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주사위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4
마크 앨퍼트 지음, 이원경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표지부터 범상치 않은 이 책은 과학 전문 편집자인 작가가 그의 전문성을 한껏 발휘한 스릴러물이다.
아인슈타인이 남겼으나 비밀리에 묻어버리기로 한 마지막 최후의 이론인 통일장이론 때문에
젊은 과학사 교수인 데이비드 스위프트는 FBI와 암살자로부터 쫓기는 신세가 된다.
데이비드는 갖은 어려움과 고생 끝에 하나씩 단서를 모아가며 통일장이론의 실체에 다가서게 된다.

미스터리 분야에 과학이 등장했다.
명화, 종교, 전설, 역사 등 방대한 분야에 걸쳐 다양성을 자랑하더니 이젠 과학까지...
솔직히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물리 어쩌구 하는 쪽과는 담 쌓고 지낸 터라
물리학 이론에 관한 미스터리라는 소개글을 접했을 때부터
과연 재미나게 읽어야 할 책인지, 도전할 과제인지 헤깔리기 시작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되어서 못 쫓아가겠다는 느낌이 오면 과감히 덮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더니
오히려 편안하게 마지막까지 휘리릭 읽을 수 있었다.
나처럼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한가지 팁을 주자면
물론, 중간중간 여러 물리학 이론에 관한 글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크게 이해못 할 것도, 굳이 이해할 것도 없는 정도의 내용이니 겁먹지 마시라고 하고 싶다.

과학, 그 중에서도 물리학이라는 무시무시한(?) 분야에 관련된 내용이긴 하지만
스릴러물답게 정신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최후의 이론, '아인하이틀리헤 펠트테오리'에 담긴 비밀과 위력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서로 먼저 확보하려는 FBI와 암살자의 추적을 피해
새롭게 발견한 자신의 뛰어난 능력(심지어 FBI가 인정한), 도피능력을 십분발휘하며
데이비드 스위프트는 아인슈타인의 유지를 지켜낼 수 있으려나...(뭐, 뻔한 내용이지만...그래도 미리니름 금지)
 
대단한 과학자들이 계속 등장하는데다가 최고의 물리학 이론을 추적하는 마당이니,
온갖 첨단 장비와 수단을 사용하는 장면들이 무척 흥미롭다.
아마 영화로 만들어도 꽤나 재미날 듯 싶다.
과학이란 판도라의 상자마냥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우리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진실을 발견해버리면 그 결과는 어찌 될 것인지...
과거 하늘에 이르고자 바벨탑을 쌓다가 멸망해 간 민족처럼 우리 스스로 자멸해 갈 지도 모른다.
인류가 존재하는 한 과학 역시 계속 발전해 나갈 것이니 언젠간 그들이 덮어버린 비밀의 이론도 세상에 들어날 것이다.
그리하여 또 한번 피비린내나는 쟁탈전과 그 이론을 악용한 끔찍한 결과가 인류에게 재앙으로 다가 올 날이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조금만 더 시간의 흐름이 더디게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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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가방
세르게이 도나또비치 도블라또프 지음, 정지윤 옮김 / 뿌쉬낀하우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소련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세르게이 도블라또프의 책이다.
그가 미국으로 갈 때, 여행가방 안네 챙겨간 8가지 물건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 물건들은 1960 ~1980년대의 소련에서 작가가 직접 겪은 추억담이다.
그의 친구, 어린 시절, 군대 시절, 신문사 재직 시절의 에피소드들이
작가 특유의 까칠함과 적당한 유머로 양념되어 있다.
 
낯설기만한 시대의 공산주의 국가에서
작가와, 그의 아내, 가족, 친구들이 서로가 주인공인 듯 이야기를 이끌어가며 들려주고
그가 옷장 속에 넣어두었던 기억들만큼이나 친근하게 다가온다.
 
에프라임 키숀이나 빌 브라이슨 등의 작가 스타일에 편안함을 느낀다면
세르게이 도블라또프에게 도전해봐도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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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 카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북스피어 / 201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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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갑이다] 이후에 처음으로 접하는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이다.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만으로도 별다른 주저없이 골라든 책이다.
그녀의 책은 단편일지라도 장편 못지 않은 내공이 느껴진다.
 
7가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이 단편집엔
책표지에 적혀 있는 것처럼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미스테리 이야기들로 채워져있다.
미스테리라고까지 하기엔 조금 무리랄 수도 있는
지루한 일상에서 벌어지는 조금 긴장감어린 사건들이라고나 할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의 인간미가 무척 진하게 풍겨난다.
한사람한사람의 체취마저 느껴질 정도로
한 개인의 비뚤어진 심성이든 순수한 마음이든 소심한 의지든간에
독자로 하여금 마치 나 자신이나 지인의 그것처럼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진다.
그런 점들이 작품의 완성도나 실제감을 더욱 고취시키는 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일상미스테리 단편들은
작가의 장점을 고루 맛 볼 수 있는 뷔페같은 경우가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것은 "산자의 특권"이다.
애인의 변심으로 자살을 결심한 여자가 밤중에 죽을 곳을 찾아헤메다가
소심한 왕따 소년을 만나게 되어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사람때문에 상처 받고 죽을 결심을 하게 됐지만
다시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되고 살게 하는 힘 역시 사람에게 나온다는 내용이다.
주인공 여자가 마지막에
- 나, 살아 있구나
라고 하는 순간에, 추운 바깥에서 꽁꽁 언 손을 호호 불며 들어와
따뜻한 난롯가에 앉아 긴장을 풀게 되는 그런 느낌을 받았다.
단순하고 뻔~한 결말과 내용일지라도 그순간을 진심처럼 느끼게 하는 파워가 거기 있었다.
 
극적 긴장감이나 섬세한 치명적 반전같은 것은 없다.
오히려 마음을 푸근하게 하고
쓰린 속을 달래주는 것 같은 따스한 작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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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샘터 외국소설선 4
제프리 포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19세기 말 뉴욕, 돈벌이를 위해 사교계 부유층 인사들의 거짓된 초상화를 그리며
예술과 현실의 중간쯤에서 미적거리며 살아가고 있던 피암보는 거액의 보수를 지불하겠다는 묘한 초상화 의뢰를 받게 된다.
이 일을 기회로 진정한 화가로서 다시 살아가고자 결심한 피암보는 의뢰인을 찾아가게 된다.
초상화를 부탁한 이는 자신을 샤르부크 부인이라 칭한 여인이었고
병풍 뒤에 숨어 자신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이미지를 형상화하여 초상화를 완성하라고 한다.
거액의 보수에 대한 대가는 실로 터무니없는 요구였으나, 화가로서의 도전의식과 보수에 대한 욕심에 피암보는 그녀의 초상화를 그리기로 결심한다.
그에겐 오랜 세월 다정한 조력자 역할을 해온 사만다라는 애인이 있었고
그의 자질을 발견하고 키워준 위대한 화가 사보트라는 스승도 있었다.
또한 늘상 아편에 취해있긴 하지만 그에게 항상 진실한 벗이자 조력자가 되어준 셴즈도 있다.
피암보는 그들의 도움을 얻어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화를 완성하기 위해
낮에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고 밤에는 그녀의 이야기를 토대로 과거를 추적한다.
그러던 중 눈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여인들의 시체가 발견되기 시작하고
느닷없이 샤르부크 부인의 남편이란 자가 나타나 피암보를 위협하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환상소설이란 장르의 요건을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
19세기 말의 뉴욕, 아름다운 대가들의 미술품,  절대 얼굴을 보지 않고 이야기만을 통해 그림을 완성하는 과정, 연극계의 아름답고 다정한 프리마돈나, 샤르부크 부인이 들려주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
그러나 그것을 뛰어넘는 다른 요소들 역시 작품 곳곳에 산재해 있다.
셴즈가 그녀의 과거를 뒤쫓는 과정과 피 흘리며 죽어가는 여인들, 갑자기 등장한 샤르부크의 협박 등이
단순히 몽환적이고 현실적이지 못하게만 느껴지는 책의 줄거리를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
아마도 이런 요소들과 장면들이 그럴듯하게 그려지지 않았다면
이 책은 단지 샤르부크 부인과 피암보가 빚어내는 심리게임소설에 머무르고 말았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을 잘 살리고 실재했던 예술가와 작품들을 적절히 버무려 넣음으로써
마냥 판타지스런 분위기로 흘러갈 수 있는 글의 분위기에 적절한 제동장치 역할까지 하게 하고
동시에 독자 역시 더이상 꾸며낸 듯한 이야기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작품에 몰입하게 되며 상상으로나마 샤르부크 부인의 얼굴을 떠올려 보게 만든다.
반전이면 반전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의 결론은
환상소설임에도 나름 분명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어 읽고 난 후에 개운함까지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다.
 
진정한 화가라면 눈에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라
대상의 내면까지 읽어내어 화폭에 옮길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가을 빛에 노랗고 빨갛게 변해가는 나뭇잎은 본디 그런 색이 아니라
기나긴 봄과 여름을 잘 버텨왔음이며
여인의 눈과 입가에 난 주름은 단지 나이를 반추함이 아닌
그녀가 살아온 인생에 대한 흔적일 것이다.
스승 사보트가 믿었듯이 피암보에겐 그런 재능이 있었고
마침내 그에게 그 능력을 시험할 기회가 왔던 것이다.
예술가에게 어려운 과제를 내어 상상력을 바닥내고 재능을 사장시킴으로써
미치광이로 만들어버리는 이야기는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은 마치 그 완결판인 듯한 기분마저 든다.

샤르부크 부인이 들려주는 어린 시절 이야기와 그녀가 피암보와 나누는 이야기,
피암보와 사만다의 이야기, 셴즈와 그녀의 과거를 조사하는 이야기,
눈에서 피 흘리며 죽어가는 여인들의 이야기, 샤르부크의 등장과 협박,
화려한 미술품들 이야기, 고대에서 알게된 비밀의 약에 관한 이야기까지
마치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헤라쟈드가 들려주는 천일야화처럼
재미나고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야기가 쉴 새 없이 몰아친다.
매혹적인 그림의 표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지루한 순간은 전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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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크 스킨 샤미센
나오미 히라하라 외 지음 / 황매(푸른바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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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슬롯머신으로 딴 50만달러를 축하하기 위한 일본계 미국인들의 파티장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상금의 주인공이 살해된 현장엔 목이 부러진 일본 오키나와의 전통악기 샤미센이 발견된다.
용의자가 되어버린 피해자의 친구 하스이케의 부탁으로 하스이케의 여자친구 후아니타와
70대의 정원사 마스가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상금을 둘러싼 살인이라 여겨졌던 사건은 50여년 감춰진 또 하나의 살인사건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된다.
 
마스는 사실 탐정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뛰어난 재치나 번뜩이는 영감이 있는 것은 고사하고 뭔가를 추리해서 알아내는 것도 없으며
무뚝뚝하고 말주변도 없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싫어하는데다,
귀찮은 일에 연관되는 것을 질색하는 타입의 노인인 것이다.
다만 하스이케에게 진 신세를 갚아야 한다는 일본인 특유의 감정적인 이유가 그를 움직인 것 뿐이다.
그러나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얽혀서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 사는 방법이란 것을 깨닫게 되고, 자신도 모르는 순간에 사건의 중심에 다가가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다.
 
사실 극적인 반전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마스가 70대 노인임을 감안이라도 한 듯이
관계자들을 한명씩 차근차근 만나가며 얘기를 들어보면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
살인의 첫장면부터 사건의 관련자들을 빤~히 짐작하게 하는 분위기이지만
마지막에 밝혀진 오래된 사건의 전말을 읽어가노라면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돈이나 오래된 전통악기에 관련된 은원관계가 다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에 의한, 사람에 대한 차별,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흉기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일본계 미국인들 뿐만이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의 천국인 미국에서
정통 미국인(??)이라 주장하는 자들의 비뚤어진 우월감이 만들어낸 비극들이 얼마나 많을런지......
살인 현장에서 밝혀진 목이 부러져버린 오키나와의 전통 악기 샤미센이야말로
2차 세계대전과 원자폭탄 투하의 피해에서 도망쳐나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온 일본이민자들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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