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덕 - 2021 IBBY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상, 2025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90
무라나카 리에 지음, 이시카와 에리코 그림, 조혜숙 옮김 / 책빛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앞표지 그림에는 한 아이가 우리를 바라보며 '끄덕'하고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듯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이의 이야기에 초대를 받았다.



연이를 처음 만난 곳은 병원이었다. 침대, 그리고 침대 곁의 장식들, 책상의 물건들을 보니 연이가 이곳에 머물렀던건 짧은 시간이 아니었던 듯하다. 무채색으로 둘러싸인 입원실과는 달리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바깥 풍경은 햇빛을 받아 여러 색을 띄고 있다. 이제 곧 퇴원이라 설레는 연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연이가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런 연이를 여러 사람들이 기다렸나보다. 연이를 향하는 사람들의 뒷모습에 반가움이 가득하다. 연이의 친구 마루는 반가운 마음에 연이에게 도움이 필요한지 물었다. 하지만 연이는 필요를 느끼지 않았던, 조금 더 정확하게는 스스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한 도움이 선뜻 내키지 않았다.



그런 연이의 대꾸가 마루는 낯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루는 당황하고 말기보다는 연이를 이해하는 방법을 익혔다. 연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마루는 그렇게 지지했다. 서로를 돕는다는 것은 그런 것임을 연이와 마루는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친구들이 대부분 귀가하고 사람이 몇 남지 않은 운동장에서 마루는 높이 달린 비파나무 열매에 손을 뻗어본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닿을락 말락 하지만, 조금만 더 하면 내 힘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순간 선생님은 위험해보이는 마루의 도전을 제지시킨다.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인 선생님의 입장에서는 당연했을 것이다. 하지만 손끝에 닿을락 말락 했던 달콤한 도전의 결과는 선생님이 '가져가 버렸'다.



운동장 한켠에서 마루가 비파나무와 씨름하고 있을 때, 연이는 미끄럼틀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뚝 솟아있는 미끄럼틀이 가파른 경사면도, 그 꼭대기까지 오르기 위한 계단도 참 높아보였다. 강렬한 빛을 내리쬐고 있는 태양처럼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연이는 해보기로 했다. '끄덕' 하는 연이는 틀림없이 그렇게 하고야만다는 것을 우리는 연이의 모습을 통해 보았고, 마루에게서도 들었다. 계단을 힘겹게 오르는 모습이 선명하게 느껴져서 나의 가슴팍이, 나의 무릎이 딱딱하고 차가운 미끄럼틀에 닿는 듯 숨을 가쁘게 쉬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꼭대기를 오르고야 마는 연이의 얼굴이 빼꼼히 보일 때 숨을 크게 내쉰다. 그렇게 나도 모르게 호흡을 같이 하며 응원하게 된다.



우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연이의 뒤에는 마루도 있었다. '끄덕'하고나면 기어코 그렇게 하고야 마는 연이를, 연이가 가진 마음의 힘을 마루는 한발짝 떨어져 응원했다. 포기하지 않음을, 그 모습을 지켜봄으로써 응원한다. 무언가를 행동으로 하지 않고 곁에 존재함으로써 할 수 있는 응원을 마루는 연이를 위해 기꺼이 한다.


그림책 <끄덕>은 이해한다는 것, 존중한다는 것, 배려한다는 것, 이러한 '행동'의 의미를 돌아보도록 한다. 나의 이해가, 나의 존중이, 나의 배려가 과연 서로를 위한 것일지도 질문하게 한다. 서로 도우며 산다는 것은 이해, 존중, 배려가 나를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연이와 마루가 그랬듯 서로의 언어적 그리고 비언어적 표현을 이해하려는 마음이라는 것을.


※ 책빛 출판사 '빛나는 독자'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