한 유의어들이 마인드맵처럼 머릿속에 펼쳐진다면 그제야 한국어다운 번역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은 2009년에 출간되었고,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바로 작년에 후속작으로 번역의 모험이 출간되었다니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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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
김정선 지음 / 유유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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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우연히 보고 작지만 알찬 내용에 반해 그 자리에서 산 책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 아는 책이었다.


김정선 작가는 20년 넘게 다른 사람의 문장을 다듬어 온 교정·교열 전문가이다. 많은 출판사에서 일을 했고, 그 경험과 교정·교열 기술로 《동사의 맛》《소설의 첫 문장》 등의 책을 냈다. 앞서 말한 두 책과《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모두 유유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렇듯 유유 출판사는 ‘우리말’과 ‘책’을 다루는 도서를 다수 발간했다. 나는 그 중 이강룡 작가가 쓴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를 읽었는데, 포스트잇을 덕지덕지 붙일 만큼 도움이 되는 내용이 많았다.


《번역자를 위한 우리말 공부》가 번역 요령을 다룬다면,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우리말에 스며든 ‘번역투’를 꼬집는다. 이 번역투만 바로 잡아도 군더더기 없고 자연스러운 한국말이 된다는 것이다. ‘사과 세 개’라고 하면 될 것을 ‘세 개의 사과’라고 한다든지, ‘환경 문제’를 ‘환경적 문제’, ‘수많은 경험’을 ‘수많은 경험들’로 쓰는 등 번역투라고 익히 알고 있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임에 틀림없다’, ‘-같은 경우’처럼 우리말에 깊게 스며들어 번역투인지도 인지하지 못하는 표현이 있다. 번역투를 습관처럼 쓰는 이유는 문장을 풀어쓰지 않아도 되며, 다양한 어휘를 쓰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 때문이라고 한다. 김정선 작가는 이 번역투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 가르쳐준다.


업무 보고서나 논문처럼 전문가같이 글을 쓰고자 할 때 특히 이런 번역투가 문장을 뒤덮는다. 아래는 회사 보고서에서 발췌한 문장이다.

고유치 해석결과 방향별 유효 질량 참여율의 합이 90%를 상회함을 확인하여 본 해석이 교량의 동적거동을 충분히 구현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띄어쓰기는 차치하더라도 동사를 계속해서 명사화하여, 간결하고 적확해야 할 보고서가 정신없게만 느껴진다. 아래처럼 바꾸면 어떨까?

고유치 해석 결과, 방향별 유효 질량 참여율 합이 90%를 넘으므로 본 해석은 교량의 동적 거동을 충분히 구현한다.


나처럼 보고서를 볼 때 보고서 내용보다 엉망진창인 문장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자기 자리를 잃은 안쓰러운 문장 요소들에서 벗어나 잠시 쉴 수 있으리라. (그러나 그 후 다시 마주한 보고서는 더욱 참혹할 수도...)작고 얇은 책일뿐더러 중간중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작가의 경험담도 있으니 지루할 틈 없이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엔 편집자들이 ‘-들‘을 반복해서 쓴 원고를 ‘재봉틀 원고‘라고 부르기도 했다. ‘들들들들‘만 눈에 띄니 마치 재봉틀로 바느질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였다. - P27

삶은 엉덩이다, 알겠느냐? - P37

모든 문장은 다 이상합니다. 모든 사람이 다 이상한 것처럼 말이죠. 제가 하는 일은 다만 그 이상한 문장들이 규칙적으로 일관되게 이상하도록 다듬는 것일 뿐, 그걸 정상으로 되돌리는 게 아닙니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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