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교장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7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나 '일본 서점대상' 수상작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만나지 못한 지가 꽤 된 듯 하다. 상 받은 작품이란 홍보문구에 혹했다가 실망한 적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젠 알고도 보는 지경에 이른 정도인데 간만에 실한 물건을 만나게 되었다.

교장은 아직 경찰이 되지 못한, 경찰학교에서의 생활을 배경으로 한다. 말 그대로 '교육의 장'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 연작집이다. 읽기 전에 든 생각은 단순했다. 경찰학교에서 서로 좋은 성적,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해 이간질하고 모함하고 누명을 씌우거나 뭔가 사건사고가 생겨 희생자가 생기는 등의 스토리일 듯 했다. 사회의 안전을 도모하고 사람을 구하는 경찰이 되고자 하는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비인간적이고 모순적인 행위들이 그려지리라는 내 생각은 너무 유치했나보다.

관련 법률은 물론이고, 불심검문, 사격술, 속도위반 단속, 신문 등의 기술을 배우고 익히기 위해서 참 많은 노력을 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여러 추리, 미스터리 소설이나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에서 짧게 스쳐지나가는 주로 등장하는 것들이 실상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익혀야 하는 기술들이라는 것은 새삼 경찰을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해주었다. 체력도 중요하고 기강도 중요한 경찰학교에선 중도 탈락하는 사람들이 꽤 나오게 마련이다.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규율을 어기거나 기강을 무너트리거나 자질이 모자라 퇴학조치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시간들을 보낸 후에야 진짜 경찰이 될 수 있다.

각 에피소드들의 강도가 의외로 세다. 연작 에피소드의 경우 괜찮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격차가 어느 정도 나기 마련인데 6개의 이야기 수준이 거의 비슷하다. 게다가 이 책은 기승전결의 구조를 잘 따르고 있다. 1화, 2화로 갈수록 이야기의 강도가 세진다. 3화에서 절정을 찍고 4, 5화에서는 좀 부드럽게 이어가다 6화에선 좋게좋게 마무리한다. 세번째 이야기 '개미구멍'은 다소 잔혹하기도 하지만 역시 제일 기억에도 남는다. 교관 가자마의 혜안과 학생들을 다루는 모습은 대단하다 못해 전능해보이기까지 한다. 이 사람이 과거 현장에서 뛰던 모습이 어떨런지 궁금하다. 가자마의 현역시절 이야기를 작가가 그려주면 꽤 재미있을 듯 한데... 한번 기대해 봐야겠다. 오늘부로 관심작가가 한명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