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의 방 - 2019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진유라 지음 / 은행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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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늘 읽은 책은 진유라 작가님의 장편소설 [무해의 방]입니다.


 

2019 한경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이라고 해서

더더 기대에 부풀어 읽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무해는

양강도 혜산시 출신의 탈북자로

가족도 모두 잃고, 배고픈 현실을 견디지 못해

목숨을 걸고 압록강을 건너 북을 탈출하게 되지요.

이후 탈북 사실을 딸 모래와 가장 가까운 친구 영주에게조차 숨기고

평범한 가정을 꾸린 채 생활하던 중 53살에 초로기 치매 진단을 받게 됩니다.

압록강을 건널 때는 절반의 행운과 절반의 불운이 있었다. 사느냐, 죽느냐.

하지만 치매는 압록강을 건널 때와는 달리, 명료했다.

매일 기억을 잃어가며 서서히 죽어가는 병. 절반의 행운 같은 건 없고, 확실하게, 흔들림 없이 죽어가는 병.

그게 바로 치매였다. 죽을 날을 받아놓고 보니, 그제야 인생이 막 작동되었다

p30

남편과도 얼마전 사별한 그녀는

홀로 남겨질 딸을 위해 기록을 시작하다

자신 안에 차마 기록이 되지 못한 기억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말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기억'들이 있었다.

말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감정'들이 있었다.

p36

그것은 바로,

탈북 과정에서 겪은

누구에게도 한번도 입 밖으로 꺼내 말한적 없는

험난난 고난과 가슴 아픈 이별의 고백이죠.

비참하게 오직 생존해야 했던 굶주림을 겪은 혜산에서의 삶,

그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가는 사람들,

끝내 탈북을 결심하고 홀로 삶과 죽음의 경계인 검은 압록강을 건너던 밤,

중국 브로커의 집에서 팔리기만을 기다리며 지낸 불안과 초초의 시간,

무릎아래로는 다리가 없는 시골의 한족에게 팔려간 기억,

그리고 자신의 어린 딸 페이,

자고 있는 페이에게 노란 실팔찌를 둘러주고 탈출을 위해 들판을 내달렸을 때의 두근거림..

이 모든 기억과 감정들이

치매라는 병을 통해서야

너무나 고통스러운 기억마저도 소중해지는 망각의 순간을 앞두고

무해의 가슴속에 되살아나고

비로소 모래, 영주와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되지요.


 

읽는 내내

무해라는 여인의 삶이

그저 먹먹했습니다.

한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정말 국가를 탈출할수 밖에 없었던 그 고통의 역사,

그리고 그 고통을 간직한채, 어떻게 다시 타인을 신뢰하고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

고통으로부터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는 것의 버거움과 무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무해와 같은 또 다른 이름의 무해가 있다면

진심으로 평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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