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Does the World Exist?: An Existential Detective Story (Paperback)
Jim Holt / W W Norton & Co Inc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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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 전집과 해리포터를 읽으면서 영어 원서 읽기가 점점 재미있어졌다. 영문이 이해된다는 재미. 번역된 글이 아닌 작가가 쓴 글을 직접 읽을 수 있다는 기쁨. 해리포터 일러스트 버전은 출간이 더뎌, 어떤 원서를 읽어볼까 고민하다 이 책을 찾아보았다. 한국어본을 읽으려 장바구니에 넣어놨다가 번역이 영 별로라는 평을 보고 고민을 하던 중이더랬다. 하지만 여태 아동 문학과 청소년 문학만 봤던 내가 과연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래서 외국에서 지내고 있는 오빠에게 연락했다.

오빠, 이런 책이 있는데 나 이거 읽을 수 있나?” 내가 물었다.

안 어려워 보이는데? 평이해. 작가가 글을 깔끔하게 잘 쓰네.”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언제까지 애들 책만 보고 있을 수는 없지. 읽어보자!’

그렇게 276일 만에 책을 다 읽었다. 물론 몇 개월 정도는 책을 못 볼만큼 바쁘기도 했지만, 그렇다 쳐도... 10개월이다. 아무튼 읽었다. 읽었는데... 읽었나?

 

짐 홀트는 미국의 철학자이자 뉴욕타임스,월스트리트 저널등에 글을 기고하는 과학 작가이다. Why does the world exist?2012년 뉴욕타임스가 뽑은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으로, 고대부터 이어져 오던 질문 세상은 왜 무가 아니고 유인가?’를 관점에 따라 정리했다. 많은 철학자와 인터뷰하고 대화를 오롯이 적은 방식과 군더더기 없고 유머러스한 문장에 어려운 내용이지만 한 문장 한 문장 놓치지 않고 읽을 수 있다.

 

리처트 스윈번은 신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주장하고, 알렉스 빌렌킨은 양자의 변동을 언급했다. 로저 펜로즈는 플라토닉 월드를 위해서 수학적 대상이 필연적으로 필요하므로 세상은 무가 아닌 유인 것이라 말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짐 홀트는 이 주장을 집이 고민하며 허점을 찾아내기도 한다. 책을 덮고 나면 인간이라는 존재는 이 해답을 찾을 수 없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우리가 알고자 하는 지식의 영역에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가 아는 지식 속으로 굴러떨어질 뿐이다. 삶과 진리의 최고 단계에 유일하게 관심을 가진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궁극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 있는 형이상학은 과학적 이론과는 거리가 먼 벽돌 더미에 불과하며, 거기에 함부로 달려든 이 사람 저 사람의 손이 회반죽도 바르지 않은 채 엉성한 벽돌집을 쌓아 올린다.

 

어느 책에선가 본 구절이다. 우주 존재 이유를 찾는 일이란 바로 엉성한 벽돌집을 쌓아 올리는 게 아닐까. 엉성한 벽돌이라도 쌓아보고 싶다면 너무 추천하는 책이다. 그러나 한국 번역본으로 읽을 것! 나처럼 어중간한 영어 실력이라면 지푸라기 초가집을 짓게 되리라.

Our prejudices creep into our philosophical thinking, especially when it touches on our lives. They cause us to look at certain arguments more carefully, more sensitively, and perhaps to overlook others. - P104

"On the question of why there is something rather than nothing, I’m not sure I know anything apart from the joke," Deutsch opened."How does it go? Oh yeah— ‘Even if there was nothing, you’d still be complaining!’"

if, qua impossible, you were to have an ultimate explanation - why reality was this way and not another - would be forever insoluble. - P125

Reality, n. The dream of a mad philosopher. - P196

"If we are to make sense of the view that to die is bad," Thomas Nagel has written, "it must be on the ground that life is a good and death is the corresponding deprivation or loss."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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