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골을 찾아서 샘터어린이문고 83
김송순 지음, 클로이 그림 / 샘터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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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나쁜 것이다‘라는 명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이유를 묻는다면 앞서 말한 문장을 그저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고, 목숨을 잃고, 평온한 상태로 먹을 수도 잘 수도 없는 일들이 생긴다. 전쟁은 그런 일들이 끝도 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겪지 않고서야 상상할 수도 없을 전쟁의 속성 중에서 가장 잔인한 부분을 문제의식 삼아 어린이 역사동화로 풀어낸 책이 있다. 김송순 작가의 신간 <바람골을 찾아서>이다. 온라인 서점의 도서 소개로는 이 이야기가 분명히 역사동화라고 하였는데, 표지의 그림을 보니 역사를 다룬 것인지, 판타지 속으로 들어가는 것인지 이야기의 분위기를 짐작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 표지의 느낌이 이야기의 성격을 잘 나타내준다고 볼 수도 있다. <바람골을 찾아서>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 동화로 한국전쟁을 겪은 할아버지 대신 보물을 찾아 나서는 주인공의 타임슬립 이야기이다. 주인공인 현준이는 부모님, 그리고 그릇을 만드는 공예가인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어렸을 때부터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서인지 할아버지와 꽤나 친하고, 꽤나 닮은 부분이 많다고도 느껴졌다. 할아버지의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할아버지를 지켜보는 현준이의 마음도 편치 않다. 그런 할아버지가 요즘 들어 계속 찾으시는 게 있었는데 바로 바람골에 두고 온 할아버지의 보물이었다. 할아버지가 그린 지도를 유일한 단서로 해서 현준이와 현준이의 아빠가 바람골을 찾아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곳에서 현준이와 아빠는 수년 전 댐이 만들어진 이후로 호수 한가운데 섬이 되어버려 인적이 드물어진 바람골 이야기를 알아가게 된다. 현준이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노각나무 숲으로 함께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현준이는 노각나무가 할아버지가 그릇을 만드는 재료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노각나무 숲에서 현준이는 동아줄을 타고 어느 마을로 들어 간다. 이야기를 읽다가 묘하게 분위기가 바뀌는 장이 있다. 바로 ’동아줄을 타는 사람들‘부터였다. 페이지의 가장자리도 색깔이 초록색에서 파란색으로 바뀌었는데, 현재에서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현재-과거-현재)로 바뀌는 액자형 구조의 이야기를 이렇게 책의 모양새에도 담았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독자가 현준이와 함께 현재와 과거, 그리고 다시 현재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한 세심함이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책을 오로지 텍스트로만 읽는 것이 아닌, 책의 물리적 특성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 세계를 느끼도록 해준다는 점을 배울 수 있기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동아줄을 타고 들어간 마을에서 현준이는 어릴 적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그동안 할아버지가 선뜻 말해주지 않았던 할아버지의 과거를 현준이는 청소년 시절의 할아버지를 통해 알게 된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이북에서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할아버지는 소년병으로 징집되어 전쟁에 참전했다. 5학년인 현준이보다 ’고작 몇 살 많은 형‘인 할아버지에게 일어났던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아직도 일어나고 있는 전쟁은 이렇게 성인이 채 되지 않은, 어른들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을 짓누른다. 어른에게 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그 무게 그대로. 그럼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아직 온전히 자라나지 않은 크기의 몸집으로 그 무게를 견뎌야한다. 작은 몸집으로 그 무게를 똑같이 견뎌내느라 어른들보다 몇배로 전쟁의 억누름에 당해버린다. 적군을 찾아 마을까지 수색하려고 들어온 군인들에게 뒤쫓기는 형의 모습을 한 할아버지를 따라 현준이는 얼떨결에 군인들을 피해 산 속으로 도망치게 된다. 그 모습과 심리를 묘사한 장면은 ’정말 이렇게 매일을 살아야 한다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도록 숨막힌다. 그리고 그 숨막힘을 일상처럼 붙들고 살아야 할, 전쟁 한가운데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왔다. 현준이가 보물을 찾았다는 결말이 스포일러이긴 하지만 어린이와 함께 보는 동화라면 응당 그래야한다고 생각한다. 꼭 필요한 치유가 미처 가닿지 않은 상처들이 현실에서는 아직 있겠지만, 어린이책이 담는 세상은 지나치게 교훈적이지 않은 선에서 해피엔딩이길 바라는 마음이다. ✏️ 전쟁의 피해는 여전히 가장 힘없는 사람들에게 가장 크게 돌아갑니다.

-작가의 말 중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전쟁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 <바람골을 찾아서>라는 이야기가 나오게 된 발단이 작가의 말에 나온다.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에도 전쟁의 가장 뾰족한 칼날은 가장 여린 곳에 닿는다. 이는 미래에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전쟁이 끝나야하는 이유다. ※ 본 서평은 샘터 출판사 물장구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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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정원 - 2025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2025 환경정의 봄 추천 환경책 모두를 위한 그림책 89
아일라 맥거킨 지음, 카탈리나 에체베리 그림, 육아리 옮김 / 책빛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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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봄의 중간즈음 되는 듯한 3월이 지나 4월이 되었다. 완연한 봄이 오는 듯한 날씨에 유치원에 가는 일곱살 어린이에게서 ’아, 햇볕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꽃봉오리가 나오는 것을 발견하는 아이들의 눈에는 조건 없는 희망과 기대가 가득하다. 마치 꽃이 피어나는 것이 우리가 겨우내 기다린 일인양 반가워한다. 책빛의 신간그림책 <사월의 정원>에는 힘든 시간을 겪어내고 있는 어린이들이 희망의 꽃을 피워내기를 바라는 바로 그 마음이 담겨있다. (중략) "어두운 먹구름도 햇빛을 품고 있기 마련이야." 불행 중 다행으로 엄마와 함께 머무를 곳으로 왔고, 그들만의 방도 마련되어 있었고, 당분간은 추위에 떨지 않고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 아이에게는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다. 아이의 마음은 창밖으로 내리는 비 만큼이나 세찬 바람에 휘날리는 듯하다. 엄마가 말한 햇빛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사월과 엄마에게 도움을 주었던 아주머니는 아이가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도 사월이 잘 지낼 수 있도록 오실 때마다 사월을 위한 물건을 가져다주신다. 종이 위에 그려진 사월의 그림은 엄마가 말했던 그 햇빛을 품고 있는 듯 밝다. 무탈한 일상을 기다리는 아이의 마음을 느끼기라도 한듯 엄마는 희망을 잃지 말자고 아이에게 말한다. 아이에게 말하면서 동시에 자신에게도 되뇌이고 있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중략)


어느 날, 사월의 엄마는 잡지 속에서 씨앗을 발견한다. 엄마는 이 씨앗을 심어보자고 제안한다. 사월은 비오는 정원에 나가 알록달록한 컵에 흙을 한가득 담고 씨앗을 심어본다. 어떤 색깔과 모양으로 어떻게 피어날지 모르는 씨앗이지만 사월은 정성스레 화분을 돌본다. 무채색으로 그려진 그림들 속에서 사월이 정성껏 돌보는 화분들은 사월이 품고 있는 희망인듯 알록달록하다. 사월이 이렇게 성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이 씨앗들이 꼭 싹을 틔워야할텐데'하며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사월과 엄마가 일상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시간만큼이나 화분 속 씨앗이 싹을 틔우길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졌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소식이 없는 화분을 바라보는 사월에게 엄마는 "꽃이 피어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사월에게 그 시간은 너무나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기다림에 기다림이 더해져 마음이 지칠대로 지친 사월은 비가 세차게 내리는 마당에 나와 소리를 지르기에 이른다. "정말 말도 안돼!" 아마 사월의 외침은 흙 속의 씨앗에게만 향해 있는 것이 아니었을테다. (마지막 장면 스포주의)


사월은 엄마와 함께 새로운 보금자리로 이사하고 일상을 다시 되찾게 되었는데, 이사하는 날 짐을 풀며 발견한 새싹은 사월네의 새로운 집에서 만개한 꽃으로 피어났다. 창가를 가득 채운 꽃은 그림으로 보는데도 꽃향기가 나는 것처럼 사월네 공간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일상으로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그렸던 사월의 그림은 거실 한쪽 벽을 채웠다. 그림책을 함께 읽은 우리집 아홉살 어린이가 그림책을 통틀어 가장 좋다고 한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그림책을 읽는 내내 사월이 어서 행복해지기를 바랐다고 한다. 그림책 속에서는 ’난민‘이라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는다. 작가는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집을 떠나 난민이 된 사월네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이들의 이야기를 어쩌면 정치적인 색깔을 띄게 될지도 모르는 난민이라는 말로 규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일상을 빼앗기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겪는 몸과 마음의 힘듦에 대한 공감이나 배려는 정치적 혹은 종교적 잣대가 전제된다. 실제로 관련이 있건 없건, 의도를 했건 아니건, 나이가 많건 적건 ㅇㅇㅇ난민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하나의 그룹으로 묶여 대상이 되는 일도 허다하다. 세상에는 하나로 뭉뚱그려져 한 존재가 1이 아닌 소수점의 존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된다한들 그들이 겪는 어려움이 소수점이 되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되는 경우가 참 많다. 끝끝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들여다보는 마음, 관심(關心), 그것이 중요한게 아닐까 생각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내내 생각하고 살 수는 없지만 한 번 관심을 가져본 경험은 어느 날 우연찮게 생긴 계기는 놓치지 않게 되는 법이니까. ※ 빛나는독자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무상제공 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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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썽꾸러기 그림책은 내 친구 7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클란드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논장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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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서평을 쓸 때 가장 먼저 고민하는 것은 제목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정리하기 때문에 키보드 앞에 앉기 전에 글에서 말하고 싶은 내용은 어느 정도 정해지기 마련이지만, 본문 내용에 가장 잘 어울리면서도 책을 잘 드러내는 제목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책은 달리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을 이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국내 신간 그림책이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글을 쓰고, 일론 바클란드가 그림을 그린 단편 이야기의 모음집인 <우리는 말썽꾸러기>가 국내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말괄량이 삐삐‘로 전세계에 잘 알려진, 스웨덴의 어린이책 작가이다. 스웨덴의 국민작가이지만, 20세기를 통틀어 전세계 작가들 중 손에 꼽을만한 작가라고 해도 반론을 제기하기 힘들 것이다. 삐삐 이야기를 통해 많이 알려져있지만, 사고뭉치 에밀 시리즈, 로타네 이야기 시리즈 등 삐삐 이외에도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어른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기를 남겼다. 이미 수십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이지만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독자들의 마음 속 무언가를 몽글몽글 피어오르게 하는 이야기인 것을 생각하면 어린이책의 ’고전‘이라는 말이 과하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수상 경력도 화려하고, 그 이름을 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이 제정되었으며, 관련 자료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지정되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으리으리한 타이틀도 물론 영광스럽지만, 린드그렌은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 어린이 독자들의 열렬한 사랑이야말로 더 크게 반겼으리라는 것을. 그런 어린이가 우리집에도 여럿 계시다. 특히,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인 첫째 어린이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라는 이름을 보면 그 이야기는 일단 믿고 본다. 의심의 여지 없이 책을 집어든다. 당연히 재미난 이야기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서. <우리는 말썽꾸러기>는 로타네 가족 이야기다. 로타네 가족은 로타를 비롯한 삼남매와 엄마, 아빠가 함께 산다. 첫째인 오빠 요나스, 둘째인 언니 미아 마리아, 셋째인 막내 로타, 그리고 엄마, 아빠 다섯 식구의 이야기이다. 이야기 시리즈의 이름은 ’로타네‘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화자는 둘째 언니인 미아 마리아이다. 미아 마리아의 목소리로 총 9편의 짧은 이야기를 한 권에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은 온종일 논다. 노는 이야기만으로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 여러 편이 뚝딱이다. 구닐라 베리스트룀 작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아이들은 마법 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우리의 삶이 꼭 시트콤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종종, 아니 더 자주 있는데, 아이들 곁에 있는 어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만약에 내가 기침약을 먹어야 하면, 나는 약을 안 먹어야지, 하고 마음을 먹어. 그럼 안 먹는 거야.“ (로타 고집은 황소 고집 중) ”네. 두 번 좋아하셨어요. 맨 처음에 우리가 놀러 갔을 때랑, 맨 마지막에 우리가 집에 올 때요.“ (세상에서 가장 마음씨 좋은 베리 아줌마 중) 이런 장면에서 로타, 미아 마리아, 요나스가 하는 말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어른이라면 ’맞아. 우리 아이들도 이렇게 말했었지.‘하며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며 웃게 될 것이다. 얼마전 주말에 한 번은 두 아이가 이것 저것 차려놓고 자신들만의 놀이 세계를 만들어 노는 모습을 보고 남편이 말했다. ”진짜 정말 재밌게도 논다.“ 그럴 때면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찾지도 않고 자기들끼리 한참을 논다. 정말 진지하게 진심으로 논다. 이미 36살이 되어버린 내가 느끼기에는 ’엥..?‘스러운 컨셉도 종종 등장하지만 내가 말을 아끼는 만큼 아이들은 스스로의 세계를 만들고, 헤쳐나가고, 해결하고, 이어나간다. 우리 곁에 있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워지는 책. 나의 안에 있는 어린이가 꿈틀대도록 만드는 책. 그시절의 신남을 얼마나 생생하게 그려냈는지, 한참은 다른 공간과 시간을 살아가는 린드그렌 작가에게 친근함마저 느끼게 되는 책. <우리는 말썽꾸러기>를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우리집 어린이는 반 친구들과도 함께 보고싶다며 학교에 가져가셨다. ※ 출판사 서평이벤트를 통해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읽은 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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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수세미와 안수타이 샘터어린이문고 82
강난희 지음, 최정인 그림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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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아이들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다. 이러한 아이들의 변화를 겉모습에 대한 관심이 늘고,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는 부정적인 생각으로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아이를 양육하며 지켜보고 느낀 바로는 온통 내가 중심인 세상에서 바깥으로 조금 더 시선을 돌리면서 오히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는 것이 맞는 듯하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사람들과 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나만의 특별함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나의 개성을 발견하고 오롯이 인정하며 사랑하는 연습을 하며 자라나는 청소년기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 과정은 쉽지 않다. 아이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 아니다. 어른에게도 그렇다.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온전히 인정하며 나를 사랑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어렵지만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이다. 튼튼한 마음 근육을 가지고 있기만 하다면 말이다.

<철 수세미와 안수타이>는 엉킴털 증후군을 가진 아이 윤서가 자신의 독특한 머리스타일을 두고 친구들 사이에서 겪는 일, 가정에서 겪는 일을 그려낸 동화이다. 비슷한 점, 다른 점을 찾아내기도 참 잘 찾아내는 아이들인데 엉킴털 증후군을 가진 윤서의 모습은 사람들에게 유독 눈에 띌 수밖에 없다. 윤서의 또래 친구들만 그런 것이 아니라 어른들까지도 말을 얹는 일이 많았다. 그런 말들을 들으며 윤서는 자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만 했을까.. 아니 할 수밖에 없었을까..

윤서 뿐 아니라 윤서의 엄마도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분명 처음엔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만 윤서를 바라보았을테다. 엄마라고 윤서를 어떻게든 보호하고 싶었던 마음에서 모자를 쓰자고도 하고 여러 가지 방법을 제안했겠지만, 윤서가 필요했던건 자신의 모습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지지해주는 엄마였을 것이다. 하지만 바깥으로부터의 시선이 자꾸 마음 속에 내리꽂히며 윤서 엄마도 상처받고 어느새 스스로도 그러한 시선으로 윤서를 바라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철 수세미와 안수타이>에서는 엉킴털 증후군과 머리카락으로 비유되었을 뿐, 우리 모두에게는 저마다의 엉킴털 증후군이 있지 않을까? 누구든 내가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운 나만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스스로 인정하고 사랑하고 품어줄 수 있다면 그 삶은 누군가의 이러쿵저러쿵 없이도 이미 그 자체로 행복한 삶이다.
윤서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윤서를 예뻐하고 사랑해주었으면 참 좋았을걸 하는 안타까움이 든다. 윤서의 외할머니처럼. 오히려 자식이 아니고 손주라서 한발짝 거리를 두어 오직 윤서 그대로를 예뻐할 수 있었던 것처럼.

아이와 함께 읽은 <철 수세미와 안수타이> 동화에서 주인공인 윤서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엄마에게 털어놓을 수 있었어서 다행이었다. 어려움이 있을 때, 그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이 부모일지언정 부모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건 아직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건강하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걸 솔직하게 부모와 이야기를 나눈다면 건강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걸,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도 아이도 힘들긴 했지만 마음 근육을 키워나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는 걸 아이와 함께 이야기 속에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결국 자신의 ‘눈에 띄는’ 모습을 “모윤서 매직”으로 명명할 수 있도록 한 윤서는 정말 멋진 어린이다. 윤서의 그런 멋짐의 비결은 조건 없는 지지와 격려, 응원이었다. 이외의 것은 필요하지 않았다. 윤서 스스로 그런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 아이의 부모인 나 자신도 우리 아이들의 엉킴털 증후군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있는 그대로 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수 있는 삶을 살도록 응원해줘야지.

※ 본 서평은 샘터 출판사 물장구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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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공부가 쉬워지는 그림책 수업
그림책사랑교사모임 지음 / 샘터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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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보는 것이 영유아 시기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아동기 아이들의 문해력 발달에, 창의력, 사고력 등 다양한 방면으로 좋다고는 하는데, 과연 그림책을 그저 읽기만 하면 좋은 것인지 막막할 때가 있으실 것 같아요. 다수의 문해력 및 아동 전문가들은 그림책을 함께 읽는 것 자체로 아이들의 정서 및 인지 발달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읽는 행위 그 자체보다 함께 읽으며 나누는 대화가 그림책 함께 읽기의 정수(精髓)라고 이야기 해요. 하지만 그림책을 함께 읽는 것까지도 어떻게 노력을 해보겠는데, 읽으면서는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하라는건지 막막할 때가 있다고 이야기 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럴 때 책을 함께 보는 양육자가 참고하면 좋을 책이 있어서 글로 나누어보려고 해요. 단계별 활동도 알차게 싣고 있어서 교사분들에게도 아주 유용할 것 같아요.


작년 11월 그림책사랑교사모임에서 출간한 <초등 공부가 쉬워지는 그림책 수업>입니다. 이 책을 출간한 그림책사랑교사모임은 본인들을 '그림책의 매력에 빠져'있다고 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임이에요. 원래 자기가 좋아해야 더 자주 들여다보고, 더 깊이 알아보게 된다는건 당연지사이니, 그림책을 교실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는 분들이라는걸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아요. 모임에서 출간한 책이 벌써 여럿인데, 이번 책은 나와 친구, 가족과 이웃, 동물과 사회, 전쟁과 세계 평화, 지구와 자연환경, 미래와 과학 기술까지 초등 교육 과정을 기반으로 한 폭넓은 주제를 다루어 나와 주변, 세상을 이해하고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셨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 중요하게 여겨져 교과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그 중요성을 확인하게 되는 세계시민교육 관련 주제들이 다양하게 실려있더라고요.


모든 주제마다 주제별 그림책을 한 권씩 소개하고, 그림책에 관한 짤막한 설명(1단계)을 해줘요. 그리고 함께 생각해볼만한 거리를 제시(2단계)하고, 책을 꼼꼼하게 잘 읽은 것인지, 이 책의 내용을 통해 어떻게 사고를 확장해보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친절하게 안내(3단계)하고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제그림책 이외에도 연계 그림책들을 소개(4단계)해서 관련 주제 그림책들을 더 찾아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추가 자료까지 덧붙여 있답니다.


이 리뷰에서는 그림책 <그래서 뭐?>를 활용한 [장난이었다는 말은 이제 그만!]을 좀 더 자세하게 공유해보려고 해요. 모든 주제가 같은 포맷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참고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뭐?>는 학교든 놀이터든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폭군처럼 행동하는 바질이라는 아이에 관한 이야기죠. 바질은 매일 한 명을 골라서 공격하는, 누구든 피하고 싶은 친구였어요.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인신공격을 하고 상처를 주는 바질의 모습을 보면서 주변 아이들은 어찌할 줄 모르고 그저 당할 수밖에 없었어요.


예상하실 수 있겠지만 이런 내용은 #학교폭력 과도 연관이 있어요. 학교 폭력이라고 하면 좀 무겁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요즘 학교에서는 #경계존중 교육이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교육이라고 해요. 하는 사람은 장난인 것처럼 가볍게 하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농담으로 쉬이 넘길 수 없는 일들이 쌓이고 쌓여 학교 폭력이 되기도 하죠. 아마 뉴스로도 관련 이야기들을 심심치 않게 접하기도 하셨을 것 같아요. 인터넷을 사용하는 연령대가 점점 빨라지는만큼 학교 폭력이 될 수 있는 일들은 점점 더 다양해지고, 그만큼 심각해지기도 했고요.


그림책 속 이야기로 빗대어 풀어내기도 했지만, 그림책을 함께 읽다보면 비슷한 일을 겪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듣게 되기도 해요. 무심코 던진 친구의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되어 속상했던 경험을 아이들이 용기내어 꺼내놓기도 하더라고요.


저는 가정에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책에는 아이들과 함께 그룹으로 그림책을 활용하시는 분들이 활용하기 좋도록 독후 활동지의 형태로 정리되어 있기도 한데요. 주제와 관련하여 전달한 내용을 함께 확인해보는 이유는, 해당 주제와 관련해서 같은 선상에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기도 해요.


저희 집에서는 이렇게 함께 대화를 나눌만한 질문이 더 유용하게 활용되었는데요. 첫번째 질문을 했더니 아이와 이런 대화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엄마👩🏻 바질은 왜 친구들을 괴롭히고 상처주는 말을 하게 되었을까?

1호👧🏻 형이 바질한테 그렇게 말해서.

엄마👩🏻 형이 그렇게 하면 바질은 그래도 되나?

1호👧🏻 형이 그렇게 하는 게 강해보인다고 생각한 것 같아.

2호👧🏻 그런데 그렇게 강해보이려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건 안돼.

1호👧🏻 그렇지. 바질도 아마 앞으로는 안그러지 않을까?

(그림책 결말을 보면 예상하실 수 있어요.)


함께 대화해 볼만한 질문 다음에는 이렇게 토론 거리가 제시되기도 하는데요. 저희집 여덟살 어린이의 생각을 물어보니 바로 신고를 해야한다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 이유를 물어보았는데, 일이 더 심각해지기 전에 멈출 수 있도록 해야하니까 자기라면 바로 신고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고,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서로 다른 생각들에도 이렇게 다 이유가 있다며 함께 읽어보았어요. 친구들이 함께 모여 그림책을 보고 이야기를 나눈다면 이런 토론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학교 폭력 주제와 관련해서는 3권의 책이 더 소개되어 있었는데요. 세 권도 조만간 찾아서 함께 읽어봐야겠네요.

요즘은 그림책을 활용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정말 많아서 어떤 그림책을 읽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미술, 연극,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과 연결되도록 소개한 책들도 있고요. 그런데 사실 그림책을 볼 때마다 그렇게 독후활동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수 있기도 하거든요.😅 그런 부담이 오히려 책을 활용하는 빈도를 낮출 수도 있어요.😭 그림책을 함께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사고력까지 키울 수 있도록 한스푼 더 얹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계신다면 참고하면 좋을 책일 것 같아요!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았지만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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