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큐레이터가 건네는 강한 말들

언니네 미술관 - 다정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그림과 인생 이야기
이진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어떤 작품은 감상 후에 삶에 대한 애착과 동력을 안겨준다.

그런데 그 작품이 활자로 이루어진, 예컨대 책과 같은 것이라면 위의 과정이 어려움 없이 일어나지만, 그림이라면 얘기가 조금은 달라진다.

그림은 감상자의 상상력을 요구하기 때문인데,

이때 좋은 큐레이터가 옆에 있는 것만큼 고마운 일이 없다.

  다만, 그 그림의 해석은 어떤 큐레이터를 만나게 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오늘 내가 만난 큐레이터는 삶에 대한 따듯한 시선을 지니면서도,

동시에 여성의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이진민 작가이다.

그래서 나도 저자와 함께 여성과 삶이라는 키워드에 맞춰 작품을 감상하게 되었다.

  이진민 큐레이터 덕에 나는 비너스의 복근을, 억울한 희생약 메두사를, 우유를 따르는 소소한 일상의 소중함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긍정적인 말 뒤에 가려진 폭력을 알아채는 의식의 필요성도 알게 되었다. 나를 둘러싼 세계는 이렇게도 복잡하고 다층적으로 이루어졌구나, 하는 걸 새삼 실감하게 된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앞으로도 비너스 여신의 아름다운 굴곡적인 몸매만을, 상대를 돌로 만들어 버리는 메두사의 악독함만을, 그저 삶의 한 단면을 포착해낸 그림만을 알고 지냈겠지.

  예술이 이래서 좋다. 똑같은 하나의 작품일 뿐인데도 누군가의 해석을 통해 나도 깊이 있는 시선으로 작품의 이야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다양한 해석과 발견을 통해 작품 이해도를 확장시킬 수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곧 힘이 되어 나의 내면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저자는 나에게 다정함과 따듯한 시선, 그리고 작품의 이면을 들려주었고 나는 거기에서 힘을 느꼈다. 삶을 살아갈 힘,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움직일 힘, 다정한 것의 힘을.

삭막한 삶과 팍팍한 나의 마음을 간지럽히는 기분좋은 바람이다.

  좋은 문장을 많이 만났다. 노트에 필사해 두어,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다.

본 리뷰는 한겨레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