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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보이즈 ㅣ 창비청소년문학 138
정보훈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평점 :
어딘가 쿨해 보이는 제목과 달리는 이들의 이야기가 여름에 어울리는 책일 것만 같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지독하게도 더운 여름이기는 하지만, 선선한 틈을 찾아 달리는 맛이 있는 것도 여름이니까.
그리고 책을 다 읽고나니 역시나, 나도 그들처럼 러닝에 나가고 싶어진다. 달리기란 참 신기한다. 마치 튕겨져 나가는 것만 같은 그 뜀을 보고 있자면 내 속이 다 뻥 뚫리는 것도 같고, 나도 덩달아 뛰고 싶어진다. 달리기를 하다가 마주치는 러닝 동지들을 보면 괜히 속으로 친근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희재뿐만 아니라 진우와 진주, 효진, 도철, 정민도 달리기를 사랑하는 것이겠지.
한 마디로 이 책은 달리기를 향한 사랑으로 가득 차 있는 셈이다.
또, 가제본에서는 희재와 진우, 효진을 서술에만 기대서 상상했는데 이렇게 표지 속 그림을 통해 아이들을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갑기도 하면서 색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도철이며, 아쉬운 감이 드는 캐릭터는 진주였다. 진주의 경우에는 늘 경기에서 1등을 차지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이후로 오르지 않는 기록에 혼자 속앓이를 하는 친구이다. 그러나 이 속사정이 뒤에 가서야 밝혀지고 그 해결이 다소 급하고 밍밍하게 매듭지어 진다. 육상선수로서의 진주보다 희재의 첫사랑 대상인 진주라는 이미지가 더 부각된 채로 서사에 짧게 나왔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도 아쉬웠다. 그래도 한 번 꺾인 경기를 단번에 되찾아 오는 진주를 보자니, 꼭 달리기로 성공하는 선수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도철의 경우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달리기에 회의감을 지니고 있는 어른이라는 점에서 많이 이입이 됐던 것 같다. '시티 보이즈'라 해서 아이들의 이야기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고 어른 도철의 이야기도 '보이즈'에 속한 채로 서사가 전개되는 점이 좋았다.
희재의 아빠 현진과 달리는 게 좋았던 도철, 현재 무진고의 체육 선생이자 육상부 코치이지만 아이들은 힘은 훈련을 견디지 못하는 나약한 요즘 것들에, 그 부모도 마찬가지. 그렇게 해체를 앞둔 육상부이지만, 달리기가 좋아서 육상부에 들어오고 싶다는 희재의 끈질긴 요구에 도철은 다시 한번 달리기에 가까워지게 된다.
어쩌면 도철은 도망치고 있던 게 아닐까? 자신에게 너무 소중한 달리기였기에, 요즘 아이들처럼 나약한 희재를 보게 될 것을 피해서 희재의 입부를 막고, 희재가 그저 혼자 달리며 달리기에 대한 사랑을 이어가기를 바랐던 것처럼. 어느새 도철도 현진의 '단체 종목으로서의 달리기'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어른 도철이 퇴색된 달리기에 대한 사랑을 품고만 있었을 때, 희재가 현진의 손을 겹쳐잡고 도철의 빛바랜 사랑에 다시 색을 칠해주었다. 그렇게 '바통'도 맞고 '배턴'도 맞는 그들의 달리기가 새롭게 시작된다.
도철의 서사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시티 보이즈>에서는 단순히 아이들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현진과 도철에서 희재 네로 이어지는 달리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다. 마치 바통을 건네 받듯이, 그들의 달리기를 통한 시간과 사랑도 이어지는 것이다. 정말이지 땀나는 여름에 탈탈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을 쐬며 읽고 싶어지는 이야기이다.
해당 리뷰는 출판사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