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 과자점 스콜라 창작 그림책 106
김지안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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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하면 생각나는 색깔이나 이미지가 있나요? 기온, 촉감, 냄새는요? 그럼 계절마다 생각나는 맛이 있나요?😌 저는 봄하면 딸기의 새콤달콤한 맛이, 여름하면 빙수와 냉면의 시원한 맛이, 겨울하면 군고구마의 달콤고소한 맛과 귤의 새콤달콤한 맛이 생각나요. 그리고 '가을의 맛'하면 추석부터 떠올라서 명절에 함께 먹는 송편과 사과, 배 같은 명절 과일들이 생각나고요. 미각으로 느끼는 맛 자체도 중요하지만 맛은 무언가를 먹을 때의 분위기가 함께 떠오르는 것 같아요.

가을이면 계수나무 근처를 지나가면서 느꼈던 아주 달콤한 향기의 비밀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낸 그림책이 있답니다. <튤립호텔>, <장미저택>, <호랭면>, <감귤기차> 등을 쓰고 그린 김지안 작가의 <계수나무 과자점>입니다. 김지안 작가님의 그림책들을 보면 그 계절에 느낄 수 있는 여러 감각들을 잘 살려내는 이야기들을 만드시는 것 같아요.



가을이면 아주 달콤한 향기가 나서 영어로는 캐러멜 트리라고도 불리는 계수나무의 비밀이 작가님도 궁금했대요. <계수나무 과자점> 이야기가 신간 그림책으로 출간되었어요.



가족들과 캠핑을 온 아이, 숲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를 따라 갑니다. 그 냄새를 따라가다보니 숲 속 어딘가로 들어왔어요. 아주 바쁘게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는 다람쥐를 발견했죠. 속표지가 나오기까지 이야기의 예고편이 이렇게 나와요. 이 숲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 궁금해지죠.



바삐 달려가는 다람쥐를 따라 온 나무 아래에는 뱀, 고슴도치, 곰도 있었어요. 이 숲은 어딘가에 신비한 힘이 있는건지 함께 온 강아지 봉봉이도 말을 하는 거 있죠. 그런 곳에서 갑자기 희한한 소리가 들리더니 나무가 열리기 시작했어요. 나무가 열리다니!



바로 계수나무 과자점이예요! 나무 안에 이런 과자점이 있다니 상상이나 했을까요.

창가에 있는 달콤한 디저트들을 보니 우리도 따라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봉봉이와 아이도 몰래 2층으로 따라서 들어가네요.



2층으로 들어가니 방도 있고, 책도 있고, 라벨이 붙어있는 재료들이 진열장에 놓여있어요. 은하수, 가을열매, 별빛, 가을이슬, 꿈결가루, Dream, 밤베리까지.. 재료들의 이름이 심상치 않죠?



아까 따라 온 동물들을 찾아가니 커다란 식탁에 달콤한 디저트가 엄청 많아요. 그림책을 펼쳐놓고 아이들과 함께 디저트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보며 얼마나 눈을 반짝였나 몰라요. 새벽 크럼블, 꿈 단팥, 잠꾸러기 케이크, 은하수 크림도넛, 단잠 사탕 등 눈으로 보고 이름을 가지고 상상하며 무슨 맛일까 이야기 나누는 재미에 이 장면에서 한동안 머무르기도 했어요.


배부르게 잔뜩 먹고 난 동물 친구들은 캐러멜 트리 겨울잠 위원회라고 쓰여있는 유리병에 과잣값을 넣어요. 다람쥐가 두 손 가득 들고 뛰어온 게 바로 이 과자값이었나봐요. 여러 열매와 꿀, 보석 등 동물들은 이 계절 이즈음에 이곳에 와서 넣어두려고 그동안 이것들을 모아온 것 같아요.

"무단취식시엄벌"이라고 쓰여있는데 무단 취식하는 동물도 있었나봐요. 눈에 띄는 이 경고문을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예감이 드는 건 왜일까요.😅


그런데 달콤한걸 다 먹고 났더니 동물들이 드디어 인기척을 느꼈는지, 사람 냄새를 맡았는지, 들키고 말았어요! 다행히 동물 친구들은 아이와 봉봉이를 경계하지 않아서 계수나무 과자점에서 달콤한 디저트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그런데 과잣값이 없다는 걸 잊고 말았지 뭐예요. 그 얘기를 들은 누군가가 어딘가에서 나타났어요! 계수 나무의 저주다 하면서요. 저주라는 무시무시한 말을 하면서 '사뿐'하고 나타난 모습이 귀여웠지만요.😂



노랑노랑 계수나무 잎이 가득한 곳에서 주르르륵 편안하게 누운 아이와 동물친구들. 과연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요? 그림책으로 만나보세요!😄 다음 번엔 과잣값 준비하는 걸 잊으면 안되겠죠?

출판사에서는 나만의 과자를 만들어 볼 수 있는 활동지를 제공하고 있어요. 저희도 아이들과 그림책을 함께 보고 활용해 봤습니다.



일곱살인 둘째 어린이는 색연필로 알록달록 색칠하고 (달콤한걸 왕 좋아하는 어린이예요!) 자기가 좋아하는 맛있는 토핑들을 잔뜩(!) 올려서 디저트를 만들었답니다. 저희는 그림책을 보면서 계수나무 과자점에 차려진 디저트 이름을 보는 게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만든 디저트에도 이름을 붙여보자고 제안했어요. 오로라 색깔의 오과자, 하트와 별이 올라간 하별, 베리류가 가득 들어간 베리베리파이, 그리고 하트퐁퐁!😍

아이가 너무 재밌게 하길래 제가 색지로 상자를 얼른 만들어줬어요. 상자 안에 담으니 예쁘고 귀여운 디저트 세트가 되어 아이가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아이가 활동한 걸 잘 담는 방법만 살짝 도와줘도 아이들의 활동이 훨씬 즐거워지고 마무리가 잘 되는 것 같아요.


아홉살 첫째 어린이라고 이런 활동을 싫어할리 있나요? 정말 정성들여 만들고 이름도 붙여보았어요. 잠이 잘 오는 색깔의 #꿀잠케이크, 잠이 잘 와서 Zzzzz가 잔뜩 들어간 #Z레몬케이크, 귀여운 곰돌이가 있는 #달달하트쿠키, 달콤한 잠을 잘 수 있는 #단잠머핀 까지.

이것저것 과잣값으로 내며 아이들과 함께 과자점 놀이까지 즐겁게 했던 주말을 보냈습니다. 계수나무가 어디에 있을지 산책할 때 잘 살펴보며 걸어야겠다는 다짐도 했고요. 계수나무의 가을 향기가 어떨지 너무나 궁금해지는 거 있죠.



주변을 우리의 오감으로 세심하게 느끼고, 그걸 기반으로 한 상상이 얼마나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지 느낄 수 있었던 그림책이었습니다. 가을은 워낙 형형색색 시각적으로 화려한 계절이라 다른 감각은 쉬이 잊히곤 하는데, 가을의 냄새를 찾아 산책을 떠나고 싶어지네요. 향기를 맡고, 색을 보고, 맛을 나누며 아이들과 함께 상상하는 즐거움까지. 이번 주말에는 도서관이나 산책길에서 계수나무를 찾아보시고, <계수나무 과자점>을 펼쳐보는 건 어떠세요? 😊

※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서포터즈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직접 읽어보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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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모두를 위한 그림책 92
김혜원 지음 / 책빛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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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새까만 배경에 활활 타오르는 불과 그 불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불멍을 하고 있다기에는 불이 꽤나 크고, 꽤나 가까이에 있으며, 꽤나 불편한 자세로 쪼그려 앉아있어서 불멍의 여유와는 거리가 좀 있어 보였어요. 그렇다면 뭘까? 궁금한 마음에 그림책을 얼른 열어봅니다.

 


  면지에는 더 크고 거센 불길이 보여요. 그림책 전반에서 배경과 불의 색이 대비되어 보여서 그런지 마치 불이 이끄는 곳으로 따라가는 듯한 느낌으로 그림책을 보게 되었답니다. 강렬한 그림만큼이나 꽤나 강한 감정을 느끼게 될거라는 예상은 하지 못했었죠.

 


  본문을 펼쳐 만난 첫 장면이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라 깜짝 놀랐어요. 불이 활활 타오르던 표지, 면지와는 다르게 평온하고 고요해 보이는 집안의 모습을 처음으로 마주해서 그런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빨래 건조대, 장난감, 육아용품 정리함 등 육아를 하고 있는, 해본 적이 있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이도록 만드는 익숙한 풍경에 찬찬히 살펴보게 됩니다. 한쪽에서 팔베개를 하고 자고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아이 엄마 같아요. 나도 이러고 졸고 있겠구나 싶게 그 속에서 저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웃음도 나고요. 그러다가 한쪽에서 작게 피어나기 시작한 불꽃에서 시선이 멈춥니다.

 


  첫 장면에서는 분명히 작은 불꽃이었는데, 불길이 점점 번지는 모습에 당황했어요. 하필이면 빨래 건조대 쪽으로 불이 번지고 있어서 초조한 마음까지 들더라고요. 어쩌지? 빨래 건조대 앞에 누워있는 아이 엄마를 깨워야 하는건 아닌지 싶었어요. 다급한 마음에 페이지를 넘겼죠.

 


  그런데 세상에, 불길이 형태를 띄더니 아이 엄마를 현관쪽으로 끌고 가며 바깥으로 나가자고 하는 듯한 몸짓을 하고 있더라고요. 눈치 채셨겠지만, 그 불꽃은 바로 아이였습니다. 어찌나 활활 타오르는지 그림 속 불꽃은 엄마보다도 더 크지 않을까 싶었어요.

 

  아이가 바깥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하고, 아장아장 걸으며 돌아다니기를 좋아할 때, 저희집 첫째 어린이도 저렇게 현관에서 저를 불렀어요. 마치 영사기를 돌리듯 머릿속에 그때의 모습이 빠르게 떠올랐답니다. 내복바람으로 현관에서 자기 신발을 들고는 자기는 나갈 준비가 다 되었다며 불러대는 통에 매일매일이 참 곤란하고 마음이 바빴던 기억이 나요. 겨울이었고, 매일매일 씻는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던 시절이었죠.

 


  그렇게 아이 손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오면 마치 아이는.. 정말 이렇게 날아다녔어요. 아이는 한곳에 머물러 있는 법이 없었고, 저는 어디에서든 불꽃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마치 아이폰으로 인물 사진을 찍을 때처럼 온통 아이가 돋보여 보이는 게 당연했죠. 정말, 정말 이 장면처럼 느껴졌어요. 아름답고 어여쁘지만 온통 시선을 두어야하고 앞을 알기 어려웠어요.

 


  산책 중인 개라도 지나갈라치면 아이를 더 붙잡아야 했어요. 꼭 강아지만한 몸집을 가진 아이가 정말 친구라도 만난 듯이 반가워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서워서 뒤로 숨기도 했거든요. 저희집 둘째 어린이는 아직도 길에서 개를 만나기만 하면 꼬리를 흔들기라도 하는 것처럼 궁둥이를 씰룩거리면서 제자리를 뱅글뱅글 돌아서 '강아지한테 짖으면 안돼. 강아지 놀래키면 안돼.'하고 말한답니다.

 


  우리가 가는 곳은 온통 아이의 흔적이 남는 듯 했습니다. 아이의 흔적이기도 하지만, 불이 지나간 자리가 그렇듯 하루의 끝에 뒤를 돌아보면 재가 되어 남게 되는건 아닌가 하는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도 했어요. 체력 뿐이었을까요. 정말 하루하루를 정직하게 온 마음을 다해 보내는 날들이었다고 고백해 봅니다.

 


  가끔은요. 이렇게 내 앞에 있는 아이가 불길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요. 아이들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으면 정말 불이 가진 것 같은 생명력이 느껴지거든요. 보고 있는 것 자체로도 에너지가 느껴지고, 살아있다는 건 이런거구나 싶은 활력이 생길 때도 있습니다. 이 세상에 이 생명체가 생겨나게 된 것이 놀랍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그런데 불이 그렇듯, 그가 가진 힘이 너무나 대단해서 나를 삼키는 것이 아닌가 싶을 때가 있어요. 매일매일 기대하고 환희를 느끼기만 한다고 말하는건 아무래도 솔직하지 못한 것 같아요. 두려움, 책임감,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으로 피로해질 때가 누구에게든 있을 거예요. 육아를 할 때면 대개 주양육자가 되는 엄마는 기본권을 박탈당하는 심정을 느끼기도 한다고 하죠. 먹고, 자고, 입고, 심지어 싸는 것까지 내맘대로 할 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니까요.

 

  그렇다고 활활 타오르는, 이 눈부신 불길에 등을 돌릴 수는 없었어요.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불은 정말 다양한 빛을 가지고 있기도 하거든요.

 

  그렇게 우리는 그 불길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이내 손을 뻗어 품에 안고 번쩍 일어나 꼬옥 안아줍니다.

 


  우리가 매일, 이렇게 서로를 품에 안는다는 것이 바로 그런 일임을 우리가 서로 알아요. 그 자체로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불꽃 같은 아이들이지만, 자칫 나를 삼킬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그 불꽃을 품에 꼬옥 안을 수 있는 마음도 결국은, 내 안에 있다고 믿어요. 맞아요, 부모는 불길을 품에 안을 수 있는 힘을 스스로 가지고 있는 존재입니다.

 

  사실 이 그림책을 첫장부터 마지막까지 처음 봤을 때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 때였어요. 울컥하는 마음에 급하게 책장을 닫았던 것 같기도 해요. 조금 지나고 나니 이제야 그 마음이 살짝 다시 보였어요. 얼마 후 다시 그림책을 보는데, 타오르는 불꽃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의연하게 불꽃을 품에 안아 일어나는 모습이 다르게 느껴졌어요. 이전에는 불꽃이 더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듯 해보였던 그림이 '이렇게 활활 타오르는 불꽃을 안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포근함이라는 게 이렇게 힘이 세다고 느껴질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도요.

 


  온 마음을 다한다는 것. 그게 바로 열정이죠. 한 우주를 품에 안고 키운다는 것도 바로 그런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하루하루 온 마음을 다하고 있는 엄마와 아빠들에게 이 그림책을 전하고 싶습니다.

 

 🌟 육아에 지쳐 몸과 마음이 힘든 주변의 엄마와 아빠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선물하기 좋은 그림책으로 추천합니다.


※ 책빛 출판사의 '빛나는 독자'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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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칸 고전 문학집 - 한국학교사서협회 선정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94
로익 곰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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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고 하면 왠지 진지하고, 심오하고, 아주 두껍고, 무겁고, 그래서 어려울거라는 막연한 거리감이 있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실제로 고전 문학 작품들 중에는 몇백 쪽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도 있고, 그 작품이 쓰인 시대적 상황을 알기 전에는 이해하기 힘든 작품도 있고, 문장에 쓰인 단어 자체가 낯설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이 그런 부담만 주는 책이라면 지금까지 오랫동안 읽히며 사랑받을 수 없었을 거예요.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보편적인 울림과 사유의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겠지요.

 

얼마전 이금이 작가님의 <슬픔의 틈새> 북토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작가님이 어렸을 적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처음 읽고는 '어떻게 100년 전 다른 세상에 사는 누군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이렇게 겹쳐질 수 있는가'라고 느꼈던 경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고전의 가치를 가장 잘 알려주는 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도 여러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로익 곰 작가의 <네 칸 고전 문학집>고전 문학을 읽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을, 하지만 보다보면 이 시리즈에 폭 빠져들 책입니다. 이 책은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받은 <네 칸 명작 동화집>에 이은 네 칸 시리즈 세번째 책이예요. 표지와 속표지에는 네 칸으로 나뉘어진 공간이 각각 다른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요. 각각의 칸에 있는 등장인물들이 어느 이야기에 나오는지 맞춰보며 본문을 펼쳐봅니다.

 

이 책에는 33편의 고전 문학이, 이야기의 길이가 어떻든, 등장 인물이 몇이든, 모두 네 칸 속에 담겨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저희집 첫째 어린이에게 친숙한 이야기도 있고, 아직 잘 모르는 이야기도 있어요.

 



어떤 구성의 책인지 먼저 파악하기 위해서 피터팬을 함께 봤어요.

 

1️ 피터팬이 웬디와 동생들을 데리고 네버랜드로 감

2️ 웬디는 네버랜드에서 엄마처럼 아이들을 보살폈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함

3️ 웬디와 아이들이 후크 선장에게 붙잡혀서 피터팬이 구함

4️ 웬디는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계속 남기를 원함

 

이렇게 네 컷으로 피터 팬 이야기를 표현했더라고요. 텍스트도 간결하지만 이미지도 선과 색깔 도형으로 표현해서, 이미 이야기를 아는 독자라면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그런데 여기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지. 그 장면에서는 참 이랬어.’하고 이야기와 감상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저희도 아이와 함께 보면서 네 칸이지만 네 칸 사이사이를 잇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와 감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기도 했어요.

 



이 장면에서는 이미지를 자세하게 보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가 목수 제페토의 손에서 생명을 얻게 되고, 모험 이후 진짜 생명을 얻게 되는 이야기죠. 선으로 그려진 그림 뿐만 아니라 색깔을 잘 보시면 나무일 때와 사람일 때의 피노키오 색이 변하는 걸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장면에서 피노키오가 색깔 도형의 모양은 그대로 이지만 색깔은 제페토와 같은 색이 되는걸 보니 뭔가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이렇게 네 칸 이야기에 재미를 느낀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보자고 하더라고요. 첫째 어린이의 최애 이야기 중 하나인 <작은 아씨들>, 지난 여름에 읽었던 <오즈의 마법사>도 함께 찾아보았답니다.

 

<작은 아씨들>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완역본은 두께가 꽤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네 컷에 담길 수 있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이 방법 말고 다르게 네 컷에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답니다. <작은 아씨들>처럼 등장 인물이 많은 이야기라면 등장인물들 중에 누구의 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따라서도 네 칸에 다르게 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학이라는 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시선으로 이야기 속 사건을 겪어보는, 다른 시공간 속에 살아보는 경험이잖아요. 이야기들이 네 칸에 담기면서 생기는 축약과 생략 덕분에 독자인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다양하게 이야기를 즐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보물섬>도 찾아보았어요. 제가 한달 동안 천천히 조금씩 아껴 읽으니까 아이도 호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라며 네 칸 이야기로 먼저 만나게 되었네요. 주의할 점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이야기라면 스포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 있겠어요.

 



저는 책빛 출판사의 빛나는 독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감사하게도 네 칸 활동지를 책과 함께 받았는데요. 이 활동지가 아이들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요물이겠더라고요.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한 이야기를 읽고 각자의 네 칸 이야기로 표현해보면 어떻게 다르게 읽었는지 나눌 수 있는 재미난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과 독서 모임을 하면서 활용할 아이디어로 저장해두었답니다.😁



※ 책빛 출판사의 '빛나는 독자'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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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 샘터어린이문고 84
홍종의 지음, 남수현 그림 / 샘터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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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터어린이와 함께 하는 초등 동화 3권의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때로는 아이들의 자존감에, 때로는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홍종의 작가가 글을 쓰고 남수현 작가가 그림을 그린 <다 살린다, 아가새 돌봄단>에서는 자연을 대하는 어린이의 마음을 만났다. 



  <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은 초등학교 3학년 남자아이인 지현준 어린이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난생 처음 친해지고 싶은 여자친구가 생긴 현준이는 얼마전 전학온 친구인 새미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 한달 정도 비어있던 윗집에 둥지를 틀었던 아가새를 만나게 된다. 정확히는 현준이의 아빠와 현준이가 버려질 뻔한 아가새를 만나게 된다. 현준이는 온통 새미와 만날 생각에 처음에는 아가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아가새에게 자꾸만 마음을 쓰는 아빠를 따라 자의반 타의반으로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 방문하게 되면서 아가새돌봄단이 된다.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사람들만 살지 않는다. 인간을 비롯해 아주 오래전부터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온 동식물들과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는 사람들에 이끌려 이곳에 옮겨져 온 동식물도 있고, 사람들에 의해 이곳에서 살곳을 잃어간 동식물도 있다. <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은 도시 생태계를 살아가는 새들의 생을 지켜보게 되는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인 높은 빌딩이나 방음벽, 사람이 만든 여러 시설들에 의해 새들이 부딪혀 죽거나 부상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뉴스 기사에서 전해들은 적이 있다. 그 기사를 접한 이후 높은 아파트 단지를 둘러싼 유리 방음시설에는 새들의 부딪힘 방지를 위한 그림이나 무늬가 그려져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곤 했다.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도 창밖으로 보이는 여러 모습들을 포착하곤 하는 아이들도 시설물들에 그려진 새 그림을 발견하고는 무엇인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전에는 미처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살아가는 곳을 함께 공유하는 다른 생명에게도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에서는 현준이가 사는 동네에는 이전에는 숲이 있던 자리에 얼마전 높고 높은 고층 아파트 단지가 새로 생겼다. 현준이에게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던 추억이 있는 숲이었지만, 이제 그곳 주변으로는 넓은 찻길과 높다란 방음벽, 너무나 높아 끝이 보이지 않는 아파트가 생기게 되었다. 현준이와 새미가 아가새돌봄단으로 활동중이라는 소문이 학교에 퍼지게 되면서 주변에서 발생하는 새들의 충돌사고 소식이 이들에게 전해지기도 한다. 


  이야기 속 현준이와 새미가 활동하는 '아가새 돌봄단'은 실재하는 시민 프로그램이다. 비영리민간단체인 한강생물보전연구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야기에 나온 것처럼 야생 조류를 구조해 돌봄 사육한 후 건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현준이가 아가새돌봄단으로 활동하면서 돌보고 있는 쪼롱이와 포롱이에 대해 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장면이 있다. 반 친구들 중에는 집에서 앵무새를 오랫동안 기르고 있는 친구도 있었기에 동물과 함께 하는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낯설지 않았다. 실제로 반려동물의 종류가 점차 다양해지면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도시에 살더라도 동물을 대하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해서 생각해 볼 거리를 던지는 현준이의 말에 이야기를 읽다가 멈추어 선다. 

나와 새미는 쪼롱이 포롱이를 기르는 게 아냐. 

돌보는 거지. 

아빠, 엄마가 없는 아가 새들과 다친 새들을 

다 살리는 거야.

<다 살린다, 아가새 돌봄단> 89쪽 중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식물들은 기르는 대상인지, 돌보는 대상인지,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이 이야기는 인간만이 아닌 다른 생명들의 소중함과 생태 보전의 중요성을 독자들에게 전한다. 



  이 이야기에서, 그리고 아가새돌봄단 활동에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별하게 된다. 이별이라는 건 보통은 아쉽고 슬픈 일이지만, '다 살려'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취지로 생긴 아가새 돌봄단에게는 이별이 건강 회복의 의미가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돌봄의 주체인 인간과 돌봄의 대상인 유조(遊鳥)는 함께 성장한다. 
  책의 후반부에는 '새'라는 말은 땅과 하늘의 '사이'에서 온 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땅과 하늘의 사이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물이기도 하면서, 예전에는 땅과 하늘의 사이를 이어주는 신성한 역할을 한다고 여겨지기도 했다고 한다. <다 살린다, 아가새돌봄단>을 읽고 나니, 새가 사람과 자연의 연결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함으로써 또 하나의 '사이' 역할을 하게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 본 서평은 샘터 출판사 물장구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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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 - 2021 IBBY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상, 2025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90
무라나카 리에 지음, 이시카와 에리코 그림, 조혜숙 옮김 / 책빛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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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 그림에는 한 아이가 우리를 바라보며 '끄덕'하고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듯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이의 이야기에 초대를 받았다.



연이를 처음 만난 곳은 병원이었다. 침대, 그리고 침대 곁의 장식들, 책상의 물건들을 보니 연이가 이곳에 머물렀던건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듯하다. 무채색으로 둘러싸인 입원실과는 달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햇빛을 받아 여러 색을 띄고 있다. 이제 곧 퇴원이라 설레는 연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연이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연이를 여러 사람들이 기다렸나보다. 연이를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연이의 친구 마루는 반가운 마음에 연이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하지만 연이는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조금 더 정확하게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도움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런 연이의 대꾸가 마루는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루는 당황하고 말기보다는 연이를 이해하는 방법을 익혔다. 연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마루는 그렇게 지지했다. 서로를 돕는다는 것은 그런 것임을 연이와 마루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대부분 귀가하고 사람이 몇 남지 않은 운동장에서 마루는 높이 달린 비파나무 열매에 손을 뻗어본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닿을락 말락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내 힘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 선생님은 위험해보이는 마루의 도전을 제지시킨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손끝에 닿을락 말락 했던 달콤한 도전의 결과는 선생님이 '가져가 버렸'다.



운동장 한켠에서 마루가 비파나무와 씨름하고 있을 때, 연이는 미끄럼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뚝 솟아있는 미끄럼틀이 가파른 경사면도, 그 꼭대기까지 오르기 위한 계단도 참 높아보였다. 강렬한 빛을 내리쬐고 있는 태양처럼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연이는 해보기로 했다. '끄덕' 하는 연이는 틀림없이 그렇게 하고야만다는 것을 우리는 연이의 모습을 통해 보았고, 마루에게서도 들었다.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나의 가슴팍이, 나의 무릎이 딱딱하고 차가운 미끄럼틀에 닿는 듯 숨을 가쁘게 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꼭대기를 오르고야 마는 연이의 얼굴이 빼꼼히 보일 때 숨을 크게 내쉰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호흡을 같이 하며 응원하게 된다.



우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연이의 뒤에는 마루도 있었다. '끄덕'하고나면 기어코 그렇게 하고야 마는 연이를, 연이가 가진 마음의 힘을 마루는 한발짝 떨어져 응원했다. 포기하지 않음을, 그 모습을 지켜봄으로써 응원한다. 무언가를 행동으로 하지 않고 곁에 존재함으로써 할 수 있는 응원을 마루는 연이를 위해 기꺼이 한다.


그림책 <끄덕>은 이해한다는 것, 존중한다는 것, 배려한다는 것, 이러한 '행동'의 의미를 돌아보도록 한다. 나의 이해가, 나의 존중이, 나의 배려가 과연 서로를 위한 것일지도 질문하게 한다. 서로 도우며 산다는 것은 이해, 존중, 배려가 나를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연이와 마루가 그랬듯 서로의 언어적 그리고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 책빛 출판사 '빛나는 독자'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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