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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렌 ㅣ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피에르 르메트르의 '베르호벤 시리즈' 중 첫번 째 권이다. 시리즈의 두번 째인 '알렉스'가 더 유명한 것으로 알고 있고, 사실 그 책 때문에 작가를 알게 된 것이긴 하다만 1권이 있는데 어찌 2권부터 읽을쏘냐... 순서는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시리즈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인 카미유 베르호벤은 키가 145cm다. 대단한 화가였던 어머니의 줄담배로 인해 태아시절부터 마신 니코틴의 결과였다. 사실 이 설정을 보자마자 읽지말까 하는 갈등에 시달렸다. 너무나 눈에 띄는 치명적인 신체적 결점은 끊임없는 열등감을 불러들이고 그로 인해 다른 장점조차 더이상 장점이 아니게 만든다. 또한 그 열등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허세가 사람을 견딜 수 없게 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초들로 가득한 강력방 형사 반장이라니 갈등이 정점을 찔렀다. 뭐, 현실의 인물도 아니고 하니 혹시나 싶어 참고 읽은 결과는 참 달디 달았다.
이 작가는 시리즈의 제목으로 여인들의 이름을 붙여 두었는데, 사실 안 좋은 예감은 이미 들었던거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경찰관, 그것도 강력반 형사의 가족이 평온하고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을 거라고 여기진 않는다. 대게 이런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괴팍하고 고독하며 술이나 담배에 절어 사는데, 카미유는 신체적 장애(이건 장애다. 책에 설명이 나온다)에도 불구하고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와이프와 따뜻한 가정을 가지고 있다. 너무 남다른 설정이었던 거지... 아,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장르문학에서 반전은 필수다. 반드시 나오는 것인지라 반전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만. 이 반전을 이끌어 가는 작가의 상상력이 참 괜찮았다. 기발하다기보다는 잘 연결시켰다고 해야하나... 스포일러가 될 듯 해서 자세히 말할 수 없어 답답하다. 소재 자체가 대단히 참신한 건 아니다. 안젤리나 졸리와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제프리 디버의 '본 콜렉터' 랑 좀 비슷하게 흘러가긴 한다만, 마지막 반전으로 인해 조금 다르게 평가하고 싶다. 음, 다 읽고나서 보니 작가는 아마 전체적인 줄거리를 염두에 두고 앞에서부터 찬찬히 써내려간 게 아니라 큰 골자를 먼저 쭉 적은 뒤에 각 장면마다 살을 붙이는 식으로 써나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존에 읽어온 형사물들에 비해 주요 등장인물들에 대한 비중이 살짝 약한 편이고 주인공에 굉장히 충실하다. 그 이유는 결말과 관련이 있으니 설명은 생략. 카미유의 열등감이 역시 작용한 탓인지 준수한 차림과 세련된 매너가 몸에 밴 루이에 대한 끊임없는 관찰과 묘사, 은근한 찬양과 부러움 등에 대한 장면이 계속 등장한다. 카미유의 활약상을 읽다 보면 자칫 잊혀질 수 있는 캐릭터의 특이점을 이런 식의 방법으로 은근히 들이미는 방식이 괜찮게 느껴졌다.
참신한 사고와 상상력 따윈 일찌감치 지나가는 개에게 줘버린 나로서는 범인으로 루이를 의심했었는데, 미안해~ 역시 범인은 늘 내 예상 밖에 있더라. 잔혹한 마지막 장면을 보고나니 2편이 어찌 이어질 지 더 궁금해졌다. 모든 것을 목격한 카미유는 어찌 살아갈려는지, 전형적인 형사물의 주인공 성격을 이제 갖추게 되려나... '알렉스'를 얼렁 찾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