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기본적으로 아날로그적인 인간이다.
메일도 좋고 블로그도 좋고 sms서비스도 좋지만
그래도 핸드메이드에 후한 점수를 주며
손으로 쓴, 직접 녹음한, 손수 만든 등의 단어를 보며 기분 좋아 한다.
대학시절 군대간 남자동기에게 쓸 편지지를 고르며
무척 행복했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대학교 1,2 학년 땐 삐삐가 유행했었고
고학년이 되자 핸드폰이 등장해버렸던
나름 격동기의 시대를 살아온 내게
강의시간, 교재 뒤에 살그머니 펼쳐둔 편지지에
손으로 안부인사를 적어내려가는 기쁨은
이루 말로 다 할수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안부를 주고 받고 가끔 만나 술한잔 기울이는 이 친구는
내가 2,3장쯤 보낸 편지의 답장으로 빽빽하게 글자가 들어찬 6,7장짜리 편지를 보내왔다.
학교생활에 대해서, 우정에 대해서... 참 많은 이야기를 했었고
그런 기억이 지금의 우리를 있게 만들었다고 굳게 믿는다.
 
짐작했겠지만, 이 책은 편지로 가득찬 소설이다.
영국 채널제도의 건지섬에 사는 "도시"라는 이름의 청년이
본인이 소장한 찰스 램의 소설책 안쪽에 씌여진 것을 보고 알아 낸
그 책의 이전 주인인 "줄리엣"에게 같은 작가의 다른 책을 구할 수 있는
서점을 하나 소개해 달라고 편지를 보낸 것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건지 섬과 그들의 문학회인 [감자껍질파이 클럽]에 관하여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후엔 문학회 회원들 전부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우정을 쌓아간다.
전후의 깊은 상처를 안고도 따뜻함을 간직한 그들에게 매료된 줄리엣은
건지 섬을 찾아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출판하기로 한다.
 
작가가 이 책 한권만을 집필한 후 출판까지 버티지 못하고
타계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마음아픈 까닭은
수많은 편지에서 느껴지는 정 많고 진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녀로부터 흘러나왔음을 알기 때문이고
더 이상 이런 소설을 읽지 못 하게 된 것이 무척이나 안타깝기 때문이다.
글을 읽는 것을 사랑하고, 글을 쓰는 것을 사랑하며
사람에 대하여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는 그녀의 책이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그 책이 어떻게 건지섬까지 가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책에는 귀소본능이란 것이 있어서 자기에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게 아닐까요?]
 
[누군가 새로운 사람에게 눈을 뜨거나 마음이 끌릴 때, 어디에 가든지
갑자기 그 사람의 이름이 튀어나온다는 것을 알아차린 적이 있는지요?
내 친구 소피는 그것을 우연의 일치라고 부르고, 교구목사였던 심플리스씨는
'은총'이라고 부릅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새로운 사람이나 새로운 사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을 때는 세상을 향하여 일종의 에너지를 발산하게 되기 때문에,
그런 현상이 찾아온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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