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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었다
나카가와 히로타카 지음, 초 신타 그림, 오지은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로 작성하였습니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숨기려는 아이의 모습이 안쓰럽고도 어쩐지 어른인 우리와도 닮아 있었습니다. 『울었다』속 아이는 왜 울고 있을까요?
아이는 넘어져서 울고 부딪혀서 울고 싸우거나 혼이 나도 웁니다.
짜증 나도 울고 기뻐도 우는 아이의 울음은 그때그때 느낀 마음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그런 울음을 참으라고 한다면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속에 쌓일 것입니다.
울음은 마음을 풀어내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왜 어른들은 울지 않는지 궁금해합니다.
분명 울어야 할 상황 같은데도 울지 않는 엄마가 언젠가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걸 보고
우냐고 물어보지만 엄마는 우는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어른도 아이였을 때는 많이 울었을 텐데 나이를 먹으며 눈물을 감추는 법을 배우고 울음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어 울어도 울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살다 보니 눈물이 마른 줄 알고 살았는데 3년 전 시아버지를 떠나보내는 순간에는 한 사람의 세상이 끝났다는 사실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와 며칠이고 눈물을 쏟아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의 울음은 숨기려 해도 숨길 수 없었고 오히려 울고 나서야 마음을 조금씩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눈물은 잦아들었지만 그때의 울음은 제 마음에 여전히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울었다』는 아이의 울음에서 시작하지만 우리 모두의 울음을 이야기합니다.
울음은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방법이자 마음을 비워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합니다.
감춰야 할 것이 아니라 받아들여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울음을 통해 솔직해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습니다.
그림책의 어느 한 장면에선 반 고흐 <까마귀가 나는 밀밭>과 장욱진 화백의 <길 위의 자화상>이 떠올랐습니다. 두 그림이 전하는 불안과 고독 그리고 그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의 기운이 책 속 울음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울었다』는 눈물이 전하는 힘을 잊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울음의 의미를 다시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나는________해서 울었다."
아이는 물구나무를 하다 새끼발가락을 다쳐서 울었다고 씁니다.
그 기억 때문에 이후 위험한 장난은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울음은 스스로의 실수를 돌아보는 울음이었습니다.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의 세상이 끝나서 울었다고 씁니다.
눈물로 슬픔을 다 흘려보내고 함께했던 행복한 기억을 마음에 남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