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바로,
탈북 과정에서 겪은
누구에게도 한번도 입 밖으로 꺼내 말한적 없는
험난난 고난과 가슴 아픈 이별의 고백이죠.
비참하게 오직 생존해야 했던 굶주림을 겪은 혜산에서의 삶,
그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가는 사람들,
끝내 탈북을 결심하고 홀로 삶과 죽음의 경계인 검은 압록강을 건너던 밤,
중국 브로커의 집에서 팔리기만을 기다리며 지낸 불안과 초초의 시간,
무릎아래로는 다리가 없는 시골의 한족에게 팔려간 기억,
그리고 자신의 어린 딸 페이,
자고 있는 페이에게 노란 실팔찌를 둘러주고 탈출을 위해 들판을 내달렸을 때의 두근거림..
이 모든 기억과 감정들이
치매라는 병을 통해서야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마저도 소중해지는 망각의 순간을 앞두고
무해의 가슴속에 되살아나고
비로소 모래, 영주와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