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취와 별하 바다로 간 달팽이 26
윤미경 지음 / 북멘토(도서출판)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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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취와 별하 참 예쁜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취는 녹색 빛의 옥을 말하는데 금보다 귀하게 여겨질 때도 있었다고 합니다. 별하는 밤하늘에 아름다운 별들이 연상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들이 처한 현실은 너무나 가혹했습니다. 『비취와 별하』는 청소년 아이들의 우울증, 자해, 중독, 조현병, 성희롱 피해와 같은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직 어린아이들에게 이런 아픔들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또래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이야기는 더욱 와닿았습니다.

비취는 생선가게 딸이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합니다. 그러다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지속적인 성희롱과 괴롭힘을 당하며 정신적으로 큰 상처를 입고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됩니다. 거기서 별하를 만나는데 별하는 똑똑한 아이였지만 지나친 부모님의 기대로 인한 압박의 영향이었는지 조현병 진단을 받은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별하는 유쾌하고 재밌는 아이였습니다. 우주 저편에서 반려자의 파편을 찾기 위해 지구에 왔다고 믿는 별하, 비취는 처음엔 별하가 이상하게 보였지만 조금씩 비취와 가까워집니다.

병동에는 비취와 별하뿐 아니라 반복적인 자해를 하는 아이, 다이어트 약 중독으로 입원한 아이,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어른 등 아픔을 가진 이들이 있습니다. 비취는 폐쇄병동에서 많이 힘들어했지만 그들과 함께 지내며 자신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며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어 갑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각자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로 발전하며 조금씩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됩니다.

처음 책을 읽으며 생각지 못했던 이야기의 전개에 다소 놀라기도 했지만 현실의 문제를 짚는 글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청소년만을 위한 정신 보호 시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고 나니 자녀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그 부분은 몹시 안타까웠습니다. 또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 무너질 때까지 부모들이나 주변 어른들이 알아채지 못했다는 부분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상처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갈 수 도 있다는 것을 느끼며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픔을 이해하는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책을 읽는 아이들이 비취와 별하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슷한 아픔을 겪고 있다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이 겉모습만 보고 괜찮을 거라 단정하지 말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가해자는 결국 자신이었다고 말하는 비취와 결국 자신의 반려자는 자신 안에 있었다는 별하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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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낮잠
브라이언 라이스 지음, 서현정 옮김 / 미운오리새끼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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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잠을 자던 아기고양이의 눈에 생쥐 한 마리가 들어왔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재빨리 생쥐를 뒤쫓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추격은 다양한 예술 작품 속을 넘나드는 특별한 모험으로 이어집니다. 『고양이의 낮잠』 은 고양이와 함께 세계 여러 나라의 미술과 문화를 만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작품들이 등장합니다. 처음에 작가는 가상의 예술 작품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진짜 예술품을 넣으면 더 재밌겠다는 생각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가서 실제 작품 몇 개를 골랐고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모조품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쉽게 작업할 수 있음에도 하나하나 다시 만들어 낸 과정에서 작가의 정성과 예술을 향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그래서인지 그림책 속 작품들은 생생함이 더해집니다.

고양이는 여기저기를 넘나들며 여러 시대의 다양한 작품들을 보여줍니다. 고양이는 작품에 머무르지 않고 생쥐를 쫓아 튀어나옵니다. 이런 부분에서 생동감이 넘치는 듯합니다. 눈으로만 감상하는 전시가 아니라 작품 속을 함께 하는 듯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석판에서 프랑스의 기도서로 또 일본의 수묵화로 종잡을 수 없지만 아이는 예술 작품을 새롭지만 재밌게 만나게 됩니다. 시대와 나라가 계속 바뀌는데도 어렵거나 낯설게 느껴지기보단 고양이를 따라 자연스럽게 다음 장면을 따라가게 됩니다.

아이와 함께 전시를 종종 다니는데 아이를 보면 때로는 관람을 지루해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엄마를 따라왔다가 어쩌다 체험이나 본인의 관심사면 즐기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잠시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들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인지 『고양이의 낮잠』 같은 그림책이 반갑게 느껴집니다. 예술을 어려운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놀이처럼 가깝게 느껴지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특별한 공간에서만 만나는 예술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만나는 자연스러운 경험을 하게 됩니다.

생쥐를 쫓아 작품 사이를 뛰어다니던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이와 함께 고양이의 재밌는 모험을 따라가며 여러 시대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추천합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예술이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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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의 정원
백지혜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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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는 동안 감기 몸살로 집 안에만 머물렀습니다. 개나리가 피었는지 진달래가 피었는지도 모른 채 계절을 놓치고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봄이 지나가 버릴까 아쉬웠는데 오랜만의 외출에서 늦은 봄꽃들을 만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짐을 느꼈습니다. 시멘트 턱 갈라진 틈으로 매년 어김없이 피어나는 보랏빛 제비꽃도 다시 만났습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데도 계절이 오면 잊지 않고 보여주는 모습에 반가웠습니다. 얼마 전에는 작약도 보았습니다. 겹겹의 꽃잎을 무겁게 품은 작약은 무척 화려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열두 달의 정원』에도 계절마다 피고 지는 꽃들이 담겨 있습니다. 전통 채색화 기법으로 그려진 꽃들은 실제 정원에서 바라보던 빛깔과 모양을 그대로 담은 듯했습니다. 병풍처럼 길게 펼쳐지는 책장을 따라가다 보면 계절 전체를 느끼는 듯합니다. 뒤편에는 꽃과 곤충에 대한 정보도 함께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작은 화분 몇 개뿐이지만 계절의 변화를 가까이 두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올해는 직접 꽃을 심고 물을 주며 작은 싹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스쳐 지나가던 꽃들이 이제는 계절의 속도를 알려주는 존재로 느껴집니다.

『열두 달의 정원』은 아이와 함께 읽으며 계절마다 어떤 꽃을 만나는지 이야기 나누기도 좋고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물론 바쁜 일상 속 잠시 쉬어가고 싶은 사람에게 잘 어울리는 그림책이었습니다. 천천히 펼쳐 보다 보면 놓치고 지나가던 계절을 다시 바라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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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 달리 창작그림책 26
김모리 지음, 마담규 그림 / 달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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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 그림책을 만나기 전 자주 듣고 있던 곡이 있습니다. Andrea Vanzo의 <Spring Nostalgia>입니다.

그림책을 읽고 나서 이 곡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봄의 기억처럼 떠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그 시간들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추억으로 머물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한때 집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습니다. 봄날의 햇살처럼 밝았던 집이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은 떠나갔고 집은 덩그러니 남았습니다. 내가 문제인 걸까? 텅 빈 집은 자신이 바뀌면 다시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을까 생각해 자신을 가꾸기로 합니다. 텅 빈 정원에 하나둘씩 풀이 자라고 채워졌습니다. 그러나 다시 채워진 정원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서로 다른 풀들은 각각 제멋대로 자라 정원의 모습은 엉망이 되었습니다.

지난날 함께하며 웃고 울던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며 각자의 계절 속으로 흘러갔습니다. 그때의 마음과 관계는 다시 예전 그대로 돌아오지는 않겠지만 지나간 봄날의 기억이 문득 떠오를 때가 있는 것처럼 마음 한편에 남아 떠올리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계절이 달라도, 봄을 줄게』는 떠나간 시간들은 그대로 받아들이며 다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예전과 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다시 자라고 채워지는 마음이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정원을 가꾸기 위해 남겨야 할 풀도 있고 보내야 할 풀도 있듯이 사람 마음 역시 그렇게 지나간 것들을 받아들이며 조금씩 새로운 계절로 나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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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제프리 메이슨 지음, 오영진 옮김 / 토네이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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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는 나의 엄마에게 그리고 나에게, 또 내 딸아이까지 세대를 이어 함께 쓰고 간직하고 싶은 책입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담은 책을 자서전이라고 하는데 내 인생의 이야기가 담긴 자서전을 남긴다면 어떨지 막연하게 생각만 했었는데 이 책을 만나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남기고 기록하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필사를 하는 책 중에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보니 나의 인생기록을 꼼꼼하게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첫 장부터 나의 탄생에 대한 기록은 꽤 자세한 질문들이 있습니다. 생년월일, 태어난 시각, 이름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처음으로 걷게 된 때, 어떻게 보살핌을 받았는지, 내가 태어난 해에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이외 여러 질문들은 기억나지 않지만 들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적어봅니다. 그리고 첫 장을 끝내고 다시 읽어보니 나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가 빼곡히 적혀 있었습니다.

이어 어릴 적 꿈과 10대 시절의 이야기에서 특히 친구에 대해서 기억하고 쓰면서 단짝이었던 친구가 떠올랐습니다. 둘이 함께 듣던 음악과 읽었던 책,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이야기와 주고받던 편지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자 친구가 보고 싶어 졌습니다. 어느 순간에 잊히고 추억 속 한 부분으로 남았던 친구는 소식이 끊긴 지 오래입니다. 각자 다른 인생을 선택하며 잊힌 관계에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소울메이트가 있냐는 질문에 첫 번째로 생각났던 친구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여러 장 중에서 <10장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을 두 번째로 기록했습니다. 첫사랑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해 연애 시절에 이야기, 남편과 결혼에 대한 질문들을 하나씩 읽고 적어 내려가다 보니 오래 전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습니다. 연애시절부터 지금까지 함께 지나온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쌓여 있었다는 것도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엄마,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를 쓰며 언젠가 나에 이야기도 한 권으로 남기고 싶다는 마음을 구체적으로 꺼내 보게 되었습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쓰면서 좀 더 쓰고 싶은 이야기도 생각이 났고 앞으로의 이야기들도 더 추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어머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담아 오래 남겨두고 싶어 졌습니다.

삶에 특별한 사건이 있어야만 기록할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평범하게 지나온 날들이지만 그 이야기들이 모이니 결국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는 시간들이었다는 걸 알아갑니다. 이 기록은 아이들에게 나를 기억하는 이야기가 되어 오래 남을 것입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이야기들이 있을 텐데 거창한 자서전이 아닌 나를 기억하는 이야기로 꺼내 글로 남겨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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