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우타노 쇼고 스타일을 확신하게 해주는 작품이다.
아주 치밀하거나 섬세하게 짜여져 있는 스타일은 일단 아니다.
나름 편안하고 빠른 전개와 어딘가 살짝 엉성한 듯한 구조랄까,
그런 부분을 장점으로 소화할 수 있는, 아니 해 나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가독성이 높고 독자로 하여금 어느 정도 예상가능한 결말을 떠올리게 하지만
꼭 하나가 더 있다.
반전이라 하기엔 부족하고 작가가 주는 보너스라 해야할까...
그런 부분이 결말에 반드시 등장한다.
이런 분야에 정통한 혹은 똑똑한 머리로 결말을 다 꿰뚫어 보는 이들에겐 어설퍼보이겠지만
나같이 좀 둔하고 반전이나 마지막 트릭 따위는 결코 짐작하지 못하는 독자에겐
레벨을 올려가며 단련하는 연습문제같은 작품이 우타노 쇼고의 책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이 다시금 펼쳐진다.
작품 안에 [백골귀]라는 또 다른 작품이 진행되는 스타일이다.
[백골귀]라는 작품이 진행되며 벌어지는 또 다른 사건이 존재한다.
에도가와 란포와 하기와라 사쿠타로의 등장부터 재미나고
작품에 등장하는 내력적인 시들 역시 들여다보는 맛이 있다.
크게 복잡한 내용이나 꼬인 트릭은 아니기에 줄거리 발설은 덮어두겠다.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까지 왜 책의 제목이 [시체를 사는 남자]일까...
뭔가 맞는 듯 하면서도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계속 들었었는데,
역자후기를 보니, 그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다는 걸 알았다.
역자의 말처럼 작가는 인정하지 않을지언정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작품의 제목을 되짚어보게 해준 역자에게 괜시리 친근함이 느껴졌다.
이래저래 재밌게 있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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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장미 문학동네 청소년문학 원더북스 13
캐서린 패터슨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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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미국은 산업혁명 덕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수혜를 입었다.
물론 그 이면엔 가난한 유럽 출신의 이민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맺혀져 있었다. 

1912년 로렌스 지역의 방직 공장 노동자들이
임금 삭감 조치에 대하여 단호히 맞서기로 하고
대대적인 파업을 벌이기 시작한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가족들을 데리고 이 땅에 정착한 이민 노동자들은
악랄한 공장주와 사장들의 횡포로 쥐꼬리만한 임금을 받으며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이는 생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이에 추가적으로 임금 삭감이 결정되자 더이상은 참지 않고 결연히 일어난 것이다.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인 흐름과 변화들은
때로 대중에게 큰 고통과 희생을 감내하게 한다.
잘난 윗분들이야 대의명분이니 미래니, 희망이니 떠들어 대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는
물가, 치안, 생활과 삶의 기반이 위협받는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 이 책은
어린 아이들의 눈으로 당시의 상황을 그려내고 있어
현실적인 문제와 실상을 고스란히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로사"는 파업은 악한 것이라고 말하는 선생님과
살기 위해 우리가 당연히 선택해야 하는 일이라 말하는 엄마 사이에서 갈등한다.
추위도 굶주림도 싫지만, 파업 행렬에 합류한 엄마가
진압세력에 의해 다치거나 죽거나 잡혀갈까봐 마냥 노심초사한다.
"제이크"는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덕에
쥐꼬리만한 임금조차 끼니와 잠자리에 사용하지 못한다.
쓰레기더미에서 잠을 자고 음식을 훔치며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다.
그에겐 배움이나 파업이나 모두 남의 일이며
당장 먹을 것과 오늘 밤 잘 곳이 다급할 뿐이다.

[로사, 알겠니? 저들은 주급에서 두 시간만큼 임금을 깍겠다는 거야.
그건 우리에게서 빵 다섯 덩어리가 사라진다는 소리야.
일을 해도 내 자식들이 배를 곯고, 파업을 해도 내 자식들이 배를 곯지.
내가 뭘 하든, 우리는 굶주리는 거야. 일하고 굶느니 싸우고 굶는 게 낫지 않겠니?]
로사의 엄마가 딸에게 하는 말이다.
그녀의 말이야말로, 일반 대중이 파업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에겐 어떤 대의명분이나 복잡한 이윤 증대 계산법도 필요치 않다.
내 가족이 춥고 배고파하는 당장의 현실을 타계할 방도가 절실할 뿐이다.
그러나 그들도, 우리도 인간이다.
단지 등 따숩고 배 부르면 된다는 식의 동물스런 발상에서 파업을 벌이진 않았다.
 
[내 생각엔, 우리가 원하는 건......
단지 우리의 배를 채워줄  빵만은 아닌 것 같아요. 우리에게는 빵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죠.
우리는 우리의 가슴과 영혼을 위한 양식도 원해요.
우리가 원하는 건-그걸 뭐라고 해야 하나,
우리가 원하는 건, 그 뭐냐-푸치니의 음악 같은 거예요.
우리에게는 아름다운 것들도 어느 정도 필요해요.
우리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죠.
...... 우리는 장미도 원해요......]
 
사람이 사람답고 싶다는 소망 하나가
힘들고 지쳐있던 노동자들에게 꿈이 되고 열정이 되고 희망이 되어 주었다.
그들이 단지, 굶주린 위장을 채워줄 빵을 위한 투쟁에 열중했다면
그들의 파업은 이뤄지지 못 했으리라.
그 많은 도움의 손길과 전세계적 관심도 끌지 못 했을 것이다.
그들은 빵을 넘어서 장미를 원했다.
그래서 그들은 변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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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다.
메일도 좋고 블로그도 좋고 sms서비스도 좋지만
그래도 핸드메이드에 후한 점수를 주며
손으로 쓴, 직접 녹음한, 손수 만든 등의 단어를 보며 기분 좋아 한다.
대학시절 군대간 남자동기에게 쓸 편지지를 고르며
무척 행복했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대학교 1,2 학년 땐 삐삐가 유행했었고
고학년이 되자 핸드폰이 등장해버렸던
나름 격동기의 시대를 살아온 내게
강의시간, 교재 뒤에 살그머니 펼쳐둔 편지지에
손으로 안부인사를 적어내려가는 기쁨은
이루 말로 다 할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안부를 주고 받고 가끔 만나 술한잔 기울이는 이 친구는
내가 2,3장쯤 보낸 편지의 답장으로 빽빽하게 글자가 들어찬 6,7장짜리 편지를 보내왔다.
학교생활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했었고
그런 기억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들었다고 굳게 믿는다.
 
짐작했겠지만, 이 책은 편지로 가득찬 소설이다.
영국 채널제도의 건지섬에 사는 "도시"라는 이름의 청년이
본인이 소장한 찰스 램의 소설책 안쪽에 씌여진 것을 보고 알아 낸
그 책의 이전 주인인 "줄리엣"에게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구할 수 있는
서점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편지를 보낸 것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건지 섬과 그들의 문학회인 [감자껍질파이 클럽]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후엔 문학회 회원들 전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아간다.
전후의 깊은 상처를 안고도 따뜻함을 간직한 그들에게 매료된 줄리엣은
건지 섬을 찾아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기로 한다.
 
작가가 이 책 한권만을 집필한 후 출판까지 버티지 못하고
타계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마음아픈 까닭은
수많은 편지에서 느껴지는 정 많고 진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녀로부터 흘러나왔음을 알기 때문이고
더 이상 이런 소설을 읽지 못 하게 된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것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며
사람에 대하여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그녀의 책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그 책이 어떻게 건지섬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책에는 귀소본능이란 것이 있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누군가 새로운 사람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어디에 가든지
갑자기 그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온다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있는지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부르고, 교구목사였던 심플리스씨는
'은총'이라고 부릅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사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는 세상을 향하여 일종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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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취미가 맞는 사람과 만나면 수다가 참 즐겁다.
너 그거 봤어?
봤어, 봤어. 거기 ...... 정말 좋지 않니?
와~ 너도 그거 좋아하는구나... 나 이것도 좋던데...
맞어. 나 한때 완전히 미쳤었자나...
이런 류의 대화(?)가 되려나 ^^;;
 
내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해주고
내가 싫어하는 거 못지 않게 비슷하게 맘에 안 들어하며
같은 부분에서 웃고 눈물 흘린 기억을 가진 사람과는
보이지 않는 뭔가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느낌도 든다.
그런 사람이 존재함으로서
나는 다음에 읽게 될 책이나 영화 같은 것이 더욱 즐겁게 기다려진다.
이 책, 혹은 영화 등을 다 읽고 보고 느낀 후
그 사람에게 해줄 얘기, 듣고픈 말, 기대되는 반응 들이
나를 더욱 들뜨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정혜윤이란 여자가 그 좋아하는 책을 읽으며
난 이럴 때 이랬어, 저 땐 그랬지...하며 들려주는 이야기
거기에 맞는 구절들, 책 이야기...
맞장구 쳐주는 손길과 눈길이 반가워서
점점 흥분된 톤과 어조로 들려주는 많은 책에 관한 에피소드 등이 가득하다.
내가 읽은 책들이 감히 그녀의 독서량과 분야에 견줄 바는 아니지만
그 기분만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과거는 출발점이고 미래는 목표라 생각하지만 그건 틀렸어.
과거와 미래는 공통점이 있어.
과거와 미래의 공통점은 둘 다 가능성이란 것이야!
아까부터 이 말을 너에게 속삭여주고 싶었어.
우리의 우울은 의지박약 탓이 아니고 기질이니까
너무 기를 쓰고 애쓰지 말자.]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언젠가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라!'
사랑을 잃는다는 것은 그런 일을 할 기회가 없어졌음을 의미한다.]
 
[조용필은 틀렸다.
사랑이 외로운 건 전부를 걸기 때문이 아니다.
사랑이 외로운 건 다른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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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복제에 관한 책이나 영화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현재로서 떠오르는 것은...
영화 [아일랜드]와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레몬] 일본만화 [월광천녀] 정도인 것 같다...
(내가 읽은 것 중에서 말이다...)
 
인간이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만용을 폭로하는 데 이만한 소재가 달리 있을까 싶다.
과학과 의학의 기술의 발전은 물론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지만
그것이 어떤 형태로 현실생활에 파고드느냐 하는 문제는 그 성격이 조금 다르다.
솔직히 인간을 복제할 정도의 기술이 왜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
그만큼 발달한 과학과 의술의 정도를 자랑하고 싶은 욕망일까...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만 못 하고 때론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말은 결코 틀리지 않다.
뭐든 악용하려는 의도 자체가 나쁜 것은 알지만
때론 덮어두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부분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본다.
 
영화 [아일랜드]와 만화 [월광천녀]에서 복제된 존재들이
나름 세상에 저항을 하고 그들의 의지를 알리려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이 책에서는 클론들의 성장스토리에 보다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들이 어린 시절부터 외부와 단절된 기숙학교에서
언젠가 그곳을 떠나 기증자로서의 삶이 시작될 때까지
교육을 받고 문학을 가까이 하며 미술과 음악 등 예술활동에 몰두하는 삶에서부터
이후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쓰여져 있다.
그들은 이른바 외부의 "일반인"과는 다른 존재이며 기증자로서의 생도 이미 알고 있다.
그 아이들은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교 수업을 받고 친구와 우정을 나누고
남자친구를 사귀며 성생활에 호기심이 많은 평범한 존재이다.
 
성장한 뒤 주인공 캐시가 모든 의문을 풀어줄 해답을 듣게 될 때 알게된 것처럼
그들 역시 똑같은 인간이며 영혼을 가지고 있는 가슴 따뜻한 존재라는 사실을
작가는 말하고 싶은 듯하다.
인간을 인간답게, 사람을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수많은 기준에 대해
우리는 어린시절부터 듣고 보고 배워왔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그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내려줄 사람도, 이론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그토록 많은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시를 지어도
존재의 의미는 결코 달라지지 않았고, 남아 있는 삶 역시 바뀌지 않았다.
 
자신의 근원자에 대한 궁금증이나
그들이 만들어낸 수많은 예술작품을 거둬간 수수께끼의 마담에 대한 의문 등
암묵적 약속에 의해 그들이 접근하지 못했던 많은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굳이 찾으려 하지 않고 후에 모든 것을 알게 된 후에도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그들이 진짜 인간, 사람과 다르지 않은 존재임을 더욱 확고히 해주는 듯하다.
그들은 존재해왔고, 시련이나 고통스런 깨달음 후에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계속적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 보다 그들을 더욱 "사람"임을 증명해 줄 것은 절대로 없을 듯 하다.
 
키이라 나이틀리와 캐리 멀리건 주연으로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개성 강한 뛰어난 연기자들이 그려낼 루스와 캐시가 궁금하다.
잃어 버렸다가 후에 "노포크"에서 다시 구한 카세트테이프이자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Never let me go가 흘러나올 장면도 무척이나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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