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칸 고전 문학집 - 한국학교사서협회 선정도서 모두를 위한 그림책 94
로익 곰 지음, 나선희 옮김 / 책빛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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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라고 하면 왠지 진지하고, 심오하고, 아주 두껍고, 무겁고, 그래서 어려울거라는 막연한 거리감이 있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실제로 고전 문학 작품들 중에는 몇백 쪽에 달하는 분량을 자랑하는 작품도 있고, 그 작품이 쓰인 시대적 상황을 알기 전에는 이해하기 힘든 작품도 있고, 문장에 쓰인 단어 자체가 낯설은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이 그런 부담만 주는 책이라면 지금까지 오랫동안 읽히며 사랑받을 수 없었을 거예요. 고전이라 불리는 작품들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보편적인 울림과 사유의 거리를 던져주기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겠지요.

 

얼마전 이금이 작가님의 <슬픔의 틈새> 북토크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작가님이 어렸을 적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처음 읽고는 '어떻게 100년 전 다른 세상에 사는 누군가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이렇게 겹쳐질 수 있는가'라고 느꼈던 경험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고전의 가치를 가장 잘 알려주는 예라고 생각했습니다. 저 자신도 여러 차례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로익 곰 작가의 <네 칸 고전 문학집>고전 문학을 읽을 때 함께 읽으면 좋을, 하지만 보다보면 이 시리즈에 폭 빠져들 책입니다. 이 책은 2017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 프리마 부문 우수상을 받은 <네 칸 명작 동화집>에 이은 네 칸 시리즈 세번째 책이예요. 표지와 속표지에는 네 칸으로 나뉘어진 공간이 각각 다른 캐릭터가 그려져 있어요. 각각의 칸에 있는 등장인물들이 어느 이야기에 나오는지 맞춰보며 본문을 펼쳐봅니다.

 

이 책에는 33편의 고전 문학이, 이야기의 길이가 어떻든, 등장 인물이 몇이든, 모두 네 칸 속에 담겨있어요. 초등학교 2학년인 저희집 첫째 어린이에게 친숙한 이야기도 있고, 아직 잘 모르는 이야기도 있어요.

 



어떤 구성의 책인지 먼저 파악하기 위해서 피터팬을 함께 봤어요.

 

1️ 피터팬이 웬디와 동생들을 데리고 네버랜드로 감

2️ 웬디는 네버랜드에서 엄마처럼 아이들을 보살폈지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함

3️ 웬디와 아이들이 후크 선장에게 붙잡혀서 피터팬이 구함

4️ 웬디는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 계속 남기를 원함

 

이렇게 네 컷으로 피터 팬 이야기를 표현했더라고요. 텍스트도 간결하지만 이미지도 선과 색깔 도형으로 표현해서, 이미 이야기를 아는 독자라면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그런데 여기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지. 그 장면에서는 참 이랬어.’하고 이야기와 감상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저희도 아이와 함께 보면서 네 칸이지만 네 칸 사이사이를 잇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와 감상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기도 했어요.

 



이 장면에서는 이미지를 자세하게 보는 즐거움을 느끼기도 했어요. 나무 인형인 피노키오가 목수 제페토의 손에서 생명을 얻게 되고, 모험 이후 진짜 생명을 얻게 되는 이야기죠. 선으로 그려진 그림 뿐만 아니라 색깔을 잘 보시면 나무일 때와 사람일 때의 피노키오 색이 변하는 걸 눈치채실 수 있을 거예요. 마지막 장면에서 피노키오가 색깔 도형의 모양은 그대로 이지만 색깔은 제페토와 같은 색이 되는걸 보니 뭔가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이렇게 네 칸 이야기에 재미를 느낀 아이가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들을 찾아서 보자고 하더라고요. 첫째 어린이의 최애 이야기 중 하나인 <작은 아씨들>, 지난 여름에 읽었던 <오즈의 마법사>도 함께 찾아보았답니다.

 

<작은 아씨들> 읽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완역본은 두께가 꽤 되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네 컷에 담길 수 있다는게 놀랍기도 하고, 이 방법 말고 다르게 네 컷에 담을 수 있을까 생각해 보기도 했답니다. <작은 아씨들>처럼 등장 인물이 많은 이야기라면 등장인물들 중에 누구의 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에 따라서도 네 칸에 다르게 담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학이라는 건 내가 아닌 누군가의 시선으로 이야기 속 사건을 겪어보는, 다른 시공간 속에 살아보는 경험이잖아요. 이야기들이 네 칸에 담기면서 생기는 축약과 생략 덕분에 독자인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 공간이 생기게 되고, 그로 인해 다양하게 이야기를 즐겨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보물섬>도 찾아보았어요. 제가 한달 동안 천천히 조금씩 아껴 읽으니까 아이도 호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이야기라며 네 칸 이야기로 먼저 만나게 되었네요. 주의할 점은 아직 읽어보지 않은 이야기라면 스포를 당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 있겠어요.

 



저는 책빛 출판사의 빛나는 독자로 활동하고 있어서 감사하게도 네 칸 활동지를 책과 함께 받았는데요. 이 활동지가 아이들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요물이겠더라고요.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한 이야기를 읽고 각자의 네 칸 이야기로 표현해보면 어떻게 다르게 읽었는지 나눌 수 있는 재미난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아이들과 독서 모임을 하면서 활용할 아이디어로 저장해두었답니다.😁



※ 책빛 출판사의 '빛나는 독자' 서평단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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